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운명 손바닥 안에 있다”


운명학에는 재야의 고수들이 즐비하다. 함부로 자기가 어느 분야에서 최고라고 떠들다간 큰 코 다치기 일쑤다. 어느 곳에서 숨어있던 고수가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광만 선생도 그런 숨은 고수 가운데 한 명이다. 허암(虛岩) 선생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그는 손금을 통해 운명을 읽어내는 수상(手相) 부분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손금으로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운까지 읽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허암 선생(016-349-7982)을 만나보았다.

얼굴을 관상으로 보듯이 손을 통해 운명을 읽어내는 것을 수상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이 손금도 모두 다르다. 각기 다른 손금에는 개개인의 운명이 담겨있으며, 그 코드만 알면 운명의 비밀을 읽어낼 수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개개인의 손금에 사회 전체의 운명도 기록된다는 점이다. 허암선생은 제1차 걸프전쟁이 언제 시작되어 언제 끝날 지에 대해 정확히 예측, 주위를 놀라게 했었다. 최근에는 5월 말에 나라에 큰 슬픈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거하자 주위는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손금은 네비게이션이나 마찬가지다. 네비게이션을 통해 미리 길을 알 수 있고, 모르는 길도 찾아갈 수 있다. 내몸의 사용설명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몸의 변화에 대해 미리 알려주니 말이다.”

허암 선생은 손금에는 그 사람이 겪어야할 운명은 물론 질병까지 미리 알려준다고 한다. 자신의 경우에도 54세에 대장암이 걸릴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대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일까? 허암선생은 “네비게이션은 새로운 도로정보가 나올 때마다 그것을 표시해준다. 기계는 업그레이드를 해줘야 하지만 인체는 스스로 한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손금의 정확도는 어느 정도일까? 사람의 성격, 결혼관계, 재능, 가까운 장래의 운세, 현재의 고민사항 등등에 대해 약 평균 75%정도의 확률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생을 좌우하는 것은 단 하나의 운명적 요인이 아니라 선천적 특성과 본인의 노력, 성장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기 때문이다.

손금은 숱한 인간의 경험의 축적에서 만들어낸 하나의 통계치라 할 수 있다. 손금은 타고난 유전적 특성과 성장환경에 유리한 정도를 보는데에는 도움이 되나, 운명을 결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운명이라는 것은 어떤 한 부분이 변하면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는 카오스이론과 비슷하다고 한다. 손금을 통해 미리 미래를 읽어냈다면 인간의 노력으로 미래를 변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허암선생에 의하면 손금도 변한다고 한다. 그 역시 생명선이 중년이후 위태로운 지경에 빠지는 것을 예고했지만,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데 노력한 결과 손금이 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의 운명이 어떻게 손바닥에 기록될 수 있을까? 동양인들은 하늘과 땅과 사람은 같다는 생각 아래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을 가장 훌륭한 삶으로 생각했다. 그들에게 자연은 대우주였고, 인간은 소우주였다.

사람을 축소한 소우주라고 생각했다는 것은 사람에게서 대우주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우주자연에는 일정한 원리와 법칙에 의하여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여 그것을 음양오행의 원리라고 하였으며 이 원리가 또한 소우주 인간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허암선생은 “인간은 대우주인 자연의 축소이며 그 지배를 받는다. 그렇다면 인체의 축소인 손도 대우주인 자연의 축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자연을 움직이는 음양오행의 원리가 인체 뿐만 아니라 손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수상술은 오랜역사를 지니고 있다. 힌두경전은 손금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이것이 고대 그리스의 무역상들을 통해 서양세계로 전파되게 되었다. 알렉산더대왕은 아리스토텔레스로 하여금 손금에 관한 책을 저술하게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수상으로 사람의 수명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기원전 2세기)는 의학처방을 하는데 있어 손금을 참조하는 법을 알고 있었으며, 줄리어스 시저(기원전 1세기)는 손금을 보고서 부하를 판단하기도 했다. 어떤 연구가는 미국에서 전기의자에 앉아 사형을 당하기로 확정된 극악 범죄달의 손금을 조사해본 결과 그들의 운명선의 끝 쪽에 흉상이 나타나 있었다고 한다.

허암선생은 손금을 살피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사상의학, 자미두수, 관상, 성명학, 주역 등 음양오행이론을 접목, 깊이를 더 했다. 여기에 혈액형에 대한 최신의 연구성과를 대입하여 인간운명의 오묘함을 읽어내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명쾌한 대처법을 제시하는데로 발전시키고자했다.

지금까지 3만 5천여 명을 대상으로 손금을 살폈다. 거지에서부터 재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감정을 거쳤다. 워낙 많은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이제는 손금을 보지 않아도 직감으로 상대를 읽어낼 수 있다고 한다.

“거지손금과 재벌손금은 분명 다르다. ○○재벌의 손금은 금전운이 출중하게 발달해있었다. 다만 건강이 별로 좋지 않아 조언해준 적이 있다.”

다른 사람의 운명을 말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좋은 일을 예측할 때는 관계없지만, 개인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일이거나 생명이 관련된 일은 더욱 그렇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언제 죽을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말은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고, 완전한 것도 없다. 인간의 운명도 미리 알고 대처한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손금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살아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다는 허암선생의 지론은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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