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신문 칼럼을 통해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주장한 진보 편향 필자를 선거법 위반혐의로 고발했다.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경향신문 2월5일자 ‘민주당만 빼고’ 제하의 칼럼에서 4.15 총선에서는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제언했다. 그는 민주당이 촛불시위 덕으로 집권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쒀서 개줄까’ 염려했는데 그들의 걱정대로 되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전 노조 지도자의 말을 인용,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보다 더 싸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고 했다.

‘민주당만 빼고’의 필자와 경향신문에 대한 민주당의 고발은 비판 언로에 재갈물리기라는 비난을 폭발시켰다. 먼저 진보편향 지식인들 부터 “나도 고발하라”고 들고 일어났다. 그들은 “민주당은 절대 찍지 맙시다”, “민주당은 기어코 전체주의 정당 내지 파시스트당으로 가려는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도 비판을 많이 했는데 고발당한 적은 없다”, “표현의 자유를 빼앗는 것은 민주주의의 적” 등 질책과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저 같이 끓어오르는 분노에 민주당은 굴복, 고발을 취하했다.

하지만 비판 칼럼에 대한 민주당의 형사고발은 민주당이 그동안 겉으론 “반독재·민주세력”으로 자처하면서 속으로는 언론탄압을 자행해온 반민주적 속성을 드러낸다. 민주당의 비판언론 재갈물리기는 ‘민주화의 화신’으로 자칭하던 김대중 정권 때부터였다. 김대중 권력은 대북 퍼주기·비위맞추기·끌려다니기 ‘햇볕정책’을 비판하던 신문사들을 상대로 사상 유례 없는 혹독한 세무조사를 자행, 언론사를 압박했다. 뿐만 아니라 정권 비판 인사들을 명예훼손 또는 허위유포 등으로 형사고발해 고통을 주거나 입을 틀어막았다. 그들의 고소·고발을 통한 언론탄압 작태는 노무현과 문재인 정권으로 이어졌다. ‘민주당만 빼고’ 필자에 대한 민주당의 형사 고발 또한 자칭 민주세력이 그동안 해 오던 음습한 언론탄압의 연장이었다.

권위주의 독재정권 때는 비판 언론인이나 지식인들을 정보기관으로 연행, 거칠게 취조하는 등 언론자유를 우직하게 탄압했다. 그러나 ‘민주세력’이란 고상한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진보좌파 집권세력은 간교하고 비열하게 비판세력에 재갈을 물려왔다. 그들은 걸핏하면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을 걸어 형사고발하곤 했다. 일단 고발당한 인사는 유·무죄와 관계없이 조사기관에 수없이 불려 다니며 심신이 황폐화되고 재정적으로도 부담을 안게 된다.

민주세력의 언론 길들이기 고발은 합법을 가장한 언론탄압이다. 후진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작태이다. 나도 동아일보 논설위원으로 재직하고 있었을 때 통행금지 시간이 넘은 새벽 1시쯤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취조를 당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 그 고통은 단기간 내 끝났다. 하지만 ‘민주당만 빼고’ 필자처럼 헝사 고발을 당하게 되면 몇 달 몇 년씩 여러 차례 재판정에 출두해야 하는 등 계속 시달려야 한다. 정신적 고통과 재정적 부담을 덧씌운 언론탄압이다. 진보계 인사의 말대로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도 없었던 야비한 언론탄압이다.

미국의 경우 언론인을 비롯한 학계인사 등 지식인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가리켜 ‘사기꾼’, ‘정신병자’, ‘다음엔 낙선시키자’ 등 비판을 쏟아낸다. 그래도 누구 하나 그렇게 표현한 사람을 고발하지 않는다.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민주세력’이라고 자칭하면서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쓴 필자를 선거법위반을 들이대 고발했다. 그들은 민주세력으로 행세한 덕분으로 정권을 잡았다. 그렇지만 정권을 잡더니 독재권력의 우직한 언론탄압이 순박해 보일 정도로 간교하게 언론을 탄압한다. 그래서 민주당의 ‘민주당만 빼고’ 필자 고발이 진보와 보수를 떠나 모두를 격분케 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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