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함께 극복" 통큰 기부ㆍ자원봉사 의료ㆍ임대료 인하...온정 이어져

 

코로나19경제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총수들 [뉴시스]
코로나19경제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총수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기준 114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20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37일 만에 1000명 을 넘어섰다.

약 한달 동안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국제 사회에서 한인을 피하는 모습까지 나타나는 실정이다. 그러나 희망의 씨앗도 번지고 있다. 기업 총수들의 통 큰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마스크, 손 소독제를 기부하는 기업체나 개인, 연예인도 있다.

자신이 소유한 건물의 임대료를 인하 또는 감면해 주는 등 미담 사례도 알려진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힘내요 대구·경북" 등의 응원 댓글도 이어지는 상생의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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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에 무려 2조6000억원을 지원키로 하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코로나19 지원 금액으로는 국내 그룹 중 최대 금액이다. 뿐만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은 자금난에 처한 협력사들의 숨통 을 틔워주기 위해 원자재 조달 다변화와 물류 대체경로 발굴 등에도 나섰다.

"#힘내라 대구·경북" 협력사들 통큰 지원 앞장

이 부회장은 13일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기업 회식의 주52시간제 저촉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이에 청와대는 "자율적 회식은 주52시간제와 무관하다는 것을 적극 홍보하겠다"고 화답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부품 협력사들을 위해 대규모 긴급 지원을 지시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직접 챙기고 나선 것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우선 전국의 재난취약계층과 의료진, 피해자를 대상으로 현금과 구호·방역 물품 제공, 예방·방역 활동 등을 지원한다. 경제활동 위축으로 피해가 큰 저소득층과 자가 격리자를 위해 체온측정기와 손세정제, 마스크 등의 예방 물품을 제공한다.

또 의료진의 방역 물품 구입을 돕고, 적재적소에서 예방·방역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과 전국재해구호협회는 특히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찾아가는 방역서비스를 조기에 실시하고, 방역 물품, 생필품 등을 적기 공급하는 데 집중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과 치료·방역 등 의료활동에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SK 회장은  침체된 골목 상권을 활성화를 위해 직접 나섰다.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2월 19일 퇴근 후 내부 구성원들과 회사 인근인 종로 일대 식당을 함께 돌며 식사를 같이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서울 종로 일대 식당 여섯 곳과 호프집 한 곳을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일부 최고경영자(CEO)가 최 회장과 동행했다.

최 회장은 SK 직원들이 자주 방문하는 인근 식당을 찾아 임직원들과 자연스레 합석하기도 했다. 동료와 저녁을 먹던 직원들은 최 회장이 등장하자 환호성과 함께 술잔을 권했다는 후문이다.

임직원들과 마주한 최 회장은 개인 차원의 건강관리에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SK가 추구하는 가치가 ‘모든 이해관계인의 행복’인 만큼 우리 주변도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의 식대는 제가 계산할 테니 여러분은 추가 주문으로 가게 매상을 많이 올려 달라”고 말하며 자리를 옮겼다. 식당 주인에게도 “어렵고 힘드시더라도 힘내시길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

구광모 LG 회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임산부 재택근무, 플렉시블 출퇴근제 등 임직원 안전조치를 강화한다. 먼저 임산부 직원의 경우 필요기간 동안 재택근무를 하고 유치원·어린이집 휴원, 개학 연기 등으로 유치원 및 초등학교 자녀 육아를 위해 재택근무가 필요한 직원들도 재택근무하도록 했다. 특히 재택근무 기간 중 근태는 정상근무로 인정하거나 공가(유급휴가) 부여를 통해 임직원들의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우한' 귀국민 700여명에 긴급구호물품을 지원했다. 조원태 한진 회장은 중국 우한에 마스크 4만장등 구호품을 전달했다. 조 회장의 경우 교민 수송용 전세기를 함께 타고 우한에 다녀온 바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중국 코로나 피해지역에 10억원을 지원했다.

우리금융그룹(회장 손태승)은‘코로나19대응 테스크포스(TF)’를 그룹 차원으로 격상시키고, 우리은행 등 전 그룹사의 보유 역량을 총동원해 대고객 금융지원에 본격 나선다고 26일 밝혔다.

우리은행은 대인접촉에 따른 불안감 해소와 확산방지를 위해 전체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우리은행 이용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눈앞에 보이는 사업보다 우리와 함께하는 모든 고객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보답할 때”라고 강조하며, “이번 사태가 안정화될 때까지, 특히 수천만 고객이 거래하는 은행과 카드 부문 등에서 금융 지원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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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뿐 아니라 주민들과 의료진에 필요한 물품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한화그룹 주력 계열사인 ㈜한화와 한화솔루션은 마스크 15만장을 의료진과 저소득층에 기부한다. 경북 구미에 위치한 SK실트론은 그룹 성금과 별도로 대구·경북 지역을 위해 마스크 10만장과 손 세정제 2만5000개 등 4억원 상당의 현물을 지원했다. LG생활건강도 성금과 별도로 10억원 상당의 핸드워시 제품을 대구·경북 등 필요한 곳에 지원하기로 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1일까지 2주간 대구·경북 지역 약 1000여 점포에서 생수·라면·즉석밥·티슈 등 주요 생필품 10개 상품을 20~30% 할인 판매한다.

매일유업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힘들어하는 낙농가와 대리점, 협력사 등 총 800여 명에게 자사 제품을 26일부터 전달하기로 했다. 최근 오비맥주는 전국에 뻗어 있는 구매망을 통해 긴급 공수한 마스크·손 세정제 등 10억원 상당을 대구 지역 의료진·방역요원에게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쿠팡은 지난 21일 대구시에 1억8000만원 상당의 손 세정제 2만1500병(500mL)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기부했는데, 이 사실이 대구시장 브리핑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카카오는 코로나19 피해층 지원을 위한 '기브티콘'("주다"를 뜻하는 give+이모티콘)을 선보인다. 수익금을 카카오가 가져가지 않고 우한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한 활동에 기부하는 이모티콘이다. 카카오는 마스크·손 세정제 등이 부족한 취약 계층을 돕는 모금 캠페인도 운영 중이다.

"상가 돕는다" 임대료 인하 이어져

시민들의 발길이 끊겨 상가 운영의 어려움은 물론, 입점 상가들이 상가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등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자 ‘착한 건물주’들의 행렬이 뒤따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에 입점한 소상공인 운영 임대매장 임대료를 다음달부터 3개월간 20% 인하한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행복한백화점’은 중소기업 판로지원을 위해 1999년 서울 목동에 설립된 백화점이다. 지하부터 6층까지 안경점, 미용실, 음식점 등이 입점해 있다.

임대료 인하 조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 급감 등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고통 분담, 양천구 지역경제 활성화에 한몫할 것으로 센터측은 전망했다. 이 백화점의 임대매장은 임대료가 영업비의 20%가량에 달한다.

정진수 중소기업유통센터 대표이사는 “임대료 인하 결정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을 돕고, 지역경제 침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 김포의 한 건물주도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분담한다며 임대료를 점포당 100만원 인하하기로 했다.

지난달 18일 김포시에 따르면 장기동 한 건물 주인 A씨는 최근 매출이 감소한 건물 입점 점포 4곳에 대해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100만원씩 인하하기로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점포들이 타격을 입자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취지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포시가 이달 초순께 관내 식품접객업소 125개소를 대상으로 같은 달 첫째 주 매출 현황을 전화로 조사한 결과 매출이 30∼5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내 일부 숙박·미용·제조업체 등도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하영 김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익명을 요청한 건물주가 입주자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임대료를 인하했다"며 "그 마음이 감사하고 따뜻하다"고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최근 건물주들이 같은 취지로 임대료를 5∼20%가량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임대료 인하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광탄경매시장 상인회장은 솔선수범해 3개월간 임대료를 10% 인하하기로 했으며, 문산자유시장의 한 약국 건물 임대인도 동참하기로 했다. 파주시는 추후 임대료 인하 운동이 곳곳에 확산되도록 적극적인 캠페인을 벌이며 우수 사례를 전파할 예정이다.

코로나에 맞선 의료진...감염위험 안고 '분투'

한편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3일에는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대구광역시 내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는 벤치에 기대 짧은 휴식을 취하는 의료진의 모습이 포착됐다.

방역복을 입은 채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모습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의료진의 사진은 이날 하루 동안 SNS상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누리꾼들은 사진을 공유하며 "고맙습니다", "힘내세요", "여러분은 우리의 영웅입니다"와 같은 반응을 쏟아냈다.

코로나 1번 확진자가 나온 날부터 현재까지 한 달 넘게 매일 오후 언론 브리핑에 임하고 있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의 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확진 환자 집계와 언론 브리핑 준비 등을 위해 긴급상황실을 지키며 도시락 위주로 간단히 식사를 챙기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하루 평균 1~2시간 정도의 쪽잠으로 현재의 상황을 버텨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머리 감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짧게 커트했다는 대목이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참모진에게 정 본부장에 대한 안쓰러운 감정을 토로했던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참모들과의 대화 과정에서 정 본부장에 관해 언급했던 내용을 일부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정 본부장을 가리켜 "조금 허탈하지 않을까(싶다)"며 "보통의 경우 맥이 빠지게 마련인데 체력은 어떤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수그러들던 시기에 31번 환자가 발생해 완전히 새로운 국면이 열린 상황을 가리켜 정 본부장 심경이 허탈해 했을지 모른다고 짐작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보통 일이 잘 되다가 안 되는 쪽으로, 또는 새로운 개념으로 가게 되면 우리도 '보통 맥이 빠진다'는 말을 쓰는데, 그러한 말이었다"고 문 대통령 발언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문 대통령이 정 본부장의 체력을 걱정한 것과 관련해선 "(코로나19 사태가) 한 달 이상 됐다. 건강 걱정을 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결국 (정 본부장이) 이번 사태로 인해 자기 체력 저하가 없었으면 하는 뜻이고, 힘을 냈으면 한다는 말씀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 본부장은 "방역대책본부의 직원들이 업무의 부담이 크긴 하지만 잘 견디고 잘 진행하고 있다, 그 정도 답변 드리겠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앞서 온라인에서는 매일 브리핑을 진행하는 정 본부장이 수척해져 가는 모습과 질병관리본부 직원들에 대한 응원도 나왔다. 대구 신천지 예수교를 중심으로 무더기 확진자가 나온 이후인 지난 20일부터 트위터에서는 '#고마워요_질병관리본부', '#힘내요_질병관리본부'와 같은 해시태그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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