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아웃 할인 문제는 어떻게 하나?
"현장 생각 안한 조치”

일회용품 안내문구를 붙이는 한 카페 관계자. [뉴시스]
일회용품 안내문구를 붙이는 한 카페 관계자.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카페 내 풍경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부터 자취를 감췄던 카페 내부 일회용컵 사용이 환경부의 조치로 다시금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카페 업계 종사자들은 “현장을 생각하지 않은 조치”라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기존에 테이크아웃(포장 주문) 할인을 하던 카페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손님들이 테이크아웃 할인을 받은 뒤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시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카페들이 테이크아웃 할인을 실시하고 있다. 테이블 회전율, 자릿세 격인 홀 사용료, 서비스 제공 등의 이유에서다. 홍보 목적도 존재한다. 테이크아웃 주문을 하면 한 음료당 500~1000원 정도를 할인해 주는 셈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환경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조치로, 공항‧항만‧기차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다중접객업소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타인이 사용한 식기류 등은 세척해도 불안하다는 소비자들을 위한 조치인 셈이다. 그러나 모두 허용되는 건 아니었다. 환경부는 일반 식음료 매장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일회용품 사용 여부를 ‘지방자치단체(지자체)장의 판단’에 따라 정하도록 일임했다. 이후 정부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제외하는 대상을 모든 지역으로 확대하고, 지자체별로 자체 실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25일 결정했다.

이에 서울시는 산하 25개 자치구에 식품접객업소의 다회용기 등 위생을 철저히 하도록 하고, 커피전문점 등에 대해서는 일회용품을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안내했다. 허용 기간은 코로나19 상황 종료 시까지다. 다른 지역에서도 일회용품 사용 허용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현장에선 혼선을 빚고 있다는 하소연이 흘러나온다. 손님들이 테이크아웃 주문을 한 뒤 할인을 받고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신다는 것이다. 제값을 주고 음료를 마시는 손님들과의 형평성 논란까지 번지고 있어, 테이크아웃 할인을 진행하던 카페 업계 종사자들은 불편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또 이제 겨우 자리 잡은 매장 내 일회용컵 금지 문화를 또다시 바꾼 것이 현장에서는 엄청난 혼선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에 있는 한 카페 매니저 A씨는 “손님이 테이크아웃 주문을 해, 할인을 해줬는데 매장 내에서 안 나가는 일이 많아졌다. 바쁜 와중에 테이크아웃 주문 손님의 얼굴‧옷차림을 일일이 기억하고, 구분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로 인한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면서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매장 내 테이블이 부족한데, 테이크아웃 주문을 해놓고 안 나가는 사람이 많아져 일반 주문을 한 사람들이 앉지 못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왜 저 사람(테이크아웃 주문)은 매장에 앉아있는데 할인을 해줬냐’며 따지는 손님도 있다. 형평성 논란까지 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항상 테이크아웃 주문을 하는 단골손님들에게 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 할인을 안 해준다고 하면 이러한 손님도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 분명히 기분 나쁠 것”이라며 “(환경부‧지자체들이) 현장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탁상공론적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포퓰리즘적 성격도 강하다. 오히려 돈(지원금), 소독 물품 등으로 지원해야지 이건 아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직원들이 대놓고 욕을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일회용품 허용’ 같은 조치보다는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카페 업계 종사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물론 반대의견도 존재한다. “테이크아웃 할인을 중단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라는 견해다. 성남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일하는 B씨는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테이크아웃 할인을 중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일하는 C씨도 “이건 카페에서 알아서 할 일 아닌가”라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에서 테이크아웃 할인까지 중단하면 장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한편 코로나19는 알코올을 통해 사멸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홈페이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에틸알코올(술이나 소독제에 쓰이는 성분)만으로도 충분한 사멸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매뉴얼에서 식품용 알코올 소독제를 조리기구에 직접 분무해 소독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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