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좌장격인 4선의 김무성 의원이 딜레마에 빠졌다. 정치권이 세종시 해법을 놓고 친이 친박계가 백가쟁명식 토론을 벌이고 있지만 그만은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미 그는 10월에 ‘세종시 원안은 수정돼야 한다'고 소신 발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원안에 대한 강도 높은 자세를 보이며 친이와 ‘혈혈단신'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확 줄어들었다. 자칫 한번 더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 발언을 할 경우 김 의원은 박 전 대표와는 영영 결별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친박 신주류는 김 의원에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을 공산마저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나아가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 예비후보자들중에 앞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럽다. 한나라당 의원으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은 생색내기용 자리를 제외한 철저하게 배제당하고 있다. 더욱이 친박인 김 의원이 정권의 복무하기는 더 쉽지 않다. 정파보다 계파간 갈등이 더 심한게 한나라당 속모습이다. 오죽하면 친이 진영에선 야권 후보보다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을 잡을 경우 ‘다 죽는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그렇다고 4선의 중진 의원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최대 현안에 ‘침묵'하는 모습도 그와 걸맞지 않는다. 이미 소신을 밝힌 상황이지만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된 이후 2주동안 한 마디 언급조차 없는 것은 ‘소심하고 겁많은 사람', ‘기회주의자'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부산 사나이' 김무성이 대구 여자인 박 전 대표의 치맛폭에서 쌓여서 꼼짝달짝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김 의원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가 야인이 된 인사가 있다. 바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다. 강 전 대표는 대구를 발판으로 정치를 해왔다. 하지만 대구에는 ‘박근혜'라는 흔들리지 않는 거목이 존재했다. ‘대망론'을 품고 있지만 박 전 대표가 존재하는 한 강 전 대표가 클 수 있는 정치적, 지역적 환경은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 친박이었던 강 전 대표가 ‘홀로서기'를 한 것은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부터다. 강 대표의 ‘박근혜 그늘'에서 벗어나기위한 첫 작업은 당 대표직을 지내면서 당직을 통해 자기사람 만들기 시작했다. 그 그룹이 현재 ‘동행'이라는 중도파 그룹이다. 크게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래저래 강 전 대표로부터 은혜를 입은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강재섭 계보'라는 말을 듣고 있다.

하지만 친박을 벗어난 강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친박 홍사덕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도전하자 불출마 선언을 해야만 했다. 이때부터 그는 지난 총선에서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 친박연대'를 구성 생환한 친박 인사들의 ‘복당'문제로 박 전 대표와 각을 세웠다. ‘임기내 복당 불가'로 박 전 대표는 ‘조기 복당'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후 강 전 대표는 박 전 대표와 관계가 멀어졌고 친박 이라는 딱지를 뗄 수 있게 됐다. 대신 MB 개각때마다 ‘총리 임명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대선과 총선이 끝난 지 2년이 흐른 지금 그는 야인으로서 ‘와신상담'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의원이 강재섭 길을 걸을지 아니면 박근혜 품에 머물지 금명간 결단의 순간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그럴듯하게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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