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미래통합당 분위기가 상승세다. 기폭제는 황교안 대표의 종로출마 선언이다. 종로는 2012년, 2016년 정세균 국무총리가 연거푸 당선했다. 2016년 말 촛불 이후엔 진보 성향이 더 강해졌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한국당(통합당 전신) 후보에 더블스코어 차이로 승리한 곳이다. 황 대표에게 종로는 사지나 다름없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는, 그의 말처럼 ‘죽기를 각오한 결정’이다. 황 대표의 희생적 결단에 보수통합은 여러 가지 난제가 한꺼번에 정리됐다. 불출마, 험지 출마 요구에 버티던 중진들이 투항행렬이 이어졌다.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정도가 남아 있을 뿐이다. 당대(對)당 통합으로 진전이 더디던 새보수당을 흡수했다. 안철수계도 상당수가 넘어왔다. 계파 안배와 같은 전력손실 없이 야권 전열을 정비한 셈이다.

통합당 출범 후 당 지지율도 상당히 높게 나왔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민주당을 오차 범위 전후까지 바짝 추격했다. 게다가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지지율도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한국경제신문·입소스 여론조사에선 통합당이 원내 1당을 두고 민주당과 거의 차이 없이 경쟁을 펼치는 것처럼 나타나기도 했다.

통합당 지지율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통합당은 보조인지수단, 즉 당명을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전진당이 합친 미래통합당이라고 읽어준다. 이제 막 만들어진 통합당 당명은 낯설다. 보조 인지수단은 응답자의 선택을 도와주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당명 설명은 지지율에 거품을 만들 수 있다. 다른 정당은 한 번 읽고 지나가는데 비해 통합당은 한참을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명에서 오는 시너지 효과도 있다. 미래·통합·신당… 대체로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자유한국당에 느껴지는 ‘보수’ ‘과거’가 삭제됐기 때문에 중도 유인 효과도 있다.  

보조인지수단을 쓰지 않는 여론조사에선 통합당 지지율은 통합 이전 지지율 합계보다 줄어든 역시너지를 보이기도 했다. 한국갤럽 2월 4주 여론조사에 통합당은 20% 초반으로 통합 이전 한국당 지지율과 같았다. 보조 인지수단을 사용했던 2월 3주 여론조사에 비해 2%포인트 낮게 나온 것이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당명 인지도는 곧 해결될 수 있다. 지금은 총선 국면이라 국민의 정치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아무튼 통합당 지지율은 기대보다 낮은 편이다. 코로나21 확진자 급증, 문 대통령과 민주당 대응에 대한 비판여론 확산에도 반사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통합당 일각에선 예전보다 규모가 큰 무당층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젊은층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반드시 유리하다는 보장도 없다.

문 대통령 탄핵 청와대 청원이 짧은 기간에 13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민주당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위기라고 해서 통합당 상승세는 이어지는 건 아니다. 정부여당 실정의 반사효과를 누리려면 통합당이 대안으로 인정받아야 가능하다. 아직까지 국민은 통합당을 대안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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