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대표 “나를 두고 ‘변절자’ 표현 모르는 소리”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사건으로 나라전체가 슬픔에 빠져 있을 때 노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난하고 나선 용감한(?) 인물이 있다. 주간신문 미디어워치의 변희재 대표가 바로 그다. 앞서 변 대표는 진보파에서 보수파로 정치적 색깔을 바꿔 세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의 변신은 놀랍고도 철저했다. 노 전 대통령 자살사건이 터지자 그는 대표적 보수인사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와 쌍벽을 이루는 발언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조 전 대표는 “자살한 노 전 대통령에게 ‘서거’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고, 변 대표는 “전 대통령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무책임한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민장으로 치른 것에 대해 “비록 사망했더라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에 대중들은 경악했다. 인터넷에선 변 대표를 비난하는 글이 봇물을 이뤘다. 그를 두고 ‘변절자’라는 격한 표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그가 왜 바뀌었는지를 살펴보려는 이들은 없었다. 왜일까. 이에 ‘變(변할 변)희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변 대표는 인터넷 뉴스 사이트 ‘빅뉴스’와 오프라인 주간신문 ‘미디어 워치’를 운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온라인에선 수많은 변의 안티들이 그를 힐난하고 있지만 변 대표는 정작 개의치 않는다.

안티들 활동은 온라인에서 그칠 뿐 실제로 변의 안티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설령 안티가 실제로 많다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고, 또 신경 쓸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자신의 언행을 되돌아 보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스스로의 원칙을 변함없이 지켜왔기 때문에 떳떳하다는 것이다.

변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변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나의 원칙이 뭔지 모르고 단지 언론 등을 통해 보여 지는 겉모습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다. 분명히 말 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온·오프라인 언론사를 운영하는 리더로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변 대표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에 대한 개인적 견해는 일부 생략했다.

- 많이 바빠 보이는데, 최근 근황은 어떤가.
▲ 예전이나 지금이나 늘 똑같다. 요즘에는 몇 달 전 창간한 주간지 ‘미디어 워치’ 발행 때문에 더 바빠진 것 같다. 아무래도 사업체를 대표자로서 경영하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서툰 점이 많아 고생하고 있다.

- 변희재라는 이름이 뉴스메이커로 자리를 완전히 굳힌 것 같다.
▲ 뉴스메이커라고까지 할 것은 없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선 어떤지 몰라도 내 주위에선 특별히 그런 분위기가 없다. 인터넷에서만 한차례 떠들썩하다 마는 것이다.

- 비난을 많이 받고 있다 들었다.
▲ 그렇다. 특히 인터넷에서 나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 비난이 오프라인으로 연결되는 것 같지는 않다. 나를 아는 사람들 중에 나를 비난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 쏟아지는 비난들은 인터넷에서만 국한 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인터넷의 반응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 변절자라 불리고 있는데 변 대표의 생각은 어떤가.
▲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은 정치적 의미에서다. 하지만 나는 변한 적 없다. 내 생각에 정치적 변절자가 되려면 본인이 갖고 있는 원천사상, 정책방향, 지지정당 등이 변해야 하는데 이중 나는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 원천사상의 경우 오히려 전보다 더 확고해졌다.

- 하지만 본인의 생각과 달리 진보에서 보수로 차를 옮겨 탔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 보수언론에 글을 기고하고 보수파들의 주장에 동조해서 그런 것이라 판단된다. 그러나 그것은 행위만 본 것일 뿐 그 행위의 원천이 무엇인가를 보려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오해다. 나는 한 가지 일관된 원천사상을 갖고 있다. 진보든 보수든 그 사상을 추구하는 쪽이 내 편인 것이다. 내가 누구의 편인가를 볼 게 아니라 누가 내 편인가를 본다는 것이다.


시장경제 투명성 절실

-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온·오프 신문 제작이 전부인가.
▲ 그렇지 않다. 실크로드CEO포럼이라는 것을 만들어 조직을 운영 중이다.

- 포럼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 간단하게 말하자면 청년기업가들의 모임이다. 젊고 패기 넘치고 실력 있는 청년기업가들을 육성하고 우리나라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자는 게 포럼구성의 주목적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시장성이 투명해야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시장이 혼탁하고 특정 세력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과 저자본가들이 기업하기 힘들고 부패가 심하다. 포럼은 이런 부분의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 포럼의 활동이 정치적 이슈를 생산하는 변 대표의 이미지와 다소 틀리다.
▲ 내 이미지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시장이 투명해져야 한다는 것은 나의 오랜 생각이다. 우리나라 정치·경제 전반에 나타나는 결탁과 로비 특혜 등의 시장의 불투명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시장이 투명하다면 경제계가 정치권에 로비하기 힘들어진다는 게 내 생각이다.

- 시장성투명화를 위해 포럼을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가.
▲ 청년기업가들을 위한 월간지를 준비 중이다. 월간지를 통해 시장성 투명화는 물론 청년기업가들이 능동적으로 사업을 펼 수 있도록 여론 조성에 힘 쏟을 것이다.

- 언론에 관심이 많은데 일각에선 정치에 뜻을 두고 포석을 까는 것이란 말도 있다.
▲ 절대 그렇지 않다. 이 자리에서 단언컨대 내가 정치에 진출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벌써 정치 입문 제의가 몇 번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 거절했다. 나는 언론과 포럼만 정진할 것이다. 또 언론이라 하더라도 시사지는 절대 아니다. 전문지를 하려는 게 나의 목표다.

- 대중들은 변 대표가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지 않나.
▲ 나와 결부된 사항이 아니라면 솔직히 정치에 관심 없다. 다만 정책에는 관심이 있다. 그건 국민이라면 당연한 것 아닌가. 정책을 건드리다보니 정치까지 이어지기도 하는데, 정치 자체에 나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또 나는 대중과 어울리는데 서툴기 때문에 정치를 못하는 사람이다. 정치에 뜻이 있다면 벌써부터 네티즌들에게 욕먹으며 살겠나.

- 언론인으로서 미디어법을 어떻게 생각하나.
▲ 그것 때문에 사회가 시끄러운데, 이런 현상을 개인적으로 참 이해하기 힘들다. 미디어법은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미어법으로 인해 사회가 크게 변할 일도 없고 지금의 언론시장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라고 본다. 미디어법의 파장이 큰 이유는 정치권에서 자꾸 이슈화 시키고 언론에서 자꾸 사안을 부풀리는 탓인 것 같다. 미디어법은 아무 의미 없는 법이다.


대한민국 언론 몰락 자초해

-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 미디어법은 신문·방송을 겸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골자인데 이를 실행에 옮기는 언론사와 방송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봐야한다. 대기업이 신문방송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데 대기업 중 일부는 이미 IPTV사업을 하고 있고 또 다른 일부는 케이블TV 등 다른 전문 방송을 이미 시작한 상태다. 종합편성채널은 어차피 누구나 다 하게 돼 있는 것이지만 경쟁력도 없고 자본만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업이 안한 것이라는 얘기다. 또 기업이 YTN과 같은 뉴스보도채널을 만들어 타 언론사와 경쟁하는 어리석은 일을 할 리 없다. 기업이 뉴스채널을 만들게 되면 경쟁사인 타 언론에서 해당 기업을 가만 놔둘 리 없지 않나. 결국 할 사람이 없다는 얘긴데, 그런 법안가지고 국회에서 난리치는 것이다. 시간낭비가 따로 없다.

- 미디어법으로 인해 우리나라 언론시장이 붕괴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 언론시장의 붕괴는 언론사 스스로 만든 결과물이지 미디어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언론은 정치적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고 여·야로 편이 갈려 국민적 혼돈을 야기했다. 언론인들이 중립적인 자세에서 정치를 보고 보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다른 선진국을 볼 때 언론사가 권력을 잡은 정치권과 결탁해 밀어주고 당겨주고 하는 일은 드물다. 이렇게 협조한 대가로 특혜를 받아 챙기는데 무슨 중립성을 확보하겠나. 중립이 될 수 없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언론인들의 정치권 진출이다. 언론인들 중 많은 이들이 정치권에 진출한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위해 언론사를 거치기도 한다. 애초 언론이 중립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선진국에선 기자는 말 그대로 국민을 대신한 감시자다. 그래서 기자는 평생 기자로 남는다. 적당히 기자생활하다 정치권으로 슬쩍 자리를 옮기는 일은 비난 받을 일이다. 이는 결국 언론인이라는 자리를 출세에 이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부패한 MBC 반드시 개혁돼야

- 최근 MBC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한다고 들었다.
▲ MBC는 지금까지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였다. 회사는 있는데 오너가 없는 식이다. 회사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면 주주들이 결의해서 이를 바로 잡아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이 전혀 없다. MBC의 방문진 이사라는 것은 실권이 전혀 없다. 실질적인 운영에 전혀 개입할 수 없게 돼 있다. 때문에 MBC는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부분을 과감히 고쳐야 한다. 이번 PD수첩 파문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됐으면 그에 따라 책임지고 물러나는 사람이 있어야하는데, 오히려 MBC의 권세를 등에 업고 명백한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있다. MBC에 따르면 검찰이 엉터리 수사를 하고 누명을 씌우고 있다는 것인데 그런 부분은 납득하기 어렵다.

- 현 정부가 MBC를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들었다. 이번 승부가 그것과 관련 있는 것은 아닌가.
▲ 현 정부와는 무관하게 나는 언론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싶은 것뿐이다. 고질적인 문제가 있어온 것이 사실인데 왜 다른 언론들이 침묵해야하나. PD수첩뿐 아니라 최근 MBC가 보이고 있는 성향에 제동을 걸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국민의 입장에서도 특정 방송국의 소리만 듣고 그것에 현혹돼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실용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금까지 대체 뭐가 실용적이었는가를 묻고 싶다. 실용은 실력이 있어야하는데, 정부당국자들의 정책실행 실태를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용을 뒷받침할 실력이 현 정부에는 없는 것 같다.

- 앞으로의 계획은?
▲ 회사 운영이 쉽지 않다. 내가 영업도 뛰고 기사도 쓴다. 심지어 신문배포도 간섭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들을 풀기위해 여러 방면으로 힘쓰는 것 외 할 게 뭐 있겠나. 아까도 말했지만 미디어 워치를 통해 언론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나름대로 언론시장의 불황을 돌파할 수 있는 비전이 있다. 언론사 대표로서 이 비전을 현실화 시키도록 할 것이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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