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의도에서는 기이한 현상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각종 행사가 취소되고 외식도 하지 않고 시장에 나오지도 않아 난리인데 여의도는 지금 공천후보자 면접으로 북적 거린다. 

정말 기이한 현상은 3선, 4선 지역 유권자로부터 선택을 받아 온 후보들이 초조한 마음으로 면접 순서를 기다리는 풍경이다. 후보들이 순서가 되어 방에 들어가면 면접위원들 앞에 나란히 앉아 두 손을 가지런히 하고 또박또박 면접위원들에게 출마 이유와 전략을 소개하고 질문에 답을 한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누가 심사위원이고 누가 면접을 보는 후보들인지 알 수가 없다. 특히 후보들의 학·경력 등이 실린 제출서류를 보면 누가 이 사람들을 심사하고 심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과연 면접위원들이 자기 앞에 앉아 있는 후보들보다 더 잘났다고,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정치발전을 위해 공헌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초등학생이 노 교수의 ‘연구능력’을 평가하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우리는 아직도 정치권의 중진 의원이나 사회적으로 충분히 검증된 사람들이 국민 앞이 아니라 면접위원들 앞에서 먼저 심사를 받고 공천을 받아야 한다. 역주행 코미디를 계속하고 있다. 국민검증과 선택이라는 선거가 있는데 왜 사전에 후보들이 면접을 보고 심사를 받고 공천장을 받아야만 하나. 유권자들의 혼란과 고민을 줄여 주기 위한 사전 필터링인가.

지금 민주당은 친문 전략공천 - 원칙 없는 컷오프 등으로 시끄럽다. 어느 의원은 ‘감동은 없고 낙하산만 왔다’고 한탄해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다. 소위 보수통합이라는 명분으로 이당 저당 끌어모은 미래통합당도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착수하면서 갈등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황교안 전 한국당 대표를 비롯해 전·현직 당대표나 중진 의원들이 면접을 봤다. 몇몇 중진 의원들은 경선도 할 수 없는 컷 오프 대상이 될까 봐 미리 불출마를 선언했다.

아직도 중앙당이 공천권을 독점해 공천심사, 전략공천 운운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선거이고 누구의 선거인지 모르겠다.  중앙당의 공천심사, 공천독점은 국민을, 국민의 인식 수준을 깡그리 무시한, ‘국민은 몰라도 돼’ 식의 독재적. 폐쇄적 발상이다. 소수의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내놓지 않기 위해 자기 입맛에 맞는 후보들만 내놓고 국민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권력유지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거이다.

인터넷에 화제만 되면 반나절도 안 돼 신상을 털어내는 인터넷 강국 국민들인데, 자기 지역구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신상 하나 털어내지 못해 깜깜이 투표할까 봐 걱정되어 사전에 자기들이 검사해 주겠다고 나서는 꼴이다. 한심할 뿐이다. 당원뿐만 아니라 상대 당원도 참여가 가능한 오픈 프라이머리로 후보를 선택하는 미국이나 비례대표조차 당원들의 투표로 결정하는 유럽 국가들의 국민은 우리 국민보다 수준이 훨씬 높은 국민인가. 

민주당과 정의당 등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했던 정치권은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공천 독점’을 지적하는 반대파들을 향해 ‘민주적 선출’로 맞섰다. 지금 공천의 민주화, 민주적 공천이 보장되고 실현되고 있다고 보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21대 공천이 과거 17대보다도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후보들이 지역구에서 지역민들을 만나고 지지를 호소하기보다 서울 여의도에 더 몰려있다. 후보들에게는 지역 유권자 한 명보다 중앙당 실세들의 눈도장이 더 중요하다. 

언제까지나 이런 비민주적, 기이한, 코미디 같은 짓을 계속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상향식 공천을 이야기하면 ‘정치 신인에게 불리하다’고 한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이야기하면 ‘상대 당원들의 역선택’을 거론한다. 그럼 지역민들이 원하지 않아도 ‘신인’이기 때문에 국회의원 배지를 줘야 하나. 또 공천 시 반드시 포함되는 여론조사 역선택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개혁의 시작은 공천권을 국민과 당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후보 공천권이 중앙당의 소수 실세들에게 집중되어 있다면 그들이 무엇을 약속해도 국민은 죽 써서 개 주는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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