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뉴질랜드 총선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뉴질랜드 국회의원에 당선된 멜리사 리(한국명 이지연, 42)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국회의원 당선 이전에 아시아다운언도 TV프로그램 진행자로 맹활약했다.

그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가라데 사범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고교 1학년 때 대학 진학을 위해 호주로 옮겨 간 리 의원은 대학을 마친 뒤 1988년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

뉴질랜드에서 신문사 기자로 자리를 잡았다. 5년간 기자로 일하다가 94년 뉴질랜드 국영방송 TVNZ로 옮겼다. 앵커로 일하면서 뉴질랜드 내 소수 민족 이슈들을 다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96년엔 직접 ‘아시아 비전’이란 회사를 차려 방송 프로그램 제작자 및 진행자로 일했다.

하지만 정치인의 꿈을 버린 것은 아니었다. “동양인이고, 한국인이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 미래에 한계를 짓고 싶지 않았어요. 다만 언론인이라서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을 뿐이지요.”

10년 전에도 국민당에서 첫 ‘러브콜’이 왔지만 그는 거절했다. “98년에 아들을 낳았거든요. 갓난아이를 두고 정계에 나서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2006년인가? 다시 국민당에서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제의가 왔어요. 아이도 많이 크고 해서 수락했지요.”

그는 지난 6월 또 다른 ‘도전’을 감행했다. 헬렌 클라크 전 총리가 유엔개발계획 총재로 가면서 공석이 된 오클랜드 서부 지역 마운트 앨버트 지역구 보궐선거에 나섰던 것. 결과는 낙선이었지만 뉴질랜드 제도상 의원직은 잃지 않았다. 그는 “비례대표라 겪지 못했던 당내 경선 과정을 경험한 것은 제 미래를 위해 아주 큰 경험이었다”고 했다.

국회 법사위, 방통위, 상공위 등에서 일하고 있는 리 의원은 “3년 임기 동안 한국과 뉴질랜드의 정치적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단 한국과 뉴질랜드 간 FTA 체결을 위해 일하고 싶어요. 한국과 뉴질랜드는 계절이 정반대라 생산물을 거래하면 자국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이익을 얻을 수 있거든요. 한국계 후배 정치인들을 양성하는 것도 제 꿈이지요. 3만5000명의 뉴질랜드 한인 교포들이 저를 보고 희망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또한 왕성한 의정활동에 여념이 없다. 지난 4월에는 타우랑가를 방문 BOP tony Ryall 의원 (Minister of Health & Minister of State Services)과 함께 타우랑가 신문사를 방문하기도 하고, 타우랑가 지역 한국 교민들과 첫 간담회를 갖았다.

지난 10일에는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2009 세계 한인 차세대 대회’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기도 했다.

“한국을 떠난 지 30여 년이 넘었지만 늘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왔고, 지금은 첫 한국계 국회의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의정활동을 잘하는 것이 `대한민국’ 브랜드를 알리는 길이라고 여기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 의원은 이어 “한국은 뉴질랜드의 7번째 해외교역 상대국이다. 뉴질랜드 정치권에서도 한국을 잘 아는 의원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과 뉴질랜드가 여러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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