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그룹 ‘내조의 여왕’ 지다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 일가가 눈시울을 붉혔다. 정 회장의 부인인 이정화 여사가 지난 5일(한국시간 6일) 미국에서 담낭암으로 수술을 받던 중 사망했다. 이 여사는 조용한 내조로 현대 기아차그룹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동안 외부 활동은 하지 않고 조용히 정 회장 내조에만 주력했던 인물이기에 정 회장 일가가 느끼는 슬픔은 크다. 이 여사는 슬하에 성이, 명이, 윤이, 의선 등 1남 3녀를 뒀다. 향년 71세. 그의 장례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현대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현대아산병원 장례식장이 술렁인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암담함이 느껴질 정도다. 복도에는 이 여사의 마지막 길을 위한 화환들이 빼곡히 들어있다. 하얀 소복을 입고 연신 눈시울을 붉히는 여성들도 눈에 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도 검은 양복을 입고 연신 눈물을 닦는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불도저 정 회장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조문 행렬들도 줄을 이었다. 그가 외부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재계 총수들의 동반자이자 내조의 여왕으로 기풍을 이어왔기에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인사를 하기 위한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8일)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였다.

김 여사는 오전 10시45분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등 수행인들과 함께 빈소를 방문해 애도를 표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김 여사를 직접 배웅하며 감사를 표시했다.

뒤이어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이 오전 11시 30분께 빈소를 찾았다. 재계 인사로는 첫 조문이었다. 오후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명예회장, 신동빈 롯데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의 행렬도 이어졌다. 정계인사로는 박재순, 송광호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조문을 다녀갔다. 또 고인의 시동생인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오후 2시20분에 빈소에 도착해 빈소를 지켰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부소장도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으며, 정운찬 총리는 이날 오후 7시에 조문했다.


고 이정화 여사는 누구

고 이정화 여사는 실향민 출신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서울 숙명여고를 졸업한 뒤 정 회장을 만나 연애결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자녀들의 결혼에 관한한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자녀 결혼관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국내 다른 재벌과 달리 평범한 혼맥을 맺어왔다. 이정화 여사 외에도 3남 몽근 씨의 부인 우경숙 씨, 4남 몽우 씨의 부인 이행자 씨, 8남 몽일 씨의 부인 권준희 씨의 친정 역시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집안이다.

이정화 여사는 18년간 현대가의 사실상의 맏며느리 역할을 해왔다. 지난 91년 손윗동서인 이양자씨가 남편이자 현대가의 장자인 몽필씨를 따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부터다.

이 여사는 좀처럼 외부에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 보이지 않는 내조를 해 왔다는 것이 중평이다. 이는 시어머니인 고 변중석 여사의 조용한 내조를 쏙 빼닮았다는 평가다.

이 여사는 특히 시부모를 공양하며 전형적인 효부의 삶을 살기도 했다. 서울 한남동에 살던 이 여사는 정 명예회장 생전에 시댁인 청운동으로 매일 새벽이면 달려가 아침을 준비하곤 했다.

시어머니인 변 여사가 지난 89년부터 19년간 병원 신세를 졌기 때문이었다.

이 여사는 병석에 누워 있던 시어머니를 매우 헌신적으로 병간호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모양처로서만 40년 세월을 보냈던 이 여사가 밖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2003년부터다.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해비치리조트 이사직을 맡으면서부터다. 이어 2005년에는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는 16%의 지분으로 해비치리조트를 경영해오기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현대차 제네시스, 기아차 모하비 출시 행사에 잇따라 참석해 정의선 부회장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이 여사의 유족은 남편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을 비롯하여, 딸 성이(이노션 고문), 명이, 윤이, 아들 의선(현대차 부회장), 사위 선두훈(영훈의료재단선병원 이사장), 정태영(현대카드 사장), 신성재(현대하이스코 사장), 며느리 정지선 등이다.

[글: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
[사진:이병화 기자 photolb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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