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유치 사활…경영복귀 시나리오 쓴다

지난 2007년 동계올림픽 평창 후보도시에 대한 IOC 실사단의 실사가 이루어고 있는 가운데 평창 보광휘닉스파크에서 치하루 이가야 실사단장(왼쪽부터), 이건희 IOC 위원, 한승수 평창유치위원회 위원장이 실사단과 함께 스키장 관계자로부터 프리젠테이션을 받고 있다. (위)지난 2007년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경제인과의 간담회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명박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연말 특별사면 및 복권이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실시된 가운데 이 전 회장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행보도 관심이다. 일단 이건희 전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제품전시회(CES)에 참석해 IOC위원들과의 만나고 있다. 애초에 사면론이 나온 것도 체육계였다. 이는 온 국민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삼성그룹 관계자들 역시 이 같은 입장을 전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삼성의 세종시 입성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어 이 역시 이 전 회장의 복귀와 맞물리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측은 비공식 논평을 통해 “이건희 전 회장은 앞으로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인년 새해 재계는 물론 체육계·정계의 이목이 한 곳에 집중되고 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회장의 행보다. 현재 이 전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제품전시회(CES)에 참석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IOC위원들과 접견하고 있다.

더욱이 아들인 이재용 부사장이 올해 임원인사에서 승진했고, 그동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들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기업 ‘삼성’에 대한 각계각층의 시선도 집중된다.

더욱 큰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설’이다.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은 지난 한 해 내내 모락모락 피어났었다. 그러나 삼성그룹 측은 이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애초에 경영 복귀 가능성이 불거져 나왔을 때에도, 사실상 법리적인 문제는 없었다.

다만 집행유예기간이라는 점 때문에 몸을 사렸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단독 사면을 계기로 이 전 회장의 운신 폭은 더욱 넓어졌지만, 아직 복귀를 운운하기는 조심스럽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재로선 그 가능성에 대해 재계에서는 “누구도 알 수 없다”는 말이 정답이라고 관측한다.

분명한 것은, 재계 전반에서 이 전 회장의 경영상의 결단력에 대해 아직도 ‘향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 전 회장의 ‘결단력’에 대한 삼성전자 사장 혹은 사장 출신 인사의 발언이 최근 줄을 잇고 있다. 그 발언 자체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최지성 삼성전자 총괄사장은 “현재는 전략적인 집중을 하기 불가능한 구조다. 과감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는 오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삼성그룹 뿐 아니라 국가적인 이익을 위해 이건희 전 회장의 노하우를 활용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이건희 전 회장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에 (반도체 강국이었던)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었고, 현재의 삼성전자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특히 최지성 삼성전자 총괄사장은 연일 확고한 의지를 첨병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최 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제품전시회(CES)를 앞두고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회장을)앞으로 우리가 모시고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하루 빨리 복귀를 시사 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실제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이 전 회장의 복귀를 시사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대부론’이 힘을 얻을 정도로 그의 리더십을 갈구하는 목소리가 짙다. 한 직원은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과거 삼성에 비하면 현재 약해진 것은 몸소 느끼게 된다. 최근 들어 이 전회장이 다시 사면 복권되면서 그의 리더십이 또 다시 빛을 발하기를 기원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만큼 이 전 회장의 삼성 내 그림자는 (기세) 꺾이지 않았다. 세종시 유치 전략도 나오고 있다. 이는 이 전 회장이 지난 2008년 4월 김용철 변호사 폭로 사건과 경영권 불법승계 등으로 사퇴한 후 경영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음을 시사한다. 사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8월 14일 일부 조세포탈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되면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의 판결을 받을 동안 검찰에 드나들었고, 집에서 칩거하면서 경영과는 한 발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이 와중 삼성은 항로(?)를 이탈하는 모습을 드러내, 최근에는 삼성이 만든 냉장고가 폭발하면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때문에 삼성의 고위 관계자들은 이 전 회장의 리더십을 그리워했다.

체육계도 마찬가지다. 이 전 회장이 삼성특검에 기소되고 지난 2008년 7월 1심 판결이 나온 직후 “형이 확정될 때까지 IOC 위원 자격을 중지해 달라”고 IOC에 요청해 현재 위원 자격이 중지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평창은 두 차례나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섰다가 모두 결선투표에서 좌절되는 아픔을 맛봤다.


재계 첫 단독사면

이에 정부는 급기야 지난해 12월 29일 이 전 회장의 단독사면복권을 결정했다. 재계에서 단독으로 1인만 사면해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국가적 관점에서 사면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확정된 순간 경제계와 체육계 전반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내고 “경제계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이 이뤄진 것을 환영한다”며 “이 전 회장은 경제 발전에 더욱 큰 기여를 해 주기를 바라며, 특히 IOC위원으로서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무역협회 역시 논평을 내고 “무역협회는 정부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특별사면 조치를 크게 환영한다”며 “이번 조치를 계기로 삼성그룹이 세계시장에서 더욱 위상을 높이고 우리경제에 더 크게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 중앙회 역시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체육계도 반기기는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가장 먼저 사면론이 불거져 나왔던 곳이 체육계였다.

장재룡 평창유치위원회 사무총장은 “정부가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이것은 정부의 평창올림픽 유치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치위원회는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역시 “세 번째 도전에 나서는 평창이 반드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 전 회장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와 강원도민의 청원이 있었다”고 김은혜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 회장과 삼성그룹은) 이제 심기일전해 세계 스포츠계에서 국가를 위해 기여하고 경제 위기에서 한국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야권은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정부가 “법의 엄정성을 훼손한 불평등한 처사”라며 일제히 비난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동계 올림픽 유치라는 국익을 최우선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사면이 국민의 염원을 수용한 것이라고 볼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 지 의문”이라며 “그토록 법질서 확립을 외치던 이명박 정권이 또 한 번 스스로 법의 엄정성을 훼손한 사례로 국민의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이 전 회장의 단독 특별사면은 국민적 상식과 완전히 어긋나는 일로,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지 말라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민노당은 대한민국 법치가 사망했음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멀티미디어 가전 박람회 ‘CES 2010’에서 직접 부스를 챙기며 손님을 맞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따른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이건희 전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가전 박람회의 삼성전자 부스에 IOC 위원들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회장이 전자와 스포츠를 융합해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사장 움직임도 관심

이와 함께 장남인 이재용 부사장의 향후 행보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그룹의 미래를 이끌 이재용 부사장은 아버지인 이 전 회장의 사면으로 마음의 ‘짐’을 떨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 향후 행보는 더욱 가벼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부사장은 우선 CES2010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부사장이 CES에 참석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 부사장이 언론에 처음 데뷔한 것도 이 박람회를 통해서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건희 전 회장은 21년의 경영수업 끝에 사주 자리에 오른 반면, 이재용 전무의 경험은 아직 10년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이 아직은 더 경험을 쌓을 시기라는 얘기다.

아울러 이 전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에버랜드 전무와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이번 인사를 통해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이범희 기자]skycros@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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