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폭증하며 감염자 신상·경로·동선 파악 혼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뉴시스]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코로나19의 전파 속도가 심상치 않다. 잦아들기는커녕 점점 더 맹위를 떨치며 지역 사회를 감염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불과 10일 전 31명이었던 확진자는 28일 오전 9시 기준 1700명 이상으로 폭증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확진자에 현장은 비상이 걸렸다. 환자를 격리 치료할 음압 병실은 물론 의사와 간호사도 부족한 상황이다. 또 확진자의 감염 경로와 동선을 파악해 정리·발표하는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출처가 어딘지도 모르는 가짜뉴스까지 판치며 대한민국 사회는 그야말로 ‘코로나 패닉’에 빠졌다.

27일 오전 9시 기준 확진자 1595명…역학 조사 난이도↑
중앙임상 TF “확진 2만 명 넘으면 감당 안 돼”

지난 21일 복수의 언론사는 충청북도 증평군의 한 군부대에서 병사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국군수도병원에 격리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요서울 취재 결과 해당 확진자는 병사가 아닌 간부(대위)로 확인됐다. 당시 육군 관계자는 기자에게 “증평 확진 인원은 간부인데 병사로 (기사가) 잘못 나갔다”고 설명했다. 해당 간부는 휴가 중 대구를 방문해 신천지 교회에 다니는 여자친구를 만난 뒤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증세가 발현된 그는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고 이날 오전 4시경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확진 발표를 한 주체는 증평군 보건소였다. 문제는 보건소 측에서 언론사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 발표 후에는 각 군이 확인해 주고 있다”면서도 “세부사항을 일일이 정정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軍만의 문제 아냐…
‘신상 정보 공개’에 ‘거짓 진술’ 난무

비단 군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짧은 기간에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며 이와 유사한 사례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먼저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대남병원에서 열린 장례식에 다녀왔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명성교회 부목사는 당초 알려진 것처럼 한 차례가 아닌 총 8차례에 걸쳐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대구에 거주 중인 신천지 신도 A씨가 서울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거짓말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A씨는 역학조사팀에 “신용카드 영업을 위해 서대문구 가좌보건지소와 북가좌1동 주민센터만을 방문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CCTV 분석 결과 A씨는 북가좌2동과 남가좌2동, 홍은2동 주민센터 등 3곳을 추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5일에는 경기 용인시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B씨가 “대구에 간 적이 없다”고 진술했으나,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조회 결과 거짓말로 드러났다. 그 전날에는 대구 서구보건소 감염예방의약팀장 C씨가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인 것을 숨긴 채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는 격리 통보를 받기 전까지 자신이 교인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 동선 파악 점점 어려워져
‘조기 격리’에 중점

확진자의 폭발적인 증가로 보건당국도 개별 감염경로를 면밀히 살피고 이동 동선을 파악하는 기존 역학조사 방식을 이어가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역학조사 방식이 이제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확진자의 접촉자를 우선 파악해 조기에 격리하고, 집단감염이 발생한 장소에서는 유증상자를 선별해 검사하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마트, 병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접촉한 사람을 우선적으로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대구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달간 봉쇄 전략, 피해 완화 전략을 병행하기로 했다.
정부가 발표한 4주 내 조기 안정화 목표에 따르면 먼저 2주간 유증상자 등을 대상으로 진단검사에 집중하고, 남은 2주는 치료에 집중하는 전략을 진행한다. 유증상자가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 하루 안에 가족 등 밀접 접촉자를 추가 확인해 격리 조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집중 조사 대상만 3만7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조사 대상이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2주 내에 완료될지는 미지수다. 보건당국은 또 중증 환자에 대한 집중 치료를 실시해 사망자 등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다만 이 경우 경증 환자는 병원이 아닌 자택에서 자가 격리를 하며 대기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비해 병상은 점점 한계에 다다르는 상태다. 26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내 확진자 677명 중 309명이 병상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환자 중증도를 분류해서 이송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매일 신규환자가 150명 넘게 생기다 보니 격리 대기 중이신 분들 통계가 한동안 계속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흉’ 비판받는 신천지 “우리가 최대 피해자”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며 일각에서는 확진자 폭증의 트리거(trigger·방아쇠)가 된 신천지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강제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의 핵심은 신천지교의 집단감염”이라면서 “정부는 신천지교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신도 명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공권력 투입을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우에는 직접 행동에 나섰다. 경기도는 24일 신천지 종교시설에 대해 2주간 강제봉쇄와 집회 금지 등의 긴급행정명령을 내리는 초강수를 뒀다.
신천지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신천지는 지난 23일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신천지예수교회의 많은 성도와 국민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이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면서도 “코로나 19는 중국에서 발병해 대한민국으로 전파된 질병이다. 신천지예수교회와 성도들은 코로나 19의 최대 피해자라는 점을 인지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천지 성도에 대한 혐오와 근거 없는 비난을 자제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신천지예수교회가 이 사태를 고의로 감추고 있다’라는 식의 보도가 계속되고 있어 의도적 비방의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추측성 보도와 확인되지 않은 악의적인 보도를 멈춰주시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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