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다.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이다.

세상만사가 그렇다.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프로농구(NBA) 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썬더는 19~20시즌을 앞두고 악재를 만났다. 

계약 기간이 남아있던 폴 조지와 프랜차이즈 스타 러셀 웨스트브룩이 갑자기 이적해버렸다.

폴이 카와이 레너드 따라 LA 클리퍼스로 가버리자 웨스트브룩도 절친이 있는 휴스턴 로키츠에 둥지를 튼 것이다.

졸지에 팀의 두 기둥을 잃어버린 썬더 지도부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난망해졌다고 판단하고 이 참에 젊은 선수들로 구성해 미래를 도모하기로 했다.

웨스트브룩 트레이드로 받은 크리스 폴 마저 몸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트레이드를 꾀했다. 

그러나 폴을 데려가려는 팀이 나서지 않았다. 상대 구단의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줄 수 없었던 썬더는 나이 많은 폴을 데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자 시즌이 시작되기 전 전문가들은 썬더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비관적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팀의 기둥들을 거의 다 내보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서부콘퍼런스 꼴찌를 두고 다툴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썬더 지도부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플레이오프 진출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상황이 급반전됐다. 

백전노장 폴이 펄펄 날기 시작했다. 로키츠에서 하든의 원맨쇼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한을 풀기라도 하듯 예의 날카로운 어시스트와 고비마다 결정적인 슛으로 팀의 승리를 견인하는 등 예전의 기량을 회복한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이적해온 선수들 역시 친정팀에서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플레이를 썬더에서 부담 없이 펼쳤다.

덕분에 썬더는 최하위권을 맴돌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초반 선전하면서 중위권을 유지했다. 

이때만 해도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썬더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승률 5할에 플러스 10을 기록하는 개가를 올렸다.

후반기 들어서도 썬더는 기세를 올리고 있다. 25일 현재 콘퍼런스 6위에 랭크돼 있다. 5위와의 경기 차도 불과 두 경기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썬더 지도부는 생각을 바꾸었다. 트레이드를 고려중이던 센터 스티븐 아담스를 잔류시키며 올 시즌 끝까지 함께 하기로 했다. 

썬더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25경기에서 반타작만 해도 플레이오프 컷오프인 8위 안에 거뜬히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썬더의 기세가 이처럼 예사롭지 않자 타 팀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특히 플레이오프에서 썬더와 만날 가능성이 있는 클리퍼스와 로키츠 등이 전전긍긍해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정규리그 경기에서 썬더에 혼쭐이 났다.

클리퍼스와 로키츠는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어 썬더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으나 썬더는 져도 본전이기 때문에 홀가분하게 경기를 할 수 있다.

조지와 웨스트브룩을 내주고 폴을 데려온 것이 썬더로서는 오히려 ‘신의 한수’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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