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임종석, ‘호남 선대위원장’ 두고 ‘동상이몽(同床異夢)’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21대 총선까지 50여 일 남은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를 발족하며 선거 준비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이해찬 당대표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추대해 ‘투톱’ 체제를 꾸리고 동시에 권역별 선대위원장을 선정, 각 지역의 표심을 이끌 대표주자들을 세웠다. 당초 호남 선대위원장으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거론됐지만 본인이 이를 고사하고 후방 지원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임 전 실장이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꾸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번 ‘8도(道) 선대위 체제’는 재집권을 위한 포석이다. 그런데 임 전 실장이 이를 거절하며 민주당이 난감해졌다는 설명이다. 반면 임 전 실장의 경우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어 자신의 이미지가 ‘호남’에 국한되는 것을 꺼린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뉴시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뉴시스]


-任, 차기 대권 염두 ‘호남 대표주자’ 되기 싫다 vs 黨 ‘지역별 노무현’ 세우자
-권역별 선대위원장, 4.15총선 넘어 ‘정권 재집권 시나리오’ 노리는 포석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4.15총선에 만반을 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대한민국미래준비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를 출범해 다시 한 번 총선 준비 기반을 다졌다. 이번 총선을 ‘대한민국 미래선거’로 규정하고 총력을 다해 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21대 총선 전반을 이끌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은 이해찬 당대표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이해찬 당대표는 ‘중앙선대위’로서 전국 지역 선대위와 조직, 선거전략, 당무행정 등 조직 관련한 부분을 도맡아 당내를 돌본다. ‘미래선대위’를 맡은 이 전 총리는 당의 ‘간판’으로서 자신의 지역구인 종로 활동 등 대외 활동에 주력하고 민생 분야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출범식에서 “이번 총선은 촛불혁명으로 이뤄낸 역사의 진보가 제도로 정착되느냐, 과거로 후퇴해 물거품이 되느냐를 결정하는 선거”라며 “나라의 명운이 달린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결의를 다졌다.

선거대책본부장은 윤호중 의원이, 비서실장은 김성환 의원과 국무총리실에서 이 전 총리와 호흡을 맞춘 남평오 전 민정실장이 맡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권역별 선대위원장’이다. 앞서 이광재 전 강원지사, 김두관 의원 등이 각각 강원도와 PK(부산·경남)의 선대위원장을 맡는다는 내용은 세간에 알려져 있었다.  

민주당은 이들을 비롯해 11개 권역별 선대위원장을 발표했다. ▲수도권 이인영 의원 ▲경기 김진표 의원 ▲인천 송영길 의원 ▲호남 이개호 의원 ▲충청 박병석 의원 ▲강원 이광재 전 강원지사 ▲부산 김영춘 의원 ▲대구·경북 김부겸 의원 ▲경남·울산 김두관 의원 ▲제주 강창일 의원 등이다.  

이 밖에도 박주민·박광온·설훈·김해영·남인순 의원과 이수진·이형석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영입인재 1호인 최혜영(여성·장애인) 강동대 교수, 황희두(청년) 공천관리위원, 김주영(노동) 전 한국노총 위원장, 조희경(여성) 사단법인 동물자유연대 대표 등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매머드급’ 선대위 ‘젊은 피’ 전무

민주당 선대위는 공식 출범 이전부터 이낙연 전 총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의 합류설이 들려오면서 ‘매머드급’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 뚜껑을 열어 보니 그에 걸맞게 공동선대위원장(권역별 선대위원장 포함)만 총 22명이다. 

하지만 권역별 선대위원장 명단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임 전 실장은 당초 호남 선대위원장 물망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그가 이 자리를 고사하면서 ‘8도 선대위’ 구상은 막판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실장은 청와대를 나온 직후 서울 종로로 이사하는 등 해당 지역에 출마 의사를 내비쳤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자 그는 지난해 11월17일 “나는 이제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먹은 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86 운동권 용퇴론’ 등의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다만 임 전 실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 그를 향한 민주당의 구애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임종석 호남 선대위원장’의 공을 띄웠다. 양 원장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 전 실장에게 호남 선대위원장 요청을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호남을 중심으로 터를 닦고 있는 대안신당 측에서는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정현 대안신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더불어민주당이 임 전 실장에게 호남선거대책위원장 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는데 뜬금없고 어이가 없다”며 “이미 정계은퇴를 한 사람을 불러들여 호남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긴다니 그토록 호남선거가 다급했는지 의문이다”라고 비꼬았다.

이어 “이런 식으로 호남을 대접하니 호남을 호주머니 속 공깃돌 취급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라면서 “임 전 실장은 호남 출신은 맞지만 386으로 수도권에서 성장한 중진 정치인이지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은 아니다”라고 ‘호남 대표주자’로서도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4일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그 내용도 언론에 조금 잘못 받아들여진 부분이 있다”며 ‘셀프 해명’을 했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양 원장이 ‘(임 전 실장이) 그렇게 해 주시면 좋겠다’라는 취지로 대답한 것을 양 원장이 호남 선대위원장 자리를 부탁했고, 당 역시 그렇게 추진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보도됐다. 

그렇다면 민주당 측에서 임 전 실장을 향해 끊임없이 손을 내미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선대위 구성을 살펴보면 이 전 총리나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김영춘 의원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포진돼 있으나 ‘젊은’ 이미지를 지닌 인물이 없다. 임 전 실장을 통해 젊은 이미지를 불어넣으려는 의도가 내재됐다는 해석이다.

‘8道 선대위’ 키워 2002년 영광 재현

민주당 입장에서 임 전 실장의 고사가 더욱 뼈아픈 이유는, 8도 선대위 체제가 사실상 ‘정권 재집권 포석’이기 때문이다. 8도 선대위를 통해 지난 2002년 국민참여경선을 재현할 의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002년 국민참여경선은 일종의 ‘드라마’ 같은 순간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을 치를 당시 2%라는 저조한 지지율로 출발했지만 전국을 순회하며 폭발적인 지지율을 얻어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이번 민주당의 권역별 선대위원장 시도는 당시에는 노 전 대통령 한 명이었지만, 이번에 전국 팔도에 이러한 인물들을 심겠다는 이야기다. 즉, ‘전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물들을 ‘전국’에 배치할 수 있게끔 한다는 말이다. 이 같은 시도를 통해 당에 대권 주자들을 키우고 인재 풀(pool)을 확대하려는 셈법이다.

임 전 실장과 더불어 김동연 전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마저 ‘충청권 선대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민주당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8도 선대위 퍼즐에 공백이 생기게 된 것이다.


任, 차기 대권 위해 ‘호남 대표주자’ 부정적

결국 임 전 실장은 당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 호남 선대위원장 자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선거에서 후방지원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호남 선대위원장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이개호 의원이 맡게 됐다. 이 의원은 전라남도 담양군 출신이다.

임 전 실장이 고사한 이유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총선 시계가 바삐 돌아가기 때문에 지금은 준비에 매진할 때’라고 거론했다. 

현재로서는 다른 인물을 하루 바삐 총선 체제를 꾸리는 것이 중요하지, 임 전 실장으로부터 고사 이유를 묻거나 하는 등 세세히 진행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또 임 전 실장 측도 이에 대해 별 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치권 한편에서는 임 전 실장이 ‘호남 대표주자’로 각인되는 데 따른 부담 때문에 자리를 고사했다고 주장한다. 

임 전 실장의 경우 이번 총선 출마는 어렵게 됐지만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그로서는 자신의 정치 영역을 호남에 묶어두는 데 고심이 컸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임 전 실장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호남’ 출신 인사는 맞다. 하지만 그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호남에 매여 있어서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힐 수 없다는 한계를 인지하고 이를 비껴가기 위해서라도 호남 선대위원장을 맡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앞서 대안신당의 의견처럼 ‘86 운동권 세대’로서 수도권에서 자신의 정치적 몸집을 키워 왔다. 이를 두고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서울에 두고 활동해 오던 사람에게 호남에게 내려가라는 것은 어려운 부탁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게다가 당 내부에서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인데, 선거 다가온다고 호남에 그를 보내는 건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임 전 실장은 다가오는 4.15총선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모양새다. 그는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특임 외교특별보좌관을 담당해 UAE 특보 관련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UAE의 수도 아부다비에 다녀왔다”며 “UAE는 이 행사에 대부분의 주변국 정상들을 초청했고 특별히 문재인 대통령을 주빈으로 초청한다는 뜻을 알려왔다”라고 전했다. 앞서 임 전 실장이 단장으로 있는 대통령 특사단은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UAE를 방문했다. 

임 전 실장의 뜨뜻미지근한 모습에도 민주당 인사들이 ‘총선에서 역할을 해 달라’며 그에게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가운데, 임 전 실장이 이 같은 요구를 어떠한 방식으로 받아들일지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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