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쇄신 개혁 공천 金, 현역 의원 갈등 ‘부글부글’

[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과 현역의원들 간 불협화음이 예사롭지 않다. ‘김형오 위원장의 무차별적 불출마 종용’을 놓고서다. 특히 미래통합당 공관위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컷오프 수치 대결에서 앞선 뒤 ‘총선 승리’를 이끌어내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현역의원들 사이에서는 ‘공관위가 원칙도 없이 불출마를 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통합당 공관위가 불출마를 종용하고 있는 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대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유승민 의원 등을 필두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와 자유통일당 김문수 대표가 통합당 의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우여곡절 끝에 보수진영이 통합했으나 공천 과정으로 인해 또 다시 보수진영이 분열될 수도 있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뉴시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뉴시스]

-인위적 물갈이…유승민 불만 토로…공화당 ‘이삭줍기’ 돌입

“현역의원 물갈이가 많아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움직임을 살펴본 인사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실제 18, 19, 20대 총선을 살펴보면 인적쇄신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총선 승패를 좌우했다. 18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공천 물갈이 비율을 38%까지 높였고, 통합민주당은 19.1%에 불과했다. 그 결과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승리했다. 

19대 총선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이 무려 47%의 물갈이에 성공, 37%의 물갈이 비율을 보인 민주통합당에 승리해 제1당을 차지하는 결과물을 얻어냈다.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33%의 물갈이를 했고, 새누리당은 23%의 물갈이를 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다. 이러한 수치 때문에 한국당 공관위는 컷오프 비율을 높이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물갈이 비율 높이기 위해 의원들 전화하는 공관위

실제 통합당 공관위원들은 의원들을 접촉하며 불출마를 종용하고 있다. 이 결과, 김광림 의원과 초선의 장석춘, 최교일, 정종섭 의원이 불출마 선언했다. 앞서 새로운보수당 출신의 유승민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 외에 원유철 의원 등도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바다.

특히 통합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때문에 TK지역 불출마자가 더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누구를 봐주고 말고 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석연 부위원장 역시 “대구·경북 지역 대폭 물갈이하라는 게 국민의 요구”라며 “대구·경북에 대한 인적쇄신 없이 개혁 공천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통합당 공관위는 대구·경북을 정조준하며 부산·울산·경남 수준까지 불출마자 수를 끌어올리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경우 현역 28명 중 현재 10명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 반면 대구·경북은 현역 의원 가운데 불출마자는 5명이다. 적어도 5~6명의 불출마자가 더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관위는 대구와 경북 현역 의원들에게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관위는 “명예롭게 길을 터달라는 요청을 드리고 있다. 잡음이 안 나오게 간곡히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관위 관계자는 “김형오 위원장이 아무한테나 불출마를 요청하는 게 아니다”라며 “여론조사·당무감사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토대로 말을 꺼내니 상대방도 무작정 반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관위의 압박으로 인해 일부 의원들은 수도권 험지를 택하기도 했다. 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인 강효상 의원은 이날 대구 출마를 포기하고 서울 강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 대구 공천이란 프리미엄을 내려두고 최전선인 서울에서 여당 지역구를 한 곳이라도 더 탈환하기 위해 선봉대로 나서겠다”며 “개인으로서는 재선의원으로 가는 게 좋은 방법이겠지만, 당의 승리나 총선 전체 승리에는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고 봤다”고 말했다. 

서울 출마설이 나오는 대구.경북 한 의원은 “전체 공천판이 마무리되기 전에 차라리 당선 가능성이 그나마 조금 있는 수도권 지역을 미리 찜해 놓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주위의 의견이 있어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완수 사무총장 중진 불출마 종용…현역 의원 ‘격분’

다만 통합당 공관위의 초강수가 계속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구·경북 지역을 비롯해 불출마를 요구받은 의원들의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공관위가 불출마를 권유하더라”며 “불출마를 요구하는 이유로는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본 결과 꼴찌를 했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관위에 전했다. 

이어 그는 “통합당 신인 가점을 보면 양자 구도 경선이냐, 삼자 구도 경선이냐에 따라 신인 가점이 달라진다. 현역 의원 지역구를 보면 후보자 출마자가 많을 경우 당 지지율보다 현역의원들 지지율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관위도 신인 가점을 달리하듯이 현역의원들도 같은 기준을 놓고 해야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통합당 공관위는 또 의원들에게 여러 차례 의원들에게 불출마 종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항간에는 김형오 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의원들은 김 위원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불출마를 종용하고, 친분이 없는 의원들의 경우 이석연 부위원장이, 심지어 박완수 사무총장이 전화를 걸어 불출마를 요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초선의 박 사무총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불출마를 요구받은 중진 의원들은 ‘격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진에 대한 배려도 없다는 것이다. 

통합당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불출마 요구를 받은 통합당 의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여론조사 결과 꼴등이다’, ‘뒤에서 몇 번째다’라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불출마를 종용하고 있다. 의원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얘기를 듣고 있는 상황이라 공관위가 정말 원칙을 가지고 하는 것이 맞느냐며 의구심을 제기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공관위가 불출마를 종용한 의원들에게 말한 내용들이 의원들 사이에서 공유되면서 공관위가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불출마를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공관위가 컷오프 비율을 높이는 데만 열을 올리다 보니 원칙과 기준을 믿을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통합당 한 관계자는 “공관위가 컷오프 명단을 가지고 의원들에게 불출마를 종용하는 것이 아니라 불출마 비율을 높이기 위해 현역 의원들의 명단을 펴보고, 전화를 돌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한구 키즈, 진박 공천 논란 등을 일으킨 인사들에 대해 불출마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인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또 통합당 한 의원은 “차라리 면접을 보고 컷오프를 시켜라”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유승민 측근 통해 불만 토로, 조원진 통합당 의원들 입당 타진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우여곡절 끝에 보수가 통합했는데, 보수진영이 다시 분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이 이혜훈 의원에게 공천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장면이 대표적이다. 

새로운보수당 출신 이혜훈 의원의 휴대전화 촬영 사진을 통해 유 의원이 이 의원에게 “이언주나 새보수당이나 통합은 마찬가지인데 이언주는 험지인 경기 광명을 피해서 부산으로 단수공천 받고, 이혜훈은 컷오프, 지상욱 민현주는 수도권 경선, 하태경은 경선… 이런 결과가 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에 원칙이 뭐냐’는 반발이 제기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특히 이 메시지는 김세연 공관위원 등에게도 보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 메시지에 대해 이 의원이 “채근하는 듯해 죄송하다”고 하자 유 의원은 “괜찮다. 김형오가 갈수록 이상해지네”라고 답했다. 최근 공관위 회의에선 이 의원의 서울 서초갑 지역구에 대한 전략공천 방안 등이 논의됐고 컷오프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의원들은 탈당을 고심하고 있다. 한 의원은 “지금은 인내의 시간을 갖고 있지만, 최종 결과가 엉뚱하게 나오면 그걸 가만히 당할 수만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은 지난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추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와 김문수 자유통일당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19일 만나 문재인 정권 퇴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와 탄핵의 진실 규명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며 “각 당 3명으로 양 당 통추위를 구성해 통합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조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주부터 국회의원들이 입당하는 것”이라며 “입당하는 많은 의원들과 의논했다. 언제 발표할 것인가만 남아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불출마한 의원들 중에서도 들어올 분들이 있다”며 “총선 전까지 30명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들은 통합당 인사들을 접촉하는 등 입당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당 제의를 받았다는 한 의원은 “통합당에서 승복할 수 없는 결과를 내민다고 하면 ‘조원진-김문수’당에 합류를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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