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동안 주말에도 쉬지 못했다. 국회사무실을 비우고 낯설다면 낯선 소도시에 내려와 밤낮없이 뛰었다. 마뜩찮은 과정이긴 하지만 당내 경선을 거치면 얻을 수 있는 것도 많다. 우선 이 과정에서 본선거 준비를 대부분 마칠 수 있다. 사실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든 일이 사전에 선거에 대한 콘셉트, 메시지 등을 합의하는 과정이다. 

이미 한두 번은 자기 선거를 치러본 국회의원들은 자기만의 확고한 선거관이 생긴다. 그걸 현실에 맞게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경선은 짧은 시간 압축적인 전투로 치러진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조직이 점검되고 메시지가 조율된다. 본선 준비가 수월해진다. 물론 경선에서 이겼을 때나 의미 있는 일이다.

경선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다. 특히나 국회의원 이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도 까마득할만한 재선, 삼선의원이나 중진들 입장에서 경선 패배는 세상이 무너지는 일이다. 보좌진만 해도 일곱 명, 휘하에 거느린 시, 도의원 4~5명을 가지고도 질 선거는 진다. 때로는 너무 오래 지역을 독점한 탓에 유권자의 피로감이, 어떤 경우에는 도전하는 상대 후보의 절실함이 패배를 부른다. 

보좌진 입장에서 모시는 의원이 경선에서 패배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이유는 차고 넘치고 ‘질 수 밖에 없는 선거였구나’하는 자괴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어렵사리 패배를 되새김질하는 의원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힘겹다.

왜 졌을까? 여당인 민주당의 경선은 권리당원 50%, 국민참여선거인단 50%의 투표로 치러진다. 권리당원은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당원들로 구성된다. 국민참여선거인단은 통신사의 협조를 얻어 5만 명의 안심번호 데이터베이스에 전화를 돌려 참여 여부를 묻는다. 권리당원 투표는 조직력을 겨루는 과정이고, 국민참여선거인단 투표는 후보의 인물 됨됨이를 평가받는 과정이다. 

대부분의 권리당원은 사전에 후보들의 모집을 거치기에 자신을 모집한 후보에게 투표한다. 국민참여선거인단은 조금 다르다. 방대한 규모 탓에 이들은 조직되기 어렵다. 대부분의 국민참여선거인단의 표심은 현역의원에 대한 평가가 좌우한다.

민주당의 후보군은 지난해부터 권리당원 모집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7월이 권리당원의 투표권이 생기는 마지노선이었기에 마감 전에 자신의 선거인단을 모집하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각 후보 진영에서는 보험 영업하듯, 다단계 영업하듯 권리당원을 모집했다.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을 주소를 허위 기재하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 이런 사례가 다수 발생하면서 일부 후보는 중앙당의 경고를 받기도 했고, 중앙당은 주소 등을 허위 기재한 권리당원을 걸러내기 위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남겨진 사람들이 권리당원 자격을 획득했다.

당의 후보를 결정하기 위해 과연 이런 난장판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다른 대안이 없는 한 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은 서로 동의할 수 있고, 승복할 수 있는 절차를 거치면 될 것이다. 어째든 절차적 공정성에 의구심이 모락모락 돋긴 했지만 승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동의하긴 어렵지만 다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보수 야당의 경우에는 당내 경선이 100%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이뤄진다. 당원참여 절차를 거치기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러 분파가 결합한 당내 사정도 한몫했다. 국민여론조사로 결정하는 경선방식도 많은 문제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의제기도 많을 것이고 승복하지 않는 후보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이렇게 걸러진 후보들이 본선으로 갈 것이다.

잔치이기보다는 난장판 같은 과정이었지만 이제 경선은 끝났다. 패배한 후보는 집으로 돌아가고, 승리한 후보는 다시 본선을 준비할 것이다.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는 후보에게 위로의 박수를 보낸다. 경선이란 잔치의 끝은 본선이라는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전쟁터에서 빠져나오게 된 것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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