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용되는 이번 총선…물밑 작업 치열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 참석해 “정의당이 마치 비례대표를 갖고 장사를 한다는 대단한 오해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정의당은 전날인 19일 전국위원회의를 통해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의 기탁금을 상향 조정할 것을 의결했는데,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 비판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에 비례대표 후보 지원자들이 몰리면서 “비례대표를 갖고 장사를 한다는 대단한 오해”는 더욱 가중된 상황이다. 반면 미래통합당 위성정당 ‘미래한국당’ 역시 신청자가 몰리고 있지만 깜깜이 상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 [뉴시스]

 

-정의당, 당내 기탁금 500만→3500만…7배 ‘훌쩍’
-미래한국당, 한선교·조훈현 ‘친박 일색’…친박계 전용 정당?


정의당은 지난달 19일 4·15 총선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의 기탁금을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500만 원의 기탁금을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내 기탁금을 500만 원에서 3500만 원으로 올린 것이다. 이는 현행 액수보다 무려 7배나 높아진 금액이다.

공직선거법 등에 따르면 국회의원 기탁금은 1500만 원이다. 총선 출마자 입장에서 기탁금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당초 기탁금의 취지는 후보가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기탁금이 없을 경우 수많은 후보들이 선거에 나올 수 있어 유권자들의 시야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6년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기탁금이 과하다는 위헌 심판 청구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고액의 기탁금은 거대 정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다양해진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해 사표를 양산하는 다수대표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반한다”면서 “비례대표 기탁금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며 공익보다 제한되는 정당 활동의 자유 등 불이익이 크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비례대표 후보에게 기탁금을 받는 것은 헌법 불합치”라는 뜻으로, 기탁금 액수가 너무 높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은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의 당내 기탁금을 무려 7배나 상향 조정했다.
 

4월15일 실시하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5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모의개표 시연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수작업을 통한 모의개표를 하고 있다. 2020.02.05. [뉴시스]
4월15일 실시하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5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모의개표 시연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수작업을 통한 모의개표를 하고 있다. 2020.02.05. [뉴시스]

 

정의당, “비례대표 장사는 대단한 오해”라더니…

이번 4·15 총선까지 불과 5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지역구 혹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여부를 떠나 정치에 꿈이 있다면 어떻게든 배지를 달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나설 경우 사용 금액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나설 경우의 금액을 비교해 보고자 지난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를 찾았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나설 경우 선거비용 제한액을 산출하는 공식이 있어 상한액 구간이 설정된다고 설명했다. 즉, 선거구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으나 선거 비용으로 사용되는 금액은 일정 금액을 넘길 수 없다는 뜻이다.

해당 법령은 공직선거법 121조다. 관계 조항에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1억원+(인구수×200원)+(읍·면·동수×200만 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경우 하나의 국회의원 지역구가 둘 이상의 자치구·시·군으로 된 경우에는 하나를 초과하는 자치구·시·군마다 1500만 원을 가산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선거 사무장과 사무원 역시 지역구별로 가산공식은 다를 수 있지만 최소 금액인 1억 원은 선거에서 필히 소요되는 모양새다.

반면 앞서 언급한 비례대표의 경우는 최소 1억 원 이상이 요구되는 지역구 국회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일 수 있다. 그래서 비례대표로 몰릴 공산이 커지는 셈이다. 심지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이번 총선에서 최초 시행됨에 따라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수도 있다는 계산까지 가미되면서 후보자가 몰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정의당의 비례대표 경선 예비후보 등록자는 지난 20일까지 모두 37명을 기록했다. 후보자 입장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의 준비 액수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준비 액수를 감안하면 더욱 경제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총 37명의 예비후보 등록자의 비례대표 기탁금을 기존 500만 원으로 계산할 경우 총액은 1억8500만 원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상향 조정된 금액을 감안하면 12억8000만 원 이상이다. 기탁금 상향 조정에 따른 차익은 무려 10억 원이 넘는다.

앞서 심 대표가 지난달 20일 국회 상무위원회의에서 했던 “정의당이 비례대표 장사를 한다는 대단한 오해가 있다”라는 발언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 [뉴시스]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 [뉴시스]


함구하다 친박 의혹 시달리는 미래한국당

지난달 2일, 한선교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지난 5일, 당시 한국당은 오는 총선부터 적용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비하고자 미래한국당을 출범시켰다.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전문 정당으로, 이날 국회 도서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한 의원을 초대 당대표로 합의 추대했다.

앞서 불출마 선언을 했을 당시 한 대표는 “제 의원 생활 중에 탄핵되시고 감옥에 가신 박근혜 대통령께 정말 죄송하다. 용서해 달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후 친박계 의원으로 알려진 조훈현 의원이 미래한국당 사무총장직을 맡으면서 일각에서는 다시금 미래한국당이 친박계 의원 전용 정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피어오르기도 했다. 게다가 사무처 구성 및 공관위 구성 등을 놓고서 일절 함구하자 ‘깜깜이’ 인재 영입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정가에서는 ‘미래통합당 진입에 실패한 후보자들의 통로’가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 대표는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에 출연해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의 자매 정당의 역할을 하는 정당으로, 정체성과 그 뜻이 같은 비례대표 전문 정당”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 대표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고유의 전문성을 가진 분들로 모실 것”이라며 “그동안 오디션 방식을 채택해 왔는데, 전문성을 감안하면 당에서 필요한 인재가 빠질 수 있어 심사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해 한 점 의혹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한국당은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천관리위원장으로 ‘공병호경영연구소’의 공병호 소장이 내정됐다고 밝혔다. 공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래통합당 공천 탈락 후 미래한국당으로 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지금 말씀드릴 수 없다”며 “과거 방식대로 순서를 정한 후 내려 보내는 방식은 안 된다”라고 그동안의 의혹에 선을 그었다. 또한 그는 “당헌상 11인 이내로 구성돼야 하는데 대개 7명 내외로 하면 어떨까 한다”라고 밝힌 상태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위원장께 드리는 모든 공천에 관한 권한은 거의 100%로, 우리 정당사상 공천에 있어 공관위가 독립 선언한 것”이라며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조건에서 공개 모집을 통해 동일 심사 절차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 대표는 홍문종 의원의 ‘친박신당(가칭)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홍 의원이 저한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여기서 거론할 얘기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으로 적용되는 이번 4·15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소수 정당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전에 목을 매고 있는 형국이다.
 

선거 도장. [뉴시스]
선거 도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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