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 최전선 ‘파주을’…여야 ‘충돌’ 예고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전체 지역구 의석 253개 가운데 23.7%에 해당하는 60개 의석은 경기도에 포진해 있다. 경기도는 전국 최다 의석을 갖고 있다. 불과 5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총선에서 여야 모두 수도권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경기 북부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인 대북 정책의 성패를 미리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대북 정책 기조에 따라 경기 북부 접경지역에서는 바닥 민심이 권력의 판세를 극명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북한과 맞대고 있는 접경지 선거구 가운데 경기 파주을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해 9월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 일대의 북한군 묘지. [조주형 기자]
지난해 9월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 일대의 북한군 묘지. [조주형 기자]

 

-박정 “평화가 곧 경제” vs 최대현 “전투보다 전쟁에서 이겨야”

경기도는 지난해 3월4일 파주시 적성면 답곡리 일대의 북한군 묘지, 일명 ‘적(敵)군 묘지’ 시설을 국방부로부터 경기도로 이관하기 위한 업무협약서를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이화영(現 용인갑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평화부지사는 “경기도는 이번 북한군 묘지 이관을 통해 남북평화 협력시대를 주도하는 데 뜻깊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고, 경기도 역시 해당 부지에 평화공원 조성 등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경기도와 국방부에 따르면 적군 묘지에는 북한군 유해 843구가 매장돼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에 따르면 적군 묘지에는 1968년 1월21일 청와대를 습격한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소속 124부대 침투공작원 30여 명을 비롯해 1987년 11월29일 대한항공 858편을 폭파한 김승일과 1998년 12월17일 여수 반잠수정 침투사건 때 사망한 공작원 6명의 유해가 포함돼 있다.

또한 파주시 파평면 두포리 일대에는 6·25 남침을 감행한 북한군이 경찰과 공무원 등 97명을 무참하게 학살했던 현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학살 현장에는 ‘호국 영령 되시어 조국 품에 영원하소서’라는 추모비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파평면과 적성면 등을 포함하고 있는 선거구인 파주을은 끝나지 않은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이른바 ‘대한민국 안보전선 1번지’다.

현재 박정(58)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대 총선에서 47%의 득표율을 받아 이곳의 현역 국회의원이 됐다. 지난 20대 총선 때 현역의 황진하 의원과 파주시장 출신인 류화선 후보가 당시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신청했다. 하지만 류 후보가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표가 분산돼 민주당 단일후보였던 지금의 박 의원이 당선됐다.
 

박정(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대현(오른쪽) 미래통합당 예비후보. [선거통계시스템]
박정(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대현(오른쪽) 미래통합당 예비후보. [선거통계시스템]

 

박정 “한반도 평화, 파주를 더 크게 할 것”

그동안 파주을은 그동안 보수 진영의 후보들이 깃발을 꽂아 왔지만, 지난 20대 총선 당시 후보 난립 등으로 표가 분산되면서 박 의원이 당선됐다. 북한과 직접 마주하고 있는 접경지역인 데다 군사 시설 등이 밀집해 있어 북한에 의한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지역구다. 즉, ‘안보 불안’에 따른 위기감이 총선에서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안보 현안에 민감한 지역구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박 의원은 지난 3일 “평화는 곧 경제”라는 기조 아래 21대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파주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많은 양보와 희생을 요구받아 왔지만, 파주를 옥죄던 걸림돌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며 “평화가 곧 경제인 시대에 한반도 평화가 파주를 더 크게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박 의원은 국회에 입성한 이후 1호 법안으로 ‘통일경제파주특별자치시의 설치 및 파주평화경제특별구역의 조성·운영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내놨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국내외의 총체적 위기 여건과 한계를 해소할 수 있는 궁극적 해결책이자 성장 동력은 남북 간 전방위적 협력관계 구축’이라며 그 사례가 바로 개성공단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박 의원은 남북 간 철도 연결도 주요 과제로 봤다. 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등에서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을 만나 경의선을 비롯한 남북철도연결을 강조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즉, ‘대북사업 활성화는 곧 경제부흥’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두포리 일대의 북한군에 의한 양민 학살 희생자 위령비. [다묵시스템]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두포리 일대의 북한군에 의한 양민 학살 희생자 위령비. [다묵시스템]

 

최대현 “文 대북 정책은 실패…오히려 한 맺혀"

현재 미래통합당 소속 파주을 예비후보는 지난 20일 기준으로 김동규·조병국·한길룡·서창연·우관영·박용호·권민영·임상수·최대현 등 모두 9명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학군 장교 출신이면서 전 MBC 아나운서였던 최대현(46) 예비후보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최 예비후보는 이날 “사회 초년병 시절, 신혼 생활에 이어 아이들과의 추억이 깃든 곳은 파주”라며 “반세기 전 6·25 격전지였던 파주에서 북한군에 의해 학살된 주민 100여 명의 후손들과 함께 이곳에 정착해 파주 시민이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번 총선에 출마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과거 박정 민주당 의원은 파주 시민들의 적인 북한군이 묻혀 있는 일명 적군 묘지에서 참배를 강행했고, 설상가상으로 북한군의 유해가 매장된 묘지를 시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역 시민들의 한을 풀 것”이라고 밝혔다.

최 예비후보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선언을 마친 후 기자와 만나 “파주을 지역구는 군사 훈련이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은 곳”이라며 “실제로 지역 주민들은 생활의 일부가 된 군사 훈련에 대해 군과 함께 해야 안전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훈련이 없을 경우 불안하다는 분들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기 북부 접경 지역 가운데 특히 파주는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다보니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따른 영향을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받고 있는 상태”라며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 중인 대북 정책은 결과적으로 북한에 굴종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지역 분위기 또한 당연히 부드럽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파주을 지역구 안에 있는 적성면에는 북한군 묘지가 있는데, 기자도 알다시피 지난해 언론이 그곳 북한군 묘지의 실체를 보도한 바 있다”며 “북한군 묘지가 오와 열을 맞춰 가지런히 조성돼 있지만, 파평면 두포리 일대에 있는 북한군의 양민 학살 현장은 묘지는커녕 초라한 울타리에 비석 하나 갖다 놨다. 결국 정부 당국자들부터 다들 잊어가고 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 예비후보는 “현재 파주에는 북한군에게 학살당한 양민들의 자손들이 대를 이어 살고 있는데, 지역구 주민들의 한 맺힌 역사를 이런 식으로 왜곡하는 게 국회의원의 도리일 수는 없다”는 비판과 함께 “반드시 지역 주민들의 한을 풀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 예비후보는 이날 기자에게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 전쟁에서 지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바로 최 예비후보를 비롯한 9명의 미래통합당 후보 간 경선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는 “앞서 보수 진영이 지난 선거에서 패배했던 이유는 바로 내부 분열 때문”이라며 “통합을 기치로 내건 상황에서 나 혼자 전투에서 이기겠다고 전쟁에서 지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최 예비후보는 “이번 4·15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일이다. 모든 경선에 충실하게 임할 것을 약속드린다. 반드시 뭉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다. 하지만 파주을 지역구는 이미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심판대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박 의원이 지난 3일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평화가 곧 경제”라는 기조를 유지하게 될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선거 도장. [뉴시스]
선거 도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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