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이젠 내 스스로 만족 할 수 있는 연기를 원해요”

지난 4일 일본 도쿄 요요기 국립경기장 제1체육관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09~2010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경기를 마친 김연아가 오서 코치와 점수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인이라면 2007년 3월 일본 도쿄 피겨세계선수권대회를 기억한다. 김연아(19.고려대)는 이때부터 전 세계인들에게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김연아를 본 독일방송사의 캐스터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강렬한 데뷔입니다. 16세의 이 소녀는 앞으로 여자 싱글 피겨계의 수준을 결정짓는 주인공 역할을 할 것입니다.”

김연아는 피겨계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그랑프리 시리즈 7회 연속 우승, 2009 세계선수권 챔피언, 4대륙 챔피언 등 주요대회 모두 석권. 쇼트프로그램(76.28점)과 프리스케이팅(133.95점), 합계점수(210.03) 모두 공인 세계기록을 보유. 김연아는 명실상부한 세계최고다.

지난 4일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가 열린 도쿄 요요기 국립 제1체육관은 김연아에게 그 의미가 큰 장소다.

김연아는 2년전 이곳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 출전, 한국인 사상 최초로 종합순위 3위에 올랐다. 당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세계최고기록(71.95)을 세웠다. 2003년 미국의 샤샤 코헨이 세운 당시 세계최고기록 71.12점을 4년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요요기 국립 제1체육관은 김연아에게 고향과 같은 편안함이 서려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 나서는 김연아의 표정에선 긴장보다는 편안함이 슬쩍 보인다.


자신의 벽을 넘어라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3~6일.도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치른 김연아의 목표는 이미 우승을 넘어서 있었다. 김연아의 목표는 한 차원 높았다. 김연아는 경기 전, 자신의 연기에 집중해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는 것이 목표임을 재차 밝혔다.

김연아는 지난 3일 오후 일본 도쿄 요요기 제1체육관에서 진행된 여자 싱글 공식 훈련을 끝내고 나서 “이번 대회에서는 내 최고의 게임을 하는 것이 목표”라며 “내가 스케이팅을 하는 동안 관객들과 심판 모두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내 프로그램을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제 내면의 성숙된 연기를 지향한다는 소리다.

대회전날 연습에서도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하는 동안 불안했던 트리플 살코와 트리플 러츠 점프를 만족스러울 때까지 거듭 뛰며 세심히 점검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연아는 “컨디션이 좋았다. 중간에 살코와 러츠 점프에서 불안했던 것은 타이밍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습에서 흔히 있는 일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우려를 불식시켰다. 앞서 그랑프리 5차대회 실수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낸 모습이었다.


컨트롤능력도 세계최고

담담한 오서 코치는 김연아의 실수에 대해 “오히려 약 됐다”며 대회성적을 낙관했다.

김연아는 지난 그랑프리 5차대회(스케이트 아메리카) 프리스케이팅에서 시니어 데뷔 이후 두 번째로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우승은 했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 세계 기록을 깨고도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 실수를 여러 차례 범했다. 그리고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 내심 아쉬워했다.

그런데도 오서 코치는 이런 실수가 거칠 것 없던 김연아에게 좋은 약이 됐다고 평가한 것이다.

오서 코치는 “그랑프리 5차대회가 김연아에게 상승 동력을 줬다. 가장 중요한 것은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이다. 그날을 떠올리면 오히려 지난 대회의 실수는 김연아가 마음을 더 가다듬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연아는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했음을 보여줬다. 실제로 훈련에서도 점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공을 들인 김연아는 오서 코치와 상의하며 몇 번이고 반복해 점프연습을 했다. 이후트리플 플립을 완벽하게 선보이며 구경꾼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오서 코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연아가 왼쪽 스케이트 부츠를 바꾼 것에 대해 “부츠가 조금 크다고 느꼈다”면서 “긴 시즌 동안 리듬을 맞춰 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대회에서 김연아는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새 부츠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없어 보였다. 김연아의 적응력이 대단함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동계올림픽 금사냥 시동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매달 사냥을 위한 김연아의 도전이 시작된다. 만약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게되면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피겨 여자 싱글 금메달을 따는 것이 된다.

오서 코치는 지난 3일 일본 도쿄 요요기 제1체육관에서 열린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두 번째 공식 연습을 마친 뒤 “올림픽을 향해 계속 세부적인 부분을 수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서 코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연아가 트리플 플립 점프를 하기 전 경기장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던 것을 빙판 긴 모서리와 평행하게 직선으로 가로지르는 익숙한 스케이팅 동선으로 살짝 수정한 것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오서 코치는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해 온 프로그램은 완벽한 것이 아니다”면서 “이번에 스텝을 약간 바꾼 것처럼 올림픽에 나설 때까지 세부적인 수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서 코치는 “예전부터 우리는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놓고 있었으며,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시간 단위까지 나누어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연아의 위력에 45년 역사를 가진 미국 피겨계가 쩔쩔 매고 있다.

2010 밴쿠버 올림픽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피겨계는 김연아에 대항할 선수가 없어 진땀을 쏟고 있다고 CNN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가 지난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언론은 ‘시간이 없는데 미국은 차기 피겨 스타를 찾고 있다’(With clock ticking, US looks for next star skater)는 제목의 기사에서 “올림픽에서 김연아와 견줄 자국 선수들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권을 따낸 애실리 와그너, 레이첼 플랫, 앨리샤 시즈니는 김연아에 대항하기 역부족이며 기대를 모았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사샤 코언의 복귀마저 불투명하다는 것.

밴쿠버 올림픽 유력한 우승 후보 김연아와 라이벌 아사다 마오의 등장으로 아시아 피겨는 괄목할 성장을 이뤘으나 정작 45년 미국 피겨계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언론은 전했다.


#‘김연아’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인물

2009년 대학생들이 뽑은 올해의 인물로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압도적인 지지로 뽑혔다.

대학생연합문화창조동아리 ‘생존경쟁(회장 류호진)’은 11월 12일부터 25일까지 전국 7개 도시, 2009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지난 3일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 노무현 前 대통령은 ‘멘토로 삼고 싶은 대통령’에 선정됐고, 현재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는 ‘학업’, 내년에 월드컵이 가장 이슈가 될 것은 ‘월드컵’이 꼽혔다.

올해의 인물에 60.33%가 김연아 선수를 선택해 압도적인 1위를 보였다.

반면 세계적인 이슈였던 신종플루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심도가 낮았다.

‘멘토로 삼고 싶은 대통령’에 뽑힌 노 前 대통령은 서울 41.40%, 경기도 39.49%, 경상도 41.45%, 전라도 36.68%, 충청도 47.19%, 강원도 30.00%, 제주도 45.00%로 전국적으로 고른 인기를 얻었다.

‘생존경쟁’은 1994년 서울시 정도 600주년 기념 타임캡슐 사업에 참여한 이후 매년 대학생들의 의식과 관심을 알아보기 위한 설문을 실시하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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