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최측근 임태희 대통령실장 내정자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이 신임 대통령실장으로 내정됐다. 지역구(경기 성남 분당을) 의원인 임 내정자는 관례에 따라 조만간 의원직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수석 인사가 마무리되면 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공식업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청와대 참모진의 수장인 대통령실장 인선이 완료되면서 청와대 수석 등 참모진 인선 작업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 내정자에 대해 알아봤다.

청와대가 6·2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인 인적쇄신 작업에 착수했다. 첫 번째 신호탄은 임태희 대통령실장 내정자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7월 8일 “이명박 대통령은 임 내정자가 국민소통과 서민친화라는 이번 청와대 조직개편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고 중도실용과 친(親) 서민정책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판단해 대통령실장으로 발탁했다”면서 “50대의 젊은 대통령실장 발탁으로 국민이 원하는 변화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활력 있는 젊은 청와대로 이끌어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이어 “이 대통령은 임 내정자가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비판의 목소리도 경청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가졌다고 평가했다”면서 “지역적으로도 수도권 출신으로 영호남 지역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등 국민통합과 정치선진화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임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이념적으로도 합리적 중도성향으로 당정, 국회 관계가 원만하고 대화와 조정 능력을 통해 이 대통령을 보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 내정자는 정정길 현 대통령실장(68)보다 14세가 적은 54세의 나이로 대통령실장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7월 1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때 선출될 당 지도부와 이달 중순 단행될 것으로 알려진 국무총리 등 내각 개편 작업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임 내정자는 1기 청와대 참모진 인선때도 대통령실장 후보로 거론됐던 최측근 인사다. 그는 2007년 대선 당시 대선후보 비서실장과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은바 있다. 따라서 그를 차기 대통령실장으로 내정한 것은 지방선거 패배 이후 조기 레임덕 우려가 나오는 만큼 강력한 ‘친정체제’ 구축을 통해 안정된 여권 조직을 구상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임 내정자가 대통령실장으로 확정됨에 따라 한동안 여권 지도부를 장악했던 ‘3정(鄭: 정운찬, 정몽준, 정정길)’ 체제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정몽준 의원은 지방선거 직후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정운찬 국무총리는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임 내정자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성향을 보였으나, 본선에 들어서는 대선후보 비서실장과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아 캠프 핵심으로 급부상했다.

그는 또 대선과정에서 시민들과 정책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타운미팅’을 제안했고, 대선 이후에는 당 정책위의장을 맡아 경제살리기 정책을 주도하기도 했다.

임 내정자는 이와 함께 행정고시(24회) 출신의 3선 의원으로, 한나라당 대변인과 원내수석부대표, 여의도연구소장, 정책위의장을 두루 거쳐 정책 능력과 정무 감각이 뛰어난데다 대인관계도 원만해 ‘실무형’이면서 ‘화합형’ 인사로 알려져있다.

임 내정자 출신지역도 경기 성남으로 비영남·수도권이어서 지역안배 성격을 충족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노동현안 적극해결 기대

임 내정자는 지난해 초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으로 비정규직 개정 문제를 논의하면서 노동계와도 인연을 맺었다. 당시 임 내정자는 비정규직법 개정과 관련해 정책연대를 맺고 있는 한국노총과의 협의 테이블을 주도하면서 합의 도출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한시적 유예’안을 주장하는 홍준표 의원의 의견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면서 사업장을 규모별·업종별로 세분화해 기간을 차등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때문에 노동계 일각에서는 이때 임 내정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될 당시 노동계 배제 전략으로 일관해왔던 이영희 노동부 장관과는 달리 대화와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시 청와대 역시 임 내정자의 인선 배경과 관련, “탁월한 이해관계 조정능력과 의정 활동 경험으로 국회와의 공조를 통해 노동 현안을 적극 해결할 것”이라며 ‘조정 능력’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임 내정자가 노동현장과 실무 경험은 물론 노동문제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노동문제 비전문가’라는 점에서 노동계의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 임 내정자는 주로 재무부 관세국과 재무정책국, 청와대 금융담당 행정관 등 재정, 금융 분야를 거친 경제통으로 알려졌다. 또 3선 의원이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한 번도 발을 딛지 않았고, 노동 단체와도 인연이 없었다.

더욱이 임 내정자가 지난해 초 화물연대 파업을 놓고 했던 발언 등으로 인해 노동계에 대한 강경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임 내정자는 당시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화물연대의 파업은 외부세력이 개입되고 강경파들이 주체가 된 정치 투쟁”이라며 “조금씩 온기가 돌기 시작하는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 민주노총을 향해서는 “이제 국민들이 강경투쟁을 원치 않는다”며 “그 동안 노사정이 모여 합의한 정신을 바탕으로 본업으로 복귀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임 내정자가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겠지만 그 동안 노동배제 전략을 취해왔던 노동부의 정책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여기에 임 내정자가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에 이 대통령이 정책과제로 내세운 노동유연화와 노사관계 선진화 정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노동계를 긴장시켰다.


노동부 장관 재임 시절 평판은?

임 내정자는 평소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진 ‘신사’로 통한다. 주변 공무원들은 임 내정자를 두고 성격이 좋고 합리적이라고 평가한다. 임 내정자는 처음 보는 사람도 부드러운 미소로 좋은 인상을 풍겨 내 사람으로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의 장인은 권익현 전 한나라당 의원인데 권 전 의원도 비슷한 성격이라고 알려졌다. 임 장관은 서울대 동기인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함진아비(함재비)로 권 의원의 집에 갔다가 그의 눈에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도 얻고 있는 임 장관은 ‘MB정부의 황태자’로 불리며 항사 ‘실장’이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녔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비서실장과 당선인 비서실장을 거친 이력이 있다. 최 측근에서 이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누구보다 의중을 잘 읽어 대통령의 마음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입문계기는 특이하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재무부에서 근무하다 청와대 경제수석실로 파견됐다가 여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여권의 러브콜은 고사하고 한나라당 후보로 16대 총선에 출마했다. 당시 한나라당 중진이었던 권 전 의원을 통해 이회창 전 총재의 귀에 이 얘기가 들어갔다. 이 전 총재는 “김대중 대통령이 탐낼 정도면 우리가 영입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면서 임 장관을 영입했다는 후문이다.


與 “임 장관 최적임자” vs 野 “회전문 인사”

현재 여야는 새 대통령실장에 임 장관을 내정한 데 대해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소통의 최적임자”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회전문인사”라며 비난하고 있다.

여야는 또 시민사회 담당 사회통합수석 신설을 골자로 한 청와대 조직개편에 대해서도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소통강화를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지원했고, 민주당은 “민심을 제대로 못 읽은 한심한 조치”라며 여야간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정과 현실정치에 경험이 많은 임 장관이 최적이라며 청와대의 이번 결정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해진 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임 대통령실장 내정자는 경제문제를 비롯한 정책 전반에 두루 밝다”면서 “이 뿐만 아니라 지역구 3선 의원으로서 현장민심을 잘 알기 때문에 여야와 두루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친이계 의원들도 대다수 합리적 인사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친박계 내부에선 일부 부정적 시각도 나왔다.

한 친박 의원은 “임 대통령실장 내정자는 특정 실세의 따뜻한 배려를 받고 있는 사람 아니냐”고 꼬집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고질병이 또 도졌다. 쓰던 사람을 자리만 바꿔 또 쓰는 것이 인적 쇄신이냐”면서 “더욱이 ‘6·2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이 고작 청와대 수석실 하나 고치라는 것인 줄 아는 모양인데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다만 박지원 원내대표는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임 장관은 정부에서 오랫동안 공무원으로 일을 했고, 국회에서도 좋으신 분이기 때문에 무난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긍정 평가했다.

자유선진당 박현하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로 능력 검증이 제대로 됐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고,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 역시 “이번 인사는 인적쇄신이 아니라 제대로 된 역주행을 해 보겠다는 오기의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임태희 내정자 프로필
▶서울 경동고
▲ 서울대 경영학과
▲ 공군 중위 만기전역
▲ 1980년 행시 24회
▲ 재경부 산업경제과장
▲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
▲ 대변인
▲ 원내 수석부대표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
▲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 16~18대 국회의원(경기 성남분당을)
▲ 2009년 9월~현재 제24대 노동부 장관
▲ 부인과 2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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