“최선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임채진 검찰 총장이 결국 사퇴했다. 지난 3일 임 총장은 ‘역부족’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뒤 퇴근을 4시간 앞두고 서초동 청사를 떠났다. 다음날 임 총장은 출근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사표가 수리되면서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한 1988년 이후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9번째 총장이 됐다.

이미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당일이었던 지난달 23일에도 법무부 측에 사의를 표명했었다. 당시 그는 “원칙과 정도, 절제와 품격의 바른 수사, 정치적 편파 수사 논란이 없는 공정한 수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한 단계 높이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과 지역 기반이 같은 경남 출신으로,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 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참여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오래 일할 사람”이라고 평했다. 실제 임 총장은 세간의 우려와 달리 정권교체 이후에도 총장직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 길은 순탄치 않았다. 취임 직전에 삼성그룹이 비자금으로 관리했다는 ‘떡값 검사’ 중 한 명으로 거론돼 도덕성 시비가 불거졌던 것이다. 게다가 취임하자마자 대선 정국의 핵이었던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BBK 의혹’을 무혐의 결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권 교체기를 탈 없이 넘겼지만 지난 정권을 상대로 한 사정수사는 매섭게 몰아쳤다.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중수부는 작년 봄 공기업 비리 수사로 시동을 걸었고, 전 정권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던 기업들에 대해서도 매서운 수사가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잇따라 구속하면서 노 전 대통령 주변 수사를 시작했다.

결국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그는 곧장 사직서를 냈다. 사표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반려됐지만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다시 사직서를 제출했다.

임 총장은 취임식에서 “떠나는 날,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그는 말없이 대검청사를 떠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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