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친형 치료받는 줄 아무도 몰랐을 것”

청도대남병원. [뉴시스]
청도대남병원.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대한민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소식으로 온종일 시끄럽다. 특히 대구 신천지 교회만큼이나 연일 화제가 됐던 곳이 있다. 바로 경북 청도군에 위치한 청도대남병원(이하 대남병원)이다. 비리의 온상 구덕원 후신, 신천지와의 연관성, 신천지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 친형 입원‧장례식 미스터리 등 대남병원 관련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요서울은 대남병원에 대한 여러 의혹을 파헤쳐 봤다.

청도는 신천지 3대 성지 중 하나, 신천지 미용 봉사단 병원에 들렀다

장례식 부조계엔 신전치 신도 명단있다···연결고리 주목

대남병원에는 지난 19일 정신 병동에서 처음 확진자가 발생한 뒤 110명이 넘는 환자가 나왔다. 집단감염 사태에 지난 22일 정부는 병원을 통째로 코호트 격리(감염 질환 등을 막기 위해 환자‧의료진 모두를 동일 집단으로 묶어 전원 격리하는 것) 했다.

그러나 장기간 입원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을 치료할 전문 시설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환자들은 물론, 의료진도 며칠째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했다. 의료진은 격리되는 등 힘든 상황에서 환자를 돌보느라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기자는 지난 22일부터 수차례 대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 A씨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A씨는 병원 내부 상황에 대해 22일 “전체적으로 어수선하다. 병원 직원 모두를 호출하는 등 비상사태다. 의료진도 불안에 떨고 있다”며 “5층 정신 병동에서 감염이 시작됐는데 거기에 근무하던 간호사가 나와 호실은 다르지만 같은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물론 나는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불안하다”고 말했다.

현재(28일 기준)까지 대남병원에서 발생한 환자는 113명이다. 103명은 환자, 9명은 의료인 등 직원, 1명은 대남병원 환자의 아들이다. 특히 이 중에서 101명이 폐쇄 정신 병동 입원환자로, 7명이 사망했다.

병원 내 감염은 당국에서 가장 우려하던 상황 중 하나였다. 병원에는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가 밀폐된 공간에 다수 몰려 있어, 감염병이 급속도로 전파되기 쉬운 환경이다.

대남병원은 청도군보건소, 군립청도노인요양병원, 에덴원(요양원)과 통로가 연결돼 붙어 있다. 이처럼 한 지붕 아래 각 시설이 연결돼 있어 감염병 확산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의료인의 집단감염 사태도 국내 처음으로 벌어졌다.

정신 병동에서 대부분의 환자가 나온 만큼 병동의 열악한 진료 여건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침상 없는 온돌방, 그것도 4인 이상 다인실에서 생활한 것은 물론 환자 인식표도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대응도 느리게 이뤄져, 병원이 사실상 환자를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임상위원회와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모두, 정신 병동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동안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앙임상위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정신과 보호 병동 내에서 발생한 질환 중 호흡기 질환이 가장 많다”면서 “스스로 몸을 던져 사망하지 않도록 창문을 열지 못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자연 환기가 되지 않고, 공동생활공간에서 24시간 함께 생활하고 식사하며 접촉하다 보니 밀접 접촉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신질환 환자들이 일반 환자에 비해 표현이 어렵기 때문에 감염이 있더라도 조기 진단 치료가 어렵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식사 논란, 왜?

병원 내 상황이 악화되던 시기에 논란이 커졌던 것은 식사다. 코로나19와 싸우면서 건강을 빨리 회복해야 할 병원 환자‧직원 등이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른 것이다.

실제로 발병 초기 당시 식사는 작은 플라스틱 통에 담긴 밥과, 반찬 한두 가지가 전부였다. 지난 22일 대남병원 간호사 A씨는 일요서울에 “이틀 정도 작은 플라스틱 포장 용기에 주먹밥같이 밥을 김 등과 버무려서 줬다. 오늘부터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22일부터 제공된 도시락도 형편없었다고 한다. 도시락은 대남병원이 위치한 청도군에서 제공했다. 도시락에는 밥과 무 3조각, 소량의 김치, 마늘종과 맛살이 들어간 소량의 볶음, 된장, 뭇국 등이다. 이렇게 부실한 도시락은 수차례 병원에 공급됐다. 심지어 도시락 수량이 모자랄 때도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도시락을 먹은 사람과 먹지 않은 사람이 갈리기도 했다. A씨는 “도시락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청도군 측은 대남병원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기 시작할 때, 병원에 지급할 도시락 업체를 급하게 선정하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도시락 업체 직원들이 대남병원에 들어가는 음식이라는 말에 잇따라 퇴사하기도 했다. 또 청도군은 연이어 터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내용물을 확인하지 못한 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업체는 다른 곳으로 바뀌어, 비교적 질 높은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4일 “도시락 업체를 다른 곳으로 바뀐 뒤부터는 그런대로 괜찮다. 환자들도 도시락 배달되는 것을 먹고 있다. 반찬만 있는 용기가 하나 더 오기도 한다. 근데 중요한 건 힘들어서 입맛이 없다. 안 먹힌다”고 밝혔다.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뉴시스]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뉴시스]

장례식에서 확산됐나

대남병원 이슈 중 가장 주목된 것은 대남병원-신천지 연관성,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 친형의 입원‧장례식 등이다.

경북 청도군은 신천지 이 총회장의 고향으로, 신천지에서는 청도를 3대 성지 중 하나로 꼽는다. 또 대남병원은 신천지 미용 봉사단이 봉사활동을 위해 찾았던 곳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 총회장 친형의 장례식은 지난 1월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진행됐다. 장례식장에는 당초 40여 명이 참석했을 것이라 추정됐는데, 이후 최대 170여 명으로 급증했다. 경찰이 이 총회장 친형 장례식에 참석했던 조문객을 확인할 수 있는 부조계를 확보한 것. 부조계에는 교인 등 조문객 신원 사항 역시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신천지는 장례식이 가족장으로 진행됐으며, 50여 명만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보건 당국도 40여 명의 신천지 신도가 참석했을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장례식 부조계를 검토한 결과 훨씬 많은 참석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는 ‘신천지 교인’이라는 표기도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초 감염원→신천지 장례식장→대구 신천지 집회→대남병원 정신병동→전국 확산이라는 시나리오가 점쳐지기도 했다.

앞서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인 60대 여성이 31번 확진자로 분류된 다음 날인 지난 19일을 기점으로 대구 지역에서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이날 대남병원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다.

이 때문에 31번 확진자가 이 총회장 친형 장례식장에 방문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 2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조사 결과 31번 확진자는 대남병원 장례식장에는 방문하지 않았다. 다만 2월 초 청도군을 방문한 사실은 파악됐다.

경찰이 부조계를 확보한 뒤부터 31번 확진자가 지난 9일, 16일 두 차례 신천지 대구교회를 방문했을 때 같은 날 예배에 참석한 대남병원 장례식장 조문객과 접촉이 생기면서 전파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장례식에는 신천지 대구교회 지파장과 간부 40명, 부산교회 7명 등이 다녀갔기 때문이다. 당국은 31번 확진자와 대남병원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대남병원과 신천지가 밀접한 관계로 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대남병원은 지난 24일 공식 입장을 내고 “대남병원은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교단으로 신천지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종교계 관계자들은 “대남병원이 조직적으로 신천지에 가담했을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입을 모았다. 간호사 A씨는 신천지와 관련된 질문을 하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 자체가 기독교 재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기 병원(대남병원)에 다니면 각 층에서 나이트(야간 근무) 근무하는 3명이 월요일마다 회의 및 예배를 드리러 강당에 올라간다. 전 직원, 기독교 신자만 올라가는 건 아니고 근무편성표에 따라 올라가는 인원이 달라진다”고 밝혔다.

A씨는 예배를 주도하는 목사가 병원 내 상주하는 원목(병원에서 환자‧직원 등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목사)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다수의 언론이 취재한 결과 원목실장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에 소속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대남병원과 신천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만희 친형, 코로나19?

대남병원-신천지 연관성 의혹이 잇따르는 과정에서 이 총회장의 친형이 사망 직전 폐렴으로 대남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이 총회장의 친형이 코로나19에 걸린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청도군은 지난 25일 이 총회장의 친형이 지난 1월27일부터 31일까지 급성폐렴으로 대남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천지는 친형의 사망 원인에 대해 ‘급성폐렴이 아닌 세균성폐렴에 의한 사망’이라고 밝혔다.

신천지는 “이 총회장의 친형이 대남병원에서 숨지기 전 폐렴을 앓고 있었다”며 “지병으로 치매가 있었고 노환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인은 보건당국에서 코로나19와 관련이 없는 세균성 폐렴으로 판명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신천지는 친형의 사망 원인에 대한 정확한 병명이 담긴 의료기록지를 확인하지 못했다. 또 신천지는 단지 모 언론에서 기사화한 ‘중앙임상태스크포스(TF)가 이 총회장의 친형 진료기록과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 등을 검토한 결과 사인은 노령과 세균성 폐렴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을 확인하고 사인에 대해 급성폐렴이 아닌 세균성 폐렴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중앙임상태스크포스에서 이 총회장의 친형에 대한 사인을 확인한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천지는 “이 총회장 친형의 사인에 대한 의료기록지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며 “단지 모 언론에서 밝힌 내용을 확인 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신천지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대남병원 의료진이 이 총회장 친형 입원 사실을 애초부터 알고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 26일 다수의 대남병원 의료진은 일요서울에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다수 관계자는 “입원 당시 이 총회장 형인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병원 측에서도 이 총회장 친형이 입원하자마자 의료진에게 신천지 교주 형이라고 일일이 설명했겠는가”, “나중에 이런저런 사실이 드러나니까 신천지 교주 형이 대남병원에 입원했었다고 드러난 것”, “그것(이 총회장 친형 입원 사실)까지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 총회장 친형과 근접했던 응급실 의료진도 몰랐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구덕원 후신, 족벌경영 이어 왔나

이번 대남병원 내 코로나19 사태로 대남병원이 구덕원의 후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사회복지법인 구덕원은 과거 각종 내부 비리로 큰 논란이 됐던 곳이다. 구덕원을 이끌었던 이들의 친인척 등 밀접한 관계자들이 대남병원을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구덕원은 구덕병원, 구덕실버센터, 부산시립노인건강센터 등을 운영하면서 한때 부산 최대 복지법인이었다. 지난 2010년 이사장의 배임‧횡령‧리베이트 등 각종 범죄 혐의가 밝혀지면서 ‘비리 백화점’이라는 이름표가 붙기도 했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대남 의료재단의 오모 이사장은 10년 전 내부 비리로 유죄를 선고받은 구덕원 김모 전 이사장의 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남 의료재단의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이사들의 면면에서도 구덕원과의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노컷뉴스는 전했다.

김 전 이사장의 동생, 구덕원 이사로 활동했던 설모씨도 현재 대남 의료재단 이사로 등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남병원 바로 옆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에덴원의 대표이사 역시 오 이사장이다. 이곳 이사진에도 구덕원에서 활동했던 이사들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하면 대남병원 등이 비리로 얼룩진 구덕원의 후신으로, 명칭 등 얼굴은 바뀌었으나 내부적으로는 족벌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번 사태로 대남병원의 여러 사실이 드러나고 추측‧의혹도 난무하는 가운데, 정부가 대남병원에 남아있던 코로나19 확진자 60명 전원을 국립정신건강센터 등 치료병원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중대본의 당초 계획은 의료 인력 46명과 자원을 투입해 치료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문가 현장 평가 결과 음압시설이 없고, 전문 인력이나 치료 장비가 부족한 문제가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청도대남병원 간호사 A씨 단독 인터뷰

기자는 지난 22일부터 대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 A씨와 수차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뀐 대남병원 내부 실정에 대해 여러 내용을 물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2월22일

- 병원 내부 상황은 어떠한가.

▲ 병원 직원 모두를 호출하는 등 전체적으로 어수선하다. 비상사태다. 사망자는 5층 정신병동에 있던 사람이다. 내가 있는 기숙사에 정신과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한 명 있다. 같은 호실은 아니어도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게) 불안하다. 나는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잠복기가 있으니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 의료진 등 직원들이 외출도 못하고 갇혀있다.

환자는 음성 판정을 받은 의료진 중에서도 그나마 몸이 더 괜찮은 사람이 나서서 관리하고 있다.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다. 두려움도 크다. 의료진도 서로 힘드니까 굉장히 예민한 상태다. 서로 견제하는 분위기도 있다.
 

2월24일

- 내부 상황이 달라진 게 있는가.

▲ 전화기를 들고 통화하는 것조차 힘들다. 이어폰을 좀 꽂겠다. 기숙사에 있는 5층 의료진과 다른 의료진 2명이 어제 또 검사를 진행했다. 두 분 다 음성이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둘 다 집에 간다더라. 우리는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근데 둘 다 나간다면 굳이 기숙사에서 나가는 것보다 병원 안에 있는 게 더 안전할 것 같다. 일을 하더라도 여기 있는 게 나을 것 같다. 일단 둘 외에도 몇 사람이 나가는 데, 다음 달 5일쯤에 출근하라고 하더라. 또 2층을 코로나19 치료 병동으로 만든다더라. 이미 다른 곳에서 다 파견 와 있다.

- 병원 식사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 처음 이틀인가는 이상한 반찬에 도시락도 제대로 안 나왔다. 거기(도시락 업체) 직원들이 다 퇴사했다더라. 도시락 업체를 다른 곳으로 바꾸고 나서 오는 도시락은 그런대로 괜찮다.

- 환자들 불만은 없는가.

▲ 평소와 같다. 똑같이 행동하고 있다. 이분들도 배달되는 도시락을 먹고 있다.
 

2월25일

- 상태는 좀 어떠한가.

▲ 누워있다. 오늘은 오프(휴일)고. 다음 근무는 이브닝이다. 우리는 3교대로 근무한다. 밤에 하는 게 나이트, 아침부터 하는 게 데이, 이브닝은 중간부터 하는 것이다. 오늘은 휴일인데도 꼼짝 못하고 있다.

- 근무 시 복장은.

▲ 방호복은 아니고 비닐복이 있다. 마스크랑 비닐복을 착용하고 근무한다.
 

2월26일(저녁)

- 통화 가능한가.

▲ 전화 받을 정신이 없다. 지금 근무 중이라 좀 바쁘다. 근무 끝나고 또 검사받으러 내려가야 한다.
 

2월26일(밤)

- 몸 상태는 괜찮나.

▲ 괜찮다. 근무가 좀 전에 끝났다. 찝찝해서 옷을 다 세탁기에 돌린 뒤 씻고 나왔다.

- 병원 내부 상황은.

▲ 오늘도 검사를 했는데 왜 검사했는지 모르겠다. 시설관리 직원이 2차까지 음성 판정을 받았는데 3차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더라. 그것 때문에 검사를 한 것 같다. 저번에 다 같이 검사했을 때 나랑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시설관리 직원은 검사 전 증상이 좀 있었다더라. 열이 좀 났다고 한다. 다른 의료진 한 명도 열이 좀 있었는데 음성 판정을 받고 집에 갔다. 자가 격리한다더라. 근데 집에 갔다가 양성이 나올지 어떻게 아는가. 불안해서 우리는 하루에도 두 번씩 열 체크를 하고 있다.

병원 내부 분위기는 평소와 똑같다. 직원‧환자 모두 답답해 죽으려고 한다. 이러다가 병나겠다. 현재 4명 정도 집에 자가 격리하러 갔다. 음성 판정을 받은 인원들이다. 지금 분위기는 ‘갈 사람은 가라’는 식이다. 이 때문에 나갈 사람을 추천해서 4명 정도가 나갔다. 현재 남은 인원들에 대해서는 3월4일까지 근무표가 나와 있다. 5일부터는 나간 사람들이 돌아와서 근무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그때쯤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2주 정도 되는 시기다. 밖에서는 마스크도 제대로 못 구해서 난리라고 들었다. 병원 내에서는 마스크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다 나온다.

- 식사는 좀 나아졌는가.

▲ 언론이 밥하고 반찬이 엉망이라고 지적해서 그런지 반찬만 있는 게 하나 더 오기도 한다. 근데 중요한 것은 입맛이 없다. 힘들어서 안 먹힌다.

- 환자 상태는 어떠한가.

▲ 오늘 할머니 한 분이 막 울더라. 약간 우울증이 있는 분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그분이 “여기 안 오려고 했다. (가족들이) 기어코 가둬 놓더니만 이런 상황을 겪게 만들었다”며 울더라. 그래서 “우리(의료진 등 직원)도 똑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 “이렇게 갇혀있는 상황에서는 할머니와 우리가 다를 게 없다”, “직원들 전부 고생하고 있으니, 할머니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 등의 말씀을 드렸더니 고맙다고 하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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