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체감경기 올리기 위해 발 벗고 뛴다!!


‘정확히’ 1년 만에 MB는 백용호 국세청장을 청와대로 불러올렸다. 2만 국세청 직원들은 그 소식에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반응은 국세청 직원들이 얼마나 백 청장을 인정하고 존경하는 것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어떤 점 때문에 백 청장은 단 1년 만에 국세청 직원들과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백용호 정책실장 내정자에 대해 알아본다.

백 청장은 국세청에 정말 혜성 같은 등장을 했다. 2009년 6월 21일, 평소와 다름없던 일요일이었다. 하지만 국세청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감돈 채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태풍의 눈처럼, 곧 다가올 폭풍을 준비하는 고요함은 더 극적인 효과를 불러냈다.

국세청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입에 올린 화두는 모두 ‘청와대가 국세청장 후보로 누구를 낙점했을까’였다. 오후 2시경 인사가 발표되자 국세청은 일순 술렁였다. 예상 밖의 인사였다. “도대체 백용호가 누구냐?”

모두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등장한 주인공은 백용호. 그는 국세청장 내정 전에는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재직 했던 최초의 학자 출신 국세청장이었다. 때문에 차기 국세청장에 대한 우려 또한 전국 세무관서에서 읽혀졌다. 백 청장이 경제 박사 출신이기 때문에 국세행정 비전문가라는 것이다. 국세청에는 ‘세무통’들이 널렸는데 굳이 MB가 백 청장을 국세청장을 임명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또 MB측근인 탓에 오히려 국세청이 청와대에 휘둘릴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당시 세무 직원들은 국세청 안·밖에서 국세청장 직무대행 역할을 수행하고 있던 허병익 前 국세청 차장 혹은 MB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김병기 前삼성경제연구소 사장 중 한 명이 내정될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었다.


직원과의 소통 중시, 원리와 원칙 강조

하지만 지난해 7월 16일자로 18대 국세청장으로 부임한 백 청장은 이런 추측들을 일시에 불식시켰다. 그는 전임 국세청장들의 연이은 불명예 퇴진의 단초로 작용했었던 인사잡음을 말끔히 해소하는 등 원칙과 투명성을 앞세워 인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역시나 전임 국세청장들을 따라다니던 ‘비리금’,‘국세청과 정부의 유착’ 의혹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더불어 직접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시도하며 이들을 다독거린 것도 백 청장이 ‘사랑받는 청장’으로 불리게 된 배경이다.

당시 전임 국세청장의 비리 사건으로 국세청 직원들의 어깨는 축 쳐져 있었다. “더 이상 추락할래야 추락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자조의 말을 읊조리던 국세청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직원들을 추켜 세워줬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과의 친밀감이 필수였다. 그가 재임 기간 동안 일관리자들에게는 엄격하면서도 일선 직원들에게는 격의 없는 대화에 나서는 등 부드러운 모습으로 다가선 점도 그와의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을 더욱 짙게하는 요인일 것이다. 국세청 직원인 김씨(42)는 “백 청장은 상사와의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복잡하고 불필요한 의전을 제거하려고 노력했다”며 “직원들과의 교감을 위해 몸을 낮춘 점은 역대 어느 청장도 쉽게 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년 만에 국세청은 변화를 맞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백 청장은 1년 동안 재임했지만 이 기간 동안 ‘소리 없는’ 개혁이 일어난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원리원칙대로 일처리를 하는’ 그의 학자 기질은 무엇보다도 직원들의 긍지를 높이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13일 MB는 청와대 수석급 인사를 통해 자신의 경제 과외 선생이자 최측근인 백 청장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불러 올렸다.


법과 질서 앞세운 공정 경쟁 추구

이에 대해 국세청 직원들은 아쉬워하면서도 기대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 지방청 관계자는 “비록 아쉽기는 하지만, 국세청장 재임시 느꼈던 국세청의 어려움과 향후 국세행정의 나아갈 방향을 잘 알고 있는 분이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이를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청장이 아닌 이제 백 정책실장 내정자가 앞으로 어떤 정책을 내놓을까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그가 어떤 정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 궤도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백 청장은 시장경제 신봉자다. 때문에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정부는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대신 꾸준한 규제 관리와 감세, 공기업 민영화 등 시장을 키우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시장이 최대한 저절로 굴러가도록 놔두어야 하고, 정부는 도움이 필요해 보일 때만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백 내정자는 실제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법인세 인하를 비롯해 금산분리와 지주회사 규제 완화, 출자총액제한 제도 폐지 등 주요 규제 완화 정책 입안 마련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때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다. 이와 맞물려 백 내정자는 감세론을 적극 주장해 왔다. 국세청장 재임시절에도 이런 신조를 반영해 부자감세와 재정건전성 악화 논란 속에서도 감세론 지지를 위해 적극적인 세원 발굴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었다.

그는 전공인 금융 분야에서도 시장 중심의 사고가 그대로 드러난다. 백 내정자는 틈만 나면 “규제 강화는 금융의 건전성 규제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자율성만큼이나 공정경쟁을 위한 시장 내 법과 질서의 중요성도 간과하지 않는다.

서민 경기 체감 상승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공언한 백용호 내정자. 앞으로 그가 펼친 경제 전술은 과연 무엇일지, 우리나라의 경제가 그의 진두지휘 아래 더욱 좋아질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우선미 기자]wihth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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