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 김문수 - 송영길

‘6·2지방선거’로 ‘여소야대’ 상황이 만들어진 가운데 김문수, 오세훈, 송영길 등 이른바 ‘수도권 3인방’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의 결정에 따라 수도권 거주자의 삶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들 3인방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보면 시의회가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최초로 야당이 장악하게 됐다. 시의회의 민주당 대 한나라당 의석 비율은 79대27이 됐다. 4년 전 선거 때 한나라당 102명 대 민주당 4명이란 압승을 거뒀던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오 시장의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시책은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문수 도지사와 송영길 시장도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세 낮춘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 지사는 야권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리며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도의회 구성은 김 지사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고 있다. 경기도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전체 124석 중 76석을 차지했다. 민주노동당 1석, 국민참여당 2석, 진보신당 1석까지 하면 80석(65%)이 야당이다. 한나라당 도의원은 42명에 불과하다. 4년전에는 한나라당이 지역구 도의원을 싹쓸이하고 비례대표에서도 11석 중 7석을 차지했다.

또 정치적 고향인 부천에서 유 후보에 패배하면서 정치적 상처를 적지 않게 입었다. 김 지사는 이번 경기지사 선거에서 자신의 텃밭인 부천에서 유시민 후보 보다 적은 표를 얻어 안방에서 외면당하는 망신을 당했다. 부천은 김 지사가 15, 16, 17대 연속 국회의원에 당선돼 경기도지사 입성의 발판을 만들었던 곳이다. 더욱이 도지사 선거뿐 아니라 기초단체장, 광역,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모두 야당에 패했다. 김 지사로선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부천은 김 지사가 10여 년 동안 지역주민들과 동고동락했던 곳이어서 패배의 충격은 남다른 상황이다.

도의원 선거도 김 지사에 불리하게 풀렸다. 8개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에 모두 패배했기 때문이다. 4년 전 실시된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7개 선거구에서 모두 승리한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의 결과다.

그러나 김 지사는 야권의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유시민 후보를 이김으로써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에 따라 김 지사는 잃은 것도 있지만 그만큼 더 많은 것을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 지사는 선거 직후인 지난 3일 “수많은 규제를 철폐하고 경기도를 베이징ㆍ도쿄와 경쟁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허브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역대 민선 경기도지사 중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한 김 당선자는 이날 오전1시가 넘어 당선의 윤곽이 드러나자 한나라당 경기도 당사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김 지사는 “부족한 저를 지지해주신 도민들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더 겸허하게 섬기는 자세로 일하겠다”고 당선사례를 했다.

또 김 당선자는 이날 당선축하 화환을 받지 않았으며 축하행사도 모두 생략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등 전체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한나라당이 참패한 데 따라 앞으로는 더욱 겸손한 자세로 도정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지사는 “도지사에게 중요한 것은 통합의 리더십”이라며 “정당과 이념이 달라도 이견을 조율하며 몸을 낮춰 겸허하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말했다.

대선출마 의사에 대해 김 지사는 도정에 전념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제 머릿속은 민선 5기 경기도를 이끌어가는 고민으로만 가득 차 있다”고 못 박았다.


오세훈, 야권 구청장과 소통 속 시장필요

이번 6·2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20~40대 유권자들은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주로 지지한 반면 5~6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한나라당 오세훈 시장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사들의 공동 출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오 시장의 연령별 득표율은 20대 이하에서 34.0%, 30대에서 27.8%, 40대에서 39.8%, 50대에서 57.6%, 60대 이상 71.8%를 기록했다.

반면 한 후보는 20대 이하에서 56.7%, 30대에서 64.2%, 40대에서 54.2%, 50대에서 38.8%, 60대 이상에서 26.0%의 득표율을 보였다. 오 시장은 한 후보에 비해 20~40대에서는 득표율이 크게 뒤졌지만 50대, 특히 60대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로 서울시장에 당선될 수 있었다.

시간대별 득표율을 살펴봐도 오 시장은 50대와 60대 이상의 투표율이 높은 오전 9시에는 14.1%p 차로 한 후보를 크게 앞섰지만 20~30대의 투표율이 늘어난 오후부터는 차이가 줄어들기 시작해 오후 4시쯤에는 격차가 3.9%p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어 오후 5시에는 2.6%p, 6시(예측치)에는 0.2%차로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가 집계한 최종 득표율에서 오 시장은 한 후보를 0.6%p차로 이겨 출구조사 결과와 별 차이가 없었다. 동시에 두 후보의 초박빙 승부를 이끈 배경에는 야당후보를 지지하는 20~30대의 활발한 투표참여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에 재선됨으로써, 지난 민선 4기 시정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해 한강 르네상스와 남산 르네상스, 디자인 서울 등 중·장기 사업들을 한층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 시장은 앞으로 숙제가 적지 않다. 가장 큰 숙제는 반대파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는 시장은 한나라당이 차지했지만, 구청장과 시의회 의원 등은 대부분 민주당 사람들로 채워졌다. 이에 앞으로 오 시장의 시정은 험난한 파고를 넘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구청장 가운데 4명만이 한나라당(강남, 서초, 송파, 중랑구)이고, 21명이 민주당으로 당선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지난 민선 4기 선거에서는 서울시장 뿐만 아니라 서울 25개 구청장 모두를 한나라당이 싹쓸이하고, 106명의 서울시 의원중 102명을 독식한 것과 180도 다른 상황에 놓인 것이다.


송영길, 대우차 이후 경제회복이 관건

득표율 53.1%로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44%)를 9.1%차로 제치고 인천시장에 당선된 송영길 당선자는 “저의 당선은 인천의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갈망하는 시민의 염원이 반영된 결과로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각종 네거티브 공세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현 정부의 실정 심판을 요구하며 야권 단일 후보인 본인을 밀어줘서 감사하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송 당선자는 승리요인에 대해 “당내 경선을 통과해 야권선거 단일화 모범을 보였고 초반부터 10조원에 달하는 인천시 부채 문제와 구도심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며 정책선거를 펼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각종 흑색선전과 비방은 물론 북풍 등 네거티브가 거셌지만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며 선거운동을 펼쳤고, TV토론회를 잘해 정책비교가 되면서 분위기를 전환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송 당선자는 “지지율이 안 후보에게 뒤지는 각종 여론조사를 믿지 않았다”며 “민심의 흐름은 한나라당의 오만과 독선정치에 대한 심판 분위기였고 비밀투표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인천시장 인수위원회 준비를 위한 송 당선자측의 본격적인 행보가 이르면 다음 주 초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송 당선자측은 인수위원장을 누구로 정할지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역의 영향력 있는 대학 교수나 시민단체 수장 등을 인수위원장으로 임명할 계획이다. 송 당선자측은 일단 정당과 파벌을 떠나 모든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역의 어른을 인수위원장으로 선정한다는 생각이다.

송 당선자측은 인수위원회가 구성되면 인천시의 재정과 경제자유구역에 관련된 각종 계약 서류 등을 우선적으로 인천시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송 당선자측 관계자는 “선거운동 내내 송 당선자가 지적했던 시 재정과 경제자유구역 부분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인천시도 인수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관련 서류를 검토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시에서는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인수지원단이 꾸려진다.

또 송 당선자는 “인천시를 경제수도와 산업·교육 중심도시로 만들기 위해 축제경비 등 각종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고 일자리 창출과 함께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첨단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시 예산 10% 절감, 전시행정 근절, 경제자유구역 특혜 차단을 통한 개발이익 환수 등으로 재정을 개선하고 교육예산 1조 원 시대를 열어 교육수준 향상과 무상급식을 실현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송 당선자는 8년 동안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시공무원인사에 대해서도 “학연·지연에서 벗어나 탕평인사, 실력과 능력이 존중되는 인사로 공직자들의 사기를 높이고 시민과 소통하는 행정 체계로 개편하겠다”며 행정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편 송 당선자가 민주당의 이번 지방선거 약진에 대해 “이명박 정권 2년 반 동안 교만하고 오만한 것에 대해 국민들이 회초리를 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당선자는 지난 3일 오전 BBS라디오 ‘전경윤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이나 이런 것 좀 국민 의견을 들어서 하지, 왜 이렇게 불도저식으로 나가는지에 대한 옐로우 카드 주신 것”이라며 “(인천은)부채가 7조 원이나 되고 특히 교육이 전국 최하위인데 이런 곳에 신경을 안 써서 여기에 대한 반성, 전환을 요구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인천시장 선거에서의 승리에 대해 “이 정권 들어와서 언론 자유가 제한되고 옥죄이는 분위기라서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숨은 저의 지지층이 있었다”며 “그것이 여론조사에는 표현되지 않다가 무기명 비밀투표로 익명성이 보장되는 투표로서는 정확히 표현됐다고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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