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굉장히 예민한 상태, 견제하는 분위기도···식사는 도시락으로”

청도 대남병원. [뉴시스]
청도 대남병원.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신천지 대구교회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로 초토화된 청도대남병원의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청도대남병원의 환자와 직원 등은 총 254명이다. 이중 11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환자가 102명, 의료진 등 직원이 9명이다. 지난 19일 이곳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4일 만에 병원 전체의 43.7%가 감염된 셈이다. 환자 대부분은 정신질환 입원자였다.

병원 내 감염은 당국에서 가장 우려하던 상황 중 하나다. 병원에는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가 밀폐된 공간에 다수 몰려있어, 감염병이 급속도로 전파되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청도대남병원은 청도군보건소, 군립청도노인요양병원, 에덴원(요양원)과 통로가 연결돼 붙어있다. 이처럼 한 지붕 아래 각 시설이 연결돼 있어 더욱 감염병 확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까지 청도대남병원에서만 사망자가 2명 발생했다. 지난 21일 부산으로 이송됐던 환자와 지난 20일 숨진 환자다. 20일 숨진 환자는 사망 후 실시한 검사 결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 환자 중에서 기저질환 등으로 상태가 중증인 환자 17명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인근 경북대학교병원, 부산대학교병원, 동국대학교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으로 이송 조치했다. 앞서 사망한 1명도 부산으로 이송된 뒤 2시간 만에 사망했기 때문에 사망자는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청도대남병원에서는 의료 인력도 현재까지 5명의 간호사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 검사에 따라 의료진 감염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게다가 정신병원이라는 특성 때문에 검사와 치료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변수다.

그렇다면 병원 내부 분위기는 어떠할까. 일요서울은 현재 청도대남병원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 간호사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간호사 A씨는 현재 병원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신도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원 내부 관계자들도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히 몰라서 언론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다들 병실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는 분위기다. 의료진들도 진료시간 외에는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체 격리하는 셈이다.

식사는 22일부터 달라졌다고 한다. A씨는 “어제(21일)는 작은 플라스틱 포장 용기에 주먹밥같이 밥을 김 등과 버무려서 줬다. 반찬은 두 가지 정도였다. 오늘부터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는 음성 판정을 받은 의료진들 중에서도 그나마 몸이 더 괜찮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내부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은 모양새다. A씨는 “모두 갇혀있는 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두려움도 크다. 의료진들도 서로 힘드니까 굉장히 예민한 상태다. 서로 견제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우선 청도대남병원으로부터 지역사회로의 감염 차단을 위해 이 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국립정신병원, 국립서울정신병원 등의 의료진 지원을 받아 치료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인 병원 내 환자들은 다른 곳으로 이송된다. 그러나 정신병동인 탓에 청도대남병원에는 음압 병상과 같은 시설은 갖춰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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