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압승 ‘물 건너’가고 공천 갈등에 각종 악재 터져 '초긴장'

[일요서울 | 강하늘 기자] 4.15 총선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거듭되는 악재에 휘청거리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영입 인재 논란 등 악재가 불거졌다. 이에 그치지 않고 ‘추미애 리스크’, ‘임미리 칼럼 고발’과 ‘진문(진짜 문재인) 공천’ 논란 등 여러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진 상태다. 이로 인한 민심 이반이 심화되면서 ‘정권심판론’까지 급부상하자 민주당 내에서는 총선 패배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진영은 보수 통합으로 미래통합당까지 출범시켜 사실상 총선을 여야 ‘일대일’ 구도로 만들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총선 압승은 이미 물 건너갔고, 여야의 피 마르는 초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빼고’ 칼럼 고발, ‘진문 공천’ 논란, ‘추미애 리스크’까지, 정권심판論 급상승
-불출마 포함 물갈이 20% ‘한 자릿수 수준’ 전망, 미래한국당 존재는 공포 ‘초비상’

최근 계속되는 악재에도 “해볼 만하다”라고 끝까지 여유를 부리던 민주당은 ‘민주당만 빼고’ 칼럼 필자 고발이라는 악수를 두면서 자초한 논란으로 크게 휘청거렸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와 해당 칼럼을 실은 언론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임 교수는 칼럼에서 “촛불 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다”면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제안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참여연대 전 집행위원장 등 진보 인사들은 줄줄이 민주당을 향해 “나도 고발하라”며 거센 비판을 가했다. 야당은 물론이고 진보 진영 내에서까지 공격을 받자 민주당은 결국 고발을 취하하면서도 임 교수가 ‘안철수 쪽 사람’이라고 그의 이력을 언급, 끝까지 옹졸함을 보였다. 

민주당이 자초한 악재, “파국 시작” 후폭풍 거세 

논란이 증폭되던 상황에서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작은 승리를 큰 승리로 착각한 자들에 의해 파국이 시작된다”는 글을 올려 청와대에서도 ‘임미리 고발’ 논란 후폭풍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금태섭 찍어내기’ 논란까지 터지면서 ‘진문(진짜 문재인) 공천’ ‘조국 내전’이라는 키워드가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쓴소리를 하고 당론과 달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에 기권표를 던진 금태섭 의원(서울 강서갑)을 사실상 떨어뜨리기 위해 ‘조국백서’ 필진 중 한 명인 김남국 변호사를 내보내려는 것 아니냐는 ‘자객 공천’ 논란이 벌어졌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번 논란이 20대 총선 당시 보수 진영의 몰락을 자초했던 새누리당의 ‘진박(진짜 박근혜) 공천’ 파문을 연상케 하는 ‘진문 공천’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조국 사태’ 후폭풍이 다소 잠잠해진 상황에서 당내 경선에서까지 ‘조국 대 반(反)조국’ ‘조국 내전’을 벌일 경우 표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민주당 지도부는 강서갑 추가 공모를 신청한 김남국 변호사를 다른 지역구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김 변호사의 강서갑 출마는 당과 협의가 안 된 개인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지도부가 강서갑을 추가 공모 지역으로 결정하면서 이 같은 잡음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계속되는 ‘좌충추돌’ 행보가 민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추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윤석열 검찰총장 수사팀을 사실상 해체시키는 검찰 인사를 단행하고 ‘울산시장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 비공개 방침을 세운 데 이어 ‘검찰 내 수사·기소 판단 주체 분리’ 추진 등 이슈를 쏟아낸 것은 건건이 ‘정권 비호용’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검찰 내부 반발까지 불러왔다. 추 장관은 최근 법무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소년원 세배 영상’으로도 논란을 자초했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 공천에서 현역의원 교체 ‘칼바람’이 예상보다 약하게 불면서 미래통합당과의 인적쇄신 경쟁에서 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시스템 공천 심사와 공정한 경선을 통해 현역 국회의원의 20% 정도가 교체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현역 의원 129명 중 26명가량을 교체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불출마 현역 18명을 포함한 숫자라 실제 교체되는 의원은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총선에서는 민주당 소속 19대 의원 108명 중 36명이 공천을 받지 못해 현역 교체 비율이 33.3%였다. 반면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해 말 현역 의원 50% 이상 교체 방침을 공언한 바 있다. 

정권심판론 급부상, “이러다 다 죽는다” 위기감

민주당이 각종 악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권 심판론이 야당 심판론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만 18세 이상 1천1명을 대상으로 자체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3%로 집계됐으며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5%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은 지난해 4~6월, 올해 1월까지 네 차례 조사에서는 정부 지원론이 견제론보다 10%포인트 내외로 앞섰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지원·견제 응답이 비슷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여당 승리를 지지했던 중도층과 무당층이 야당 승리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은 “중도층에서 여당 승리(39%)보다 야당 승리(50%)가 많았는데, 이는 지난달(52%·37%)과 비교해 반전된 결과”라며 “무당층에서는 여당 승리 18%, 야당 승리 49%로 지난달(29%·40%)보다 기울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심 이반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민주당 안팎에서는 “오만이 화를 불렀다”는 자성과 비판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러다 다 죽는다”, “원내 1당은 이제 물 건너갔다”, “표가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등 위기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정봉주, 김의겸, 문석균에 대한 부정적인 민심을 절감하고 잘 작동했던 당의 균형감각이 최근 왜 갑자기 흔들리는지 모르겠다”며 “국민에게 오만과 독선, 아집으로 비칠 수 있는 일은 용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은혜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우리 당이 승리하려면 조금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도 모두 포용해야 할 텐데 당의 화력이 내부에 집중돼 있다”고 주장했다. 

‘겸손모드’ 전환 ‘돌파 시도’, 그러나 “총선 압승은 없다”

민주당은 계속된 총선 악재를 돌파하기 위해 ‘겸손’ 모드로 전환한 모습이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선거대책위 출범식에서 “만만찮은 선거”라며 “역사는 민주당에 한없이 커다란 간절함과 한없이 낮은 겸손함 두 가지를 요구하는데,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선거에 임해 달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총선 악재를 돌파하고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시 당 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당 밖 상황도 불리한 여건만 쌓여 간다는 점에서 이번 총선은 민주당에게는 역대 그 어느 선거보다 힘든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진영은 요원해만 보이던 보수통합을 이뤄 미래통합당을 출범시켜 사실상 여야 ‘일대일’ 구도를 만들었다. 또 미래통합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응해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해 만든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의 존재도 민주당에게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합작으로 과반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21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오만했다”면서도 “그러나 본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당을 추스르고 공정 경선을 위해 당의 기강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여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는 것 아니냐, 이런 그림이었는데 여당은 지금 여러 가지 악재가 쌓이고 있고 야당은 이전보다 중도적 흐름과 비호감도를 줄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문제도 있기 때문에 한쪽이 압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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