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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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세무사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 18일 예고 없이 발표한 ‘편법·지능적 탈세 혐의자 138명 집중 조사’ 대상자에 고위 공직자로 퇴직한 뒤 막대한 수입을 올리면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세무사가 여러 명 포함됐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우리 기준으로 고위 공직자는 사무관급(5급) 이상이고, 이번에 세무조사를 받게 된 세무사는 10명 남짓”이라고 밝혀 파장을 예고했다.

 138명 명의위장, 차명계좌 이용…전관 출신 변호사·세무사 탈세 추적
 고액 입시ㆍ마스크 매점매석 등 중점 검증…"자성 목소리 나올까"


국세청은 이미 서울 강남권의 세무법인 두 곳에 조사요원들을 보내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두 곳 모두 국세청 고위 간부 출신들이 설립한 곳이다.

아직 혐의가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이 두 곳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세무사 업계에 퍼지는 긴장감은 상당하다.

전관예우 받고 탈세까지 개입 논란

`전관 특혜 세무사’를 겨냥한 국세청 세무조사는 여러 번 예고됐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김현준 청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내부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지난해 11월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대상으로 전관 특혜를 지목한 상황이다.

이에 이번에 진행된 국세청 출신 세무사들에 대한 집중 조사에는 김 청장의 의지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다.

국세청이 ‘전관 특혜’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일부 세무사들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관 세무사들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강남의 클럽 ‘아레나’의 탈세 사건에 담당 세무서장 출신인 전직 강남세무서장이 세무대리를 맡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국세청의 전관예우 문제가 수면으로 올라섰다. 당시 아레나 측에서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한 돈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곤혹을 치렀다.

2018년도에는 코스닥 상장회사로부터 세무조사 무마청탁을 받고 수차례에 걸쳐 금품을 수수한 전·현직 세무공무원이 검찰에 검거되는 등의 로비 사실이 드러나자 국회는 공직 퇴임세무사에 대한 사건 수임을 제한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을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시켰다.

세정가 안팎에선 공직 퇴임 이후 세무대리 개업에 대한 일종의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여론이 팽배하다.

세무대리 시장에서 속칭 잘 나갔던 인사들이 한층 움츠러드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브리핑에서 ‘고위직 출신의 전문자격사를 영입해 영향력을 이용했다’는 내용은 수임료 누락을 통한 탈세와는 별개의 사안으로, 전관 특혜에 대한 반칙과 특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세정가 인사들은 분석한다.

세금탈루자는 물론 가족까지 조사 대상

한편 국세청은 수십·수백억 원 수입을 올리고도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탈세 혐의자 138명을 세무조사한다.

국세청은 구체적으로 ▲전관 특혜자 28명과 ▲고액 입시컨설팅 사업자 35명 ▲마스크 매점매석 등 민생침해 사업자 41명 ▲의사면허를 불법 도용한 사무장병원 34명을 조사대상으로 특정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로 세간에 드러난 고액 입시 상담가 중 상당수가 점조직 형태로 입시컨설팅 사업을 운영하다가 35명이 이번 조사대상에 올랐다.
이들은 다수의 SKY(서울·고려·연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는 입소문을 타고 강남 일대에서 유명해진 입시전문 상담원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최근 코로나19 전염병 창궐을 기화로 의약외품 도매업자가 차명계좌를 이용해 지속해서 수입금액을 빠뜨린 사례도 적발했다.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중에도 일부는 사주일가 명의 위장업체를 통해 원가 10억 원(400원/개)의 마스크 230만 개를 매점매석한 후 차명계좌를 이용해 개당 700원짜리를 현금 조건부로 1300원에 판매한 때도 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반사회적 탈세 행위로 얻은 이익을 철저히 환수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전관 특혜, 고액입시, 마스크 매점매석 등 특권과 반칙을 통한 불공정 탈세 행위에 대해 계속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또 세금탈루자들에 대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재산 형성 과정과 편법증여 여부 등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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