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의원에게 듣는 미래통합당 통합 뒷이야기
박종진 “유승민 대표 때문에 어려웠나” 정운천 “물론이다”

미래한국당 정운천 의원 [뉴시스]
미래한국당 정운천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18일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에서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긴 정운천 의원을 만났다. 정 의원은 새로운보수당 소속으로 자유한국당과 통합 문제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전진당 등이 미래통합당으로 통합된 후 자유한국당의 비례정당으로 불리는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겨 많은 비판을 받았다.

미래한국당 정운천 의원과의 인터뷰는 여의도 국회 내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인터뷰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면에는 이날 이뤄진 인터뷰 중 일부를 간추렸다

 

5억5천에 팔려간 사나이

“호남 보수 재건에 힘 줘야”

 

박종진 앵커는 보수통합과 관련해 “보수통합이 완벽하게는 아닌 것 같은데 95% 정도 이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운천 의원에 대해 “미래통합당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실질적으로 모든 일을 뒤에서 묵묵히 해 왔던 사람, 이 사람은 끝까지 희생 한 사람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5억5천에 팔려간 사나이”라고도 지칭했다.

박 앵커는 먼저 미래한국당으로의 이적 배경에 대해 물었다.

정 의원은 “2월14일 통합이 완전히 이뤄진 회의가 12시에 끝나는데. 12시까지 들어오라고 하더라. 그 전 한 2~3일 전에 얘기가 나왔는데 ‘통합을 목표로 왔기 때문에 난 못 간다’고 했다. 그랬는데 2월14일 통합 끝내 놓고 나는 팔려갔다”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정 의원의 이적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다. 이적 조건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들었다. 박 앵커도 이적에 따른 제안이 있지 않냐고 물었다.

정 의원은 “전라도 다시 말하면 호남이 다시 보수 불모지가 됐다. 이정현 의원도 다시 올라있다. 호남의 보수 불모를 다시 재건하는 힘을 줘야 한다. 그걸 제대로 해 준다면 나는 가겠다 했다”라며 “정호준 하나가 아니다. 호남 전체를 다시 복구시킬 수 있는 그러한 기반이 마련 돼야 한다. 그래야 우리 당이 전국 정당이 되고 정권교체에도 큰 힘이 될 거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무소속→새보수당으로

“통합 창구 역할 맡겨라”

 

사실 정운천 의원은 새로운보수당에도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정 의원이 생각을 바꾸게 되는 계기가 생겼다. 바로 공수처법 통과였다.

정 의원은 “12월30일이 전환점이 됐다. 12월30일 이전에는 호남에 내가 뿌리를 내려야 하는데 한국당으로는 반쪽 나고 무소속으로는 당선권에 들더라. 여론조사를 해 보니까. 무소속으로 준비를 두 달간 했다. 국회도 안 나오고. 그런데 12월30일에 일이 터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날이 공수처법이 통과된 날이었다. 오신환 대표가 꼭 이날은 올라와야 한다고 했다. 악법을 막으려면... 비밀투표안이 들어갔고 두 번째 권은희안이 들어가 있으니 그걸 통과시키면 이 악법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런데 “투표를 했는데 비밀투표도 부결, 권은희안도 부결 그리고 20분도 안 돼서 그 악법이 통과됐다. 가장 안타까웠다”라고 당시 심정을 말했다.

마음이 바뀐 정 의원은 새로운보수당 입당을 결심했다. 하지만 그게 목적이 아니었다.

정 의원은 “‘통합의 창구 역할을 나한테 맡겨라, 그러면 내가 들어가겠다’ 이 조건을 유승민, 하태경, 오승환 의원에게 다 동의를 받았다. 그때부터 난 오로지 통합만을 목표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이 되면 우리가 살아날 수가 있는 것이고 다수당이 될 수 있고 통합이 안 되면 쫄딱 망하는 거다. 내가 하자. 나는 그때부터 목숨 걸고 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후 과정들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15일 동안 공친 양당 협의

유승민 권한 위임 후 급물살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통합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통합 논의가 잘 되는 것 같다가 어느 순간 정체된 상황을 맞았다. 그 중심에는 배신자로 낙인 찍힌 유승민 의원 문제가 있었다.

박종진 앵커는 정 의원에게 “(통합 논의가) 유승민 대표 때문에 어려웠나”라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정 의원 입에서 “물론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 의원은 “2월14일 통합신당준비위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우리 새보수당에서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에 들어갈 마음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박형준 위원장이 세워지고 혁통위가 만들어져 버렸다. 14일에 들어가려는데 여러 가지 장벽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혁통위에 들어가서도 사건사고가 많았다고 말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을 박형준 위원장이 인준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 대해서 지상욱 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것부터 하태경 의원이 양당협의체를 제안하며 최후통첩을 날린 일 등 다양한 일들이 터졌다고 소회했다.

정 의원은 그 과정에서 “다양한 꾀를 냈다”고 고백했다.

예를 들면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양당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정 의원은 “양당 협의체를 받아라. 대신 시기는 조율하자. 언제 할지. 비공개?공개도 조율하자. 양당 합의해 의해 조율한다. 그래서 앙꼬 빠진 찐빵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기는 뒤로 미루면 되고 비공개로 하면 문제가 없으니까. 그 안을 박형준 위원장이 받겠다고 했다. 한국당도 받겠다고 했다. 그래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래서 1월 20일부터 양당 협의체가 시작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또 터졌다. 1월 20일부터 시작한 양당협의체회의에서 통합의 기미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정 의원은 “25일이 설날이다. 26일 한 번 모였다. 그런데 연대로 가면 어떤가 하는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유 대표, 말도 안 된다. 연대가 지금 말이 되나 통합으로 가야 한다’라는 말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회의가 끝나고 시간이 지나가다 보니까 더뎠다. 이상하다 했는데. 20일부터 15일 만인 2월5일에 보고서가 나왔다. 이날이 디데이다. 보고를 하는데 아무 일도 한 게 없었다. 15일 이상을 놀아 버렸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 앵커가 “공쳤네”라며 허탈해 하자 정 의원은 “나중에 알고 보니까. 보수당이 다수당이 될 수 있는 조건이 뭐라고 생각하냐 하면서 10일이 갔다. 그 다음에 연대로 가면 어떻겠느냐 그러면서 또 (시간이) 갔다. 15일이 그냥 지나갔다. 얼마나 당황했겠나. 하태경 의원이 울어 버렸다”라고 말했다.

당시 새보수당은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정 의원은 이후 열린 회의에서 격론이 벌어졌고 유승민 대표가 공동대표단에 권한을 위임하면서 통합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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