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일요서울 |  프리랜서 김관수  기자] 지금 이 글을 발견한 당신이 눈앞에 허니문을 앞뒀다면, 또는 겨울 웨딩을 꿈꾼다면 부디  탐독하길 바란다. 당신의 ‘임’을 만나 부부로 거듭난 인생 최대의 버킷리스트를 달성한 뒤, 또 다른 버킷리스트를 추가로 이룰 수 있는 여행을 소개한다. 캐나다에서 만난 ‘영혼도둑들’이다.

‘캐나다’, ‘허니문’, 두 단어의 조합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핑계를 떠올려봤다. 지구상 가장 아름답고 청정하기로 소문난 자연환경, 그리고 드라마 <도깨비>. 생각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 섰다. 그렇게 하늘을 날아 12월의 캐나다에 안착했다. 밴쿠버에서 옐로나이프, 그리고 로키산맥의 밴프 국립공원까지 이어진 만만치 않은 여정과 지금껏 어디서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추위는 돌아온 지 한 달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그것들이 만들어 준 강력한 ‘서프라이즈’들 때문. 그녀가 있었다면 몇 번쯤 무릎을 꿇고 장미 한 송이를 건네고야 말았을 장면들이 결국 <도깨비>를 뛰어넘는 ‘캐나다 허니문’의 핑계가 되었다. 캐나다의 겨울이 당신들에게 건네는 눈부신 결혼선물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옐로나이프 Yellowknife

한국을 떠나 장시간의 비행 후, 다시 밴쿠버에서 옐로나이프로 항공을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오로라’라는 세 글자를 떠올리면 피로가 절로 사라졌다. 여행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버킷리스트 중 버킷리스트로 꼽히는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는, 전 세계 최고의 오로라 여행지 옐로나이프다. 캐나다 노스웨스트Northwest 준주의 주도인 옐로나이프의 기온은 오로라를 가장 또렷이 관측할 수 있는 겨울시즌이면 영하 30도를 오르내릴 정도로 어마무시하지만, 오로라에 대한 기대와 열망으로 가득 찬 여행객들의 얼굴 표정은 뜻밖에도 훈훈하고 온기에 차 있다. ‘오로라의 수도’라는 명성에 걸맞게 오로라 투어를 위한 인프라와 프로그램도 잘 갖춰져 있다.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감동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은 하늘의 뜻이지만, 오로라가 두 눈동자에 새겨지는 그 순간을 누구와 함께 맞이할 것인지는 오롯이 당신의 몫이다. 옐로나이프의 오로라,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오로라 헌팅
빛과의 밀당

오로라는 빛의 놀이다. 때문에 오로라를 추적하며 다니는 오로라 헌팅은 긴장감과 스릴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오로라와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자 밀고 당기는 일종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소리 없이 밤하늘을 내달리는 빛을 찾아 헌터들은 전용 차량을 타고 어둠을 가른다. 어둠과 눈길 속에서 숙련된 드라이버와 가이드가 오로라의 위치를 찾는다. 지역 곳곳에 배치된 그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소식을 전달 받기도 하고, 오로라의 위치를 나타내주는 앱App 등과 같은 문명의 혜택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오로라는 결코 녹록한 상대가 아니다. 우리의 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하늘을 휘젓고 다니기도 하지만, 때로는 여러 조건으로 인해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날도 많다. 그럴 때면 차량 안에서 적막과 함께 이따금씩 아쉬움의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뷰잉사이트에서 오로라를 기다리는 이야기만 들어봤을 뿐, 오로라 헌팅은 사실 얘기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때문인지 헌팅을 통해 인생 첫 오로라를 쫓고 있는 마음이 점점 조급해져온다. 이미 두 곳에서 허탕을 쳤다. 차량이 멈춰서기만 하면 추위는 아랑곳없이 삼각대를 세우고 하늘을 끊임없이 바라봤다. 옐로나이프 시내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차디찬 어둠 속을 이따금씩 내달리는 자동차의 불빛이 깨우기만 할 뿐, 더 이상의 빛은 우리를 외면하고 있다. 언제쯤이었던가. 누군가를 한없이 기다리던 그 밤의 쓸쓸함이 점점 짙게 밀려들고, 투어에 참가한 여행객들의 말수도 한껏 줄어들었다. 오늘은 끝내 오지 않으려는 걸까.

벌써 단 하루밖에 남지 않은 다음 날 밤이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여기까지 와서 못 보고 가는 걸까?’ 얼음처럼 차가워진 카메라를 가방 속에 넣어 두고 차량이 다시 이동하기를 기다린다. 완벽한 어둠은 슬슬 졸음도 불러낸다. 그렇게 흐르던 시간의 어느 지점, 맨 앞자리의 가이드가 말없이 문을 열고 내렸다. 작은 불빛이 켜졌다.

하늘 위에 나타난 오로라는 TV와 사진으로 보던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늘 위를 순식간에 어지럽힌 그 흔적을 잡기 위해 부지런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10초, 15초.... 뷰파인더에 내가 알던 오로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의 함성과 미소는 오로라의 크기가 커질수록 함께 커졌고, 어느새 장갑까지 벗어 던진 두 손으로 삼각대와 카메라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다시 셔터를 누르고 렌즈에 담길 오로라를 기다리는 10여 초,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말없이 손을 잡았겠지. 내 마음에 들어온 감동을 너의 마음으로 전해 줄 그 손을.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오로라 뷰잉
가장 추운 밤의 낭만

지난밤 오로라를 이미 감상했던 경험자는 뷰잉사이트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부터 한결 여유롭다. 무엇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면 반드시 나타난다는 대자연의 섭리에 대한 믿음이 경험을 통해 생긴 탓이다. 기온은 이전 밤보다 더 차갑게 떨어졌지만, 따뜻한 실내에서 오로라를 기다리며 몸을 녹일 수 있는 뷰잉사이트가 있어 걱정은 이미 내려놓았다. 희망이 깃든 차분함이 막 불이 켜진 사이트 내부를 채우기 시작했다. 팀마다 자리를 차지하기가 무섭게 촬영 장비를 들고 다시 밖으로 나섰다. 미처 새로운 게임에 임하는 결전의 각오를 다지기도 전에 우리의 도착 시간에 맞춰 오로라가 마중을 나왔다.

오로라 헌팅과 뷰잉사이트의 차이점은 이동과 대기에 있다. 뷰잉사이트에서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약 4-5시간을 한곳에서만 머문다. 그렇기 때문에 뷰잉사이트의 위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지인들의 오랜 경험을 통해 오로라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만들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오로라만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면 당연히 뷰잉사이트가 헌팅보다는 더욱 편안한 오로라 감상 조건을 제공하게 된다. 핫초코, 커피, 차, 스프, 빵도 준비되어 보다 안락하고 따뜻하게 오로라를 즐길 수 있다.

또 다른 차이가 있다면 ‘사진빨’이다. 헌팅의 경우는 허허벌판에 차를 세워두거나 오로라가 나타나는 시점에 차를 멈추고 오로라를 감상하기 때문에 특별한 시설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순전히 오로라의 기분에 따라 사진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해도 괜찮다. 하지만 뷰잉사이트는 ‘사진빨’을 잘 받을 수 있는 배경들이 준비되어 있다. 쏟아질 듯 초롱초롱한 별천지는 물론이고, 사이트의 분위기를 한껏 돋보이게 해주는 랏지Lodge와 크리스마스트리를 닮은 나무들이 우거져 오로라를 더욱 멋있게 꾸며준다. 그 모든 조연들은 보다 아름다운 사진을 건지길 바라는 현지인들의 속 깊은 배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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