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땅 노린다… ‘묻지마 투자’ 주의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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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그린벨트’를 미끼로 투자를 유도하는 ‘묻지마 투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두 지역의 주택 공급난이 계속되면서 ‘그린벨트가 해제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이용한 기획부동산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서울과 경기도 그린벨트 거래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린벨트를 이용해 땅을 투자하라는 글은 피하라고 경고했다.

기획부동산 꼼수에 피해자들 속수무책… 그린벨트로 투자 부추겨

부동산 전문가들 “그린벨트 해제 사실상 불가능… 투자 미끼 조심”

서울과 경기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거래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과 경기 신도시 의 집값이 껑충 뛰는 가운데 집을 지을 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그린벨트가 해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자들이 몰려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10일까지 경기도권에서만 약 1조1088억 원 규모의 토지가 매매됐는데 이 중 그린벨트 지역은 1079억 원으로 9.73%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같은 기간 전체 토지매매액 2조258억 원 중 7.97%에 해당하는 1615억 원 규모의 그린벨트 지역이 매매됐다. 경기도 땅 투자는 대규모 개발사업 주변인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부천 대장, 고양 창릉 등 3기신도시 등에 집중되고 있다.

시흥시 정왕동은 단일 필지 최대 매매액인 약 40억 원 규모 투자가 이뤄지기도 했으며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 주변 그린벨트에도 투자금이 몰리는 상황이다. 용두동 일대 토지 거래액은 올해 경기도 일대 전체 그린벨트의 10.65%에 달한 115억 원을 기록했다.

서울 역시 그린벨트 토지 거래액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토지건물 정보 플랫폼 밸류맵에 따르면 2019년 서울 지역 내 그린벨트 토지 총거래액은 2446억5843만 원으로 전년보다 29.6%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그린벨트 토지 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일반거래 총거래액은 2129억 원으로 전년의 1489억 원보다 41.9% 증가했지만 땅을 쪼개 매매하는 이른바 ‘쪼개기’로 의심되는 지분거래 총거래액은 317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20.3% 감소했다. 지분거래 대신 일반거래액이 늘어났다는 점을 비춰볼 때 오랜 기간 거래되지 않았던 땅들이 대거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짐작된다.

도봉구, 지분거래 351건… 가장 많아 

지난해 도봉구 일대는 1년간 그린벨트로 묶여 있던 산 등 351건의 거래가 있었는데 대부분 지분거래였다. 도봉구 도봉동과 함께 그린벨트 지역의 지분거래가 많이 일어난 지역은 송파구 마천동 103건, 구로구 항동 51건, 구로구 궁동 47건, 송파구 오금동 32건 등이었다. 일반거래의 경우 강서구 오곡동이 30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 내곡동이 19건으로 그 뒤를 차지했다. 올해 역시 서울의 그린벨트 땅 거래는 계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그린벨트 땅은 지난 1월에만 최저 244만 원에서 최고 10억3400만 원 등 3건의 거래가 있었다.

그린벨트는 대체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이나 개발행위 제한지역으로 묶여 있어 거래가 까다롭지만,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그린벨트를 주변으로 막대한 거래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이유는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보금자리주택 30만호를 공급하기 위해 그린벨트 땅 일부를 해제했고 이후 그린벨트 추가 해제에 대한 기대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이러한 심리는 이달 서울시가 ‘그린벨트 실태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일각에서는 집값 상승세와 주택 공급 부족을 막기 위해 그린벨트 일부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단순 차원 조사”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이용해 기획부동산이 이를 악용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과거 정부 시절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택을 공급한 사례를 거론해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유명 포털사이트 카페 및 블로그와 유튜브, 신문 광고, 전단지 등 온·오프라인에서 쉽게 볼 수있다. 실제로 구글에 ‘그린벨트’, ‘땅 투자’ 라는 키워드만 검색해도 기획부동산의 상담·문의·모집 등의 글이 눈을 발견할 수 있다. 기획부동산은 ‘그린벨트 해제’, ‘역세권 개발 및 광역교통망 개통 수혜지’ 등 소액을 투자해도 크게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기획부동산의 미끼를 문 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가 심각한 상황이다.

기획부동산 횡포로 피해자 확산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기획 부동산의 횡포에 대해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부산의 30대 시민입니다. 기획부동산들이 활개를 치며 토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서민들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며 “더 신** 경매 대표는 ‘청와대 고위 인사들이랑 인맥이 있어 국가 정책 시나리오를 다 읽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쓸모없는 쓰레기 땅을 지인에게 팔면 돈이 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놓아, 갈수록 피해자가 커지는 판국이다”라고 토로했다.

기획부동산에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만든 카페도 등장하면서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다. 한 카페의 회원은 “곧 그린벨트가 풀린다고 땅을 소개해줬다. 겉보기에도 좋은 땅이고 별 문제가 없다 생각했는데 정작 계약할 때는 쓸모없는 쓰레기 땅을 계약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경매, **개발 등 ‘그린벨트가 풀린다’, ‘국가 정책을 비밀리에 받고 있다’ 등의 말로 투자자들을 유혹한다”고 주의를 남겼다.

부동산 토지 전문가는 “그린벨트 지역에 대한 투자가치를 역으로 이용해 매수인들에게 접근하는 기획부동산 브로커들을 조심해야 한다”며 “이들은 제한구역 해제 등 확인되지 않은 말로 투자자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일부 기획부동산들이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린벨트의 해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제 조건은 까다롭고 공공성이 이유가 돼야 하므로 기획부동산들의 투자 미끼를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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