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x파일] 신동빈 정지선 이재현…주가 방어 나서나?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계 회장님들의 발걸음이 무겁다. 특히 지분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융통하는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회장님들은 더욱 그렇다. 그간 총수들은 대출자금을 주로 세금납부와 계열사 차입금, 그룹 지배력 강화 등의 용도로 썼다. 그러나 경기 악화와 최근 불거진 코로나19 악영향으로 매출 하락이 계속되면서 주가가 덩달아 내림세다.

반전 기미가 없어 일부 기업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오는 3월 주총을 앞두고 경영권 위협을 받는 사례들이 공공연하게 알려지면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회장님들의 활동이 분주하다.

주가 하락이 불편…. 주총 앞두고 경영권 방어 나설지 주목
세금납부ㆍ계열사 차입금ㆍ그룹 지배력 강화 등 용도로 쓰여


은행권에 빚을 진 회장님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기업집단 중 절반 이상의 그룹 총수들이 금융회사에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식담보대출은 상장주식을 금융회사에 담보로 맡기고 받는 대출이다.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긴 주식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데 제약을 받지 않아 대주주들이 급한 자금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애용한다.

대주주들 급한 자금 마련 수단으로 애용

업계에 따르면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지난해 주식담보대출에 이어 부동산 주식담보대출까지 받으며 수천억 원의 현금을 융통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주식담보대출로 약 1200억 원, 부동산담보로 약 1000억 원, 총 2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대출받은 자금의 용처가 어디인지 파악할 순 없지만, 신 명예회장이 보유한 자산을 최대한 이용해 현금을 융통했다는 데 주목된다. 무언가 급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최대한 가용재원을 이용해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지주 보유 지분 일부를 담보 맡기고 있다. 신 회장이 보유한 의결권 있는 주식 총량에서 담보가 잡힌 비중(이하 담보비중)은 59.2%다. 롯데지주에 대한 신 회장 개인 지분이 11.71%인데 그중 6.94%가 담보 설정돼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지주격인 롯데그린푸드 지분 12.67% 중 3.38%를 담보 맡겼다. 담보비중은 26.6%다. 지난해 4월5일 계약한 1건이 규모가 크다. 계약 기간이 1년으로 만기일이 곧 다가온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지주회사 CJ 주식에 대한 6건의 담보대출을 받고 있다. 가장 오래된 게 2008년이고 2014년과 2015년과 더불어 가장 가까운 계약일은 2017년 1월에 있었다. 이들 계약은 채무상환 시까지 무기한인 게 특징이다. 이 회장 CJ 지분 36.75% 중 11.53%가 담보 잡혀 있다. 담보비중은 31.3%다. 비교적 규모가 큰 담보 계약 시기는 2014년 말과 2015년 말이다.

일부 총수들은 주식담보대출로 융통한 돈을 상속세로도 활용한다. 대표적인 곳이 한진그룹과 LG다.

지난해 4월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대한한공 진에어 ㈜한진 등 자회사 지분을 담보로 한 대출금 중 일부를 상환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2년 만기로 700억 원가량을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발행준비에 돌입했다. 한진칼은 당시 보유 중인 자회사 주식 중 상당 물량이 담보로 잡혀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 주식 2,842만6706주 중 1579만9078주, 진에어 주식 1800만주 중 1005만1주, ㈜한진 주식 265만7179주 중 106만3735주가 자금을 빌려준 증권사 또는 은행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한진칼은 이를 통해 1년 만기에 연 3.3~4.1% 수준의 금리로 총 3250억 원을 빌렸다.

조 회장의 별세로 한진칼 경영승계에 필요한 상속세 재원확보를 위해서도 중장기적으로 지분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도움될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LG는 2015년 5월 고 구본무 전 회장의 별세 이후 주식을 증여받으며 경영권을 승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상속세를 납부 중이다.

하지만 90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매년 1500억 원가량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주)LG는 영업 실적이 우수하지 않았음에도 배당금을 증액하며 ‘상속세 납부를 위한 것 아니냐’는 말들을 낳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배당금 증액과 주식담보대출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으로 보인다고 조언한다.

경영권 방어 목적…주가 하방 요인 되기도

총수들이 담보로 맡긴 주식은 의결권 행사에 제한을 받지 않아 경영권에 제약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가하락은 담보대출 계약조건에 불리하다.

통상 그룹 지배회사 내 총수일가 지분은 차익 실현이 없는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주가 하방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지배력을 늘리기 위해 추가 출자나 상속 및 증여 시 낮은 주가가 유리해서다. 하지만 주식담보대출은 오히려 총수가 경영 내실화는 물론, 배당 같은 주주친화정책에도 신경 쓸 만한 요인이 된다.

이런 속사정과 더불어 실적 방어를 위해 각 그룹은 위기경영에 나섰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롯데는 신 회장이 지난달 사장단 회의에서 경영성과에 대한 뼈아픈 성찰을 강조했다. “적당주의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쓴소리도 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13일 비효율 점포 200개를 정리한다는 구조조정 방안도 내놨다. 동시에 롯데지주는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정책도 과거와 비교하면 적극적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안팎으로 배당확대 요인이 있다. 국민연금 지분이 높은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배당확대를 요구할 것이란 시장의 관측이 높다. CJ는 2020년 매출 100조 원 목표를 접고 재무 건전성 강화로 노선으로 바꿨다.

그동안 공격적인 인수·합병 투자와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재무부담 완화 및 수익성 위주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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