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2.24. [뉴시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2.24. [뉴시스]

 

구약성경에 나오는 십계명을 보면 당시 사회상을 알 수 있다. 

모세가 에굽에서 노예로 살고 있던 이스라엘 민족을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데리고 갈 때 이스라엘 민족은 물론이고 가나안 사람들은 온갖 신들을 믿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바알신, 아세라신이 유명했다.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을 하나로 뭉치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유일신 야훼 이외는 섬기지 말라고 했다.

당시에도 사람들은 돈과 맘몬주의에 빠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밖에 “안식일을 지켜라” “네 부모를 공경하라”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 등이 나온다.

인간의 기본적인 윤리관을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이를 법으로까지 만든 것을 보면 당시 사람들이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비영어권으로는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직도 미국 영화관에서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다.

사업에 실패해 반지하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이 한 부잣집에 통채로 들어가 거기서 기생하다 들통이 나자 급기야는 부잣집 가족을 살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들은 명문대 재학증명서를 위조해 부잣집 딸 영어 과외선생으로 들어간 후 자기 여동생을 제시카로 위장해 부잣집 아들의 미술 과외선생으로 취업시킨다. 딸은 부잣집 가장의 운전기사에게 차 안에서 카섹스를 했다는 오해를 하게 한 뒤 자기 아버지를 새 운전기사로 채용하게 한다.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부잣집의 가정부를 폐결핵 환자로 몰아 해고당하게 만든 뒤 자기 부인을 새 가정부로 데려오는 데 성공한다.

영화 역시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다. ‘기생충’도 그 중 하나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기생충들로 득실거리고 있음을 고발한 것이다. 

정치인은 이런 기생충 같은 인간들이 사회에서 판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명문대 재학증명서를 위장하지 않고도 취업할 수 있는 세상, 자기 동생을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지 않고도 떳떳하게 소개할 수 있는 세상, 남을 모함하지 않고도 취업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기생충’ 같은 영화가 인기를 끄는 것은 바로 적지 않은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생충을 없애는 구충제가 되기는커녕 되레 기생충처럼 국민들의 영양분을 빨아 먹고 있지 않은가.

분열됐던 보수정당들이 우여곡절 끝에 미래통합당이라는 이름으로 합쳤다. 

완전한 통합은 아니지만 3년간의 분열을 끝내고 하나가 됐다는 점에서 총선을 앞둔 정치공학적 통합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통합을 반기는 보수 진영 유권자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가장의 실수를 놓고 생각을 달리하다 헤어진 가족이 ‘대사’를 앞두고 다시 합쳤다는데 이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그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자기 한 몸 살아보겠다고 이리저리 떠다니며 단물만 빨아먹던 기생충 같은 정치인들까지 받아들이는 행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들은 미래통합당이 출범하기 전 보수정당들을 향해 온갖 험한 말을 내뱉었을 뿐 아니라 패스트트랙 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편법을 동원해 집권 여당 편을 들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런 자들에게 이번 총선의 미래통합당 후보 공천을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저들의 희망 사항일 뿐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아무리 급해도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야 한다. 

미래통합당은 앞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좀먹는 기생충 같은, 기득권만 가진 무책임한 정치꾼들을 철저하고 완벽하게 배제하는 정당이 되기 위해 출범하지 았았는가.

그런데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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