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네소타 로스쿨 합격 통지를 받는 순간, 한 여성 시각장애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 저 합격했대요"라며 한동안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해 시각장애인 최초 사법시험에 합격한 최영씨의 뒤를 이어 여성 시각장애인 최초 미국 미네소타 로스쿨에 합격한 김현아씨(25).

김씨는 현재 부모님이 거주하고 있는 울산시내 한 아파트에 잠시 머물고 있다. 그녀의 인생역정은 누구보다 눈물겹다. 태어나면서부터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해 선천적으로 앞을 보지 못했다.

부산 맹학교를 졸업해 고등학교 과정을 거쳐 국립 공주대학교에 진학했다. 대학에서 4년제 장학생으로 법학사와 문학사를 취득했다. 이후 컬럼비아 대학의 교환학생으로 건너가 로스쿨에 입학해 공부했다. 이번 미네소타 로스쿨 합격 통지로 인해 6월께면 입학하게 된다.

시각장애인으로 미국 로스쿨을 준비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피눈물이 났다. 손으로 점자를 읽으면 눈으로 읽는 것보다 세 배 이상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건너간다고 했을 때 그의 어머니는 반대했다. 시각 장애인으로 혼자 어려운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됐기 때문이다.

딸의 결심이 굳어 손을 든 어머니는 800장이 넘는 법학 영어 사전을 컴퓨터 스캐너로 스캔해 모두 1600장의 파일로 만들었다. 현아씨는 이 파일을 ‘시각장애인용 노트북'으로 불리는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해 점자로 읽었다. 스캔 과정에서 컴퓨터 인식 오류가 많아 엄마는 다섯 번의 교열을 봐야 했고, 밤에는 퇴근한 아빠가 그 역할을 이어갔다.

김씨의 피나는 노력이 더욱 빛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의 꿈은 국제인권변호사가 되는 것으로 법학교수로 강단에 서고 싶은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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