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교수
조성진 교수

월성1호기의 문제를 오래되어 위험한 원자로의 폐기라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자연재해나 호르무즈해협의 장기 봉쇄와 같은 비상시국의 에너지 안보대책과 막대한 원자재 수입 대금의 지출 그리고 대체 발전 수단의 도입과 관련한 제반 문제들과 연관 지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기 및 에너지에 대한 기본적 개념도 잘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마치 전문가인 양 환경 이야기를 소설 같이 지어내어 영화도 찍고 강연 다니고 하면서 국민을 호도해 왔다. 감성에 호소하는 괴담을 만들어서, 우리 미래 세대의 확실한 먹거리인 멀쩡한 기업체들을 파괴하고 그 임직원들을 사정없이 거리로 내몰고 있다. 

자칭 환경전문가들에게 묻는다. 방사선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떻게 관리해서 사용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가? 도룡뇽까지도 걱정하면서, 타들어가는 기업과 종업원들은 도외시하는가? 과연 천성산 도룡뇽은 멸종했는가? 그대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해서 수술대에 누워 있을 때, 의학드라마 열심히 본 비전문가들이 공론화하여 얻은 결론대로 수술해 주겠노라고 메스를 들고 들어오면 곱게 받아들일 것인가?    

필자는 2016년 9월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이하  한수원)의 비상임이사로 임명된 이래, 매달 한 번씩 개최되는 이사회에 참석하여 회사의 경영 현황과 80억 원 이상의 지출을 검토하고 승인하는 업무를 하였으며, 고리 1호기 폐로식과 같은 회사의 대외활동에도 참석하였다. 고리 1호기는 지난 40년간 대한민국의 중화학공업 발전의 초석이었으며 대한민국의 산업화에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

따라서 이 행사는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고리 1호기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자리라고 기대하였다. 그러나 대통령은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탈핵에 관한 계획을 밝히는 연설을 하였다. 이날의 행사는 전기의 원활한 공급과 원자력발전소의 무사고 운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한수원의 식구들에게 던진 절망과 모욕의 시작이었다. 원전마피아라고? 해로운 방사선을 만들고 퍼트리는 더러운 사람들이라고?  

본인은 2017년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 중지를 위한 한수원의 이사회에서 부당함을 지적하면서 홀로 반대하였으며, 2018년 월성 1호기의 폐로를 위한 이사회에서도 혼자 반대하고 바로 사표를 제출하였다. 

안전성 부족이라는 이유로는 월성1호기를 폐기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제성이 없어서라는 이유를 만들어 냈지만, 이는 완벽한 사기이다.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 자료에서 조기 폐지에 따른 손실비용을 고의로 누락시켰고 폐지 후 발생할 운전 유지비를 과소평가하였으며 심지어는 월성1호기의 이용률마저도 조작을 한 정황이 보인다. 

전기를 생산 판매하는 회사가 자사의 이익을 버리고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고는 볼 수 없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에 따른 협조요청”이라는 공문에 따라 한수원 스스로 월성1호기의 폐기를 의결한 것이므로, 회사의 자발적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정부의 발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산업부와 한수원 그리고 회계법인 관계자들은 몇 차례의 회의를 거듭하면서 서로 공모하여 경제성을 의도적으로 축소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이사회에 월성1호기의 폐지를 부의하여 통과시켰음에도 자발적 선택인가?

민법(民法)과 상법에 의하면 공공기관의 비상임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정부는 공공기관의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하여 공공기관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이런 결정 과정을 만들어낸 산업부와 한수원의 관련자들은 배임죄뿐만 아니라 직무유기 및 직권 남용죄로 단죄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비상임이사들과 경영진은 선관주의 의무를 배반하고 책임의 엄중함을 도외시하고 무작정 거수기 노릇을 하여, 주주·국민에게 천문학적 손해를 입혔으므로 합당한 절차에 따라 그들의 고의성과 부주의로 인한 과실 여부를 따져서 처벌되어야 한다.

최근 감사원은 감사결과의 발표를 연기하였는데,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명명백백한 결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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