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 된 송파갑, 인물 전쟁 앞두고 ‘긴장’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전체 지역구 253개 의석 가운데 서울특별시 의석은 49개에 달한다. 17개 시·도 가운데 결코 적지 않은 의석수다. 총선까지 불과 45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며 서울의 주요 지역구는 무주공산이 됐다. 대표적인 지역구가 ‘송파갑’이다. 여야 모두 공천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른바 ‘강남3구’라고 불리는 지역구 중 하나인 ‘송파갑’의 박인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다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바로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前 부장검사가 ‘송파갑’ 단수공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검사내전' 저자 김웅 前 부장 검사.[뉴시스]
'검사내전' 저자 김웅 前 부장 검사.[뉴시스]

 

-문재인 앞서 故 노무현·김대중까지…민주당 핵심은 ‘친문(親文)’
-김웅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롭다더니…내로남불”



서울 송파갑은 수도권에서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세가 강하게 작용해 온 지역구다. 앞서 지난 15대 총선에서는 홍준표 전 검사가 당선됐고, 보궐선거에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그 자리를 채웠다. 이어 맹형규 전 의원과 박영아 전 의원, 이어 의사 출신인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선되면서 그 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박 의원은 지난 16일 “좋은 분이 오시면 도울 것”이라는 발언과 함께 이번 4.15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보수 진영의 핵심 거점 중 하나였던 ‘강남3구’ 중 한 곳이 공석으로 남게 되면서 한국당은 반드시 이곳을 사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튿날인 17일,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권의 정당들이 ‘미래통합당’으로 신설 합당하면서 분위기는 연달아 바뀌기 시작했다. 새로운 인물이 영입되고,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되면서 공천을 통한 ‘혁신’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환골탈태를 위한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앞서 지난달 14일,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하다 지난해 7월 법무연수원 교수로 강제 발령받은 후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서 싸워 국민의 훈장을 받은 이때, 자부심을 품고 떠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후 검찰을 떠난 김웅(51) 前 부장검사가 지난 4일 새로운보수당에 영입됐다. 그런 그가 지난 23일 송파갑에 단수 공천을 받게 됐다. 지난 1월 불출마를 선언한 박 의원이 떠나는 자리에 ‘새로운 보수’가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의 송파갑 예비 후보로는 故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문재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을 지낸 조재희(61) 지역위원장이 나섰다. 이어 문미옥(52)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예비 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는 송파갑을 전략 공천 지역으로 선정했으나 기존 예비 후보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김남국 변호사(왼쪽), 문미옥 전 차관(중앙), 조재희 위원장(오른쪽). [뉴시스]
김남국 변호사(왼쪽), 문미옥 전 차관(중앙), 조재희 위원장(오른쪽). [뉴시스]


조재희·문미옥·김남국…친문(親文)일색

문재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과제 비서관 및 정책관리비서관, 정책기획위원회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고 스스로 밝힌 조 위원장은 이미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정책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밝힌 인물이다. 그에 따르면 현 정부에서 ‘노동존중사회, 포용사회’와 ‘한반도 경제공동체’ 등의 비전을 수립했고 참여정부 시절 ‘공기업의 지방 이전 추진’, ‘세종시 건설’ 등을 기획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에는 ‘전국민의료보험제도’, ‘국민연금제도’ 등을 추진했다고 소개했다. 자칭 ‘정책통’이라는 것이다.

현재 조 지역위원장 외 문 전 차관이 송파갑에 공천을 신청한 상태다. 문 전 차관은 조 지역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청와대에서 과학기술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인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을 역임했다. 앞서 문 전 차관은 문 대통령이 과거 민주당 대표였던 시절 당 영입 인재로 입당하게 되면서 문 대통령과 손을 잡게 됐다.

송파갑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민주당 인사들은 모두 문 대통령과 뜻을 함께했던 인물들이다. 조 지역위원장은 민주당계 정권과 맥을 같이해오다 문 대통령의 ‘정책통’으로, 문 전 차관 또한 문재인 청와대에서 활동한 핵심 친문(親文)인사다.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구를 반드시 가져가겠다는 민주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송파갑을 전략지역으로 선정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호했던 친문 김남국(38) 변호사가 전략공천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바로 김 전 부장검사 때문이다.
 

김웅 前 부장 검사. [뉴시스]
김웅 前 부장 검사. [뉴시스]


김웅 “‘민주당만 빼고’ 핵심은 내로남불…결단해야”

송파갑 미래통합당 후보로 단수공천을 받은 김 전 부장검사의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26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발언이 지켜지고 있다고 보느냐”라며 “‘내로남불’ 행태로 인해 청년들이 돌아서고 있는데, ‘민주당만 빼고’라는 슬로건이 나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잘못된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한 결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게 됐는데, 그 책임을 되려 국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집값을 올린 장본인은 따로 있는데 오히려 1채라도 집을 갖고 있는 국민들에게 과세하는 것은 주종관계가 바뀐 모양새”라고 일갈했다.

미래통합당 후보로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김 전 부장검사는 “100명이 넘는 정당이 8명의 의견을 받고자 기존의 모습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개혁 보수로 가고 있다고 느꼈다”며 “기존 공천관리위원회에 신뢰를 보내는 모습과 상대 의사를 존중하는 모습에서 이미 새로운 정당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김 전 부장검사는 또한 “송파갑에는 벽에 금이 가는 등 재개발이 시급한 오래된 아파트가 매우 많은 상태”라며 “누구나 좋은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꿈이 있는데,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처럼 투기성 행위로 돈을 벌어놓고 오히려 일반 국민들에게 그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이명박 정권 당시에는 부동산이 난리난 적이 있었느냐”며 “오히려 안정적이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과 지금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부동산 폭등이 일어났는데, 정책 실패해 놓고 뉘우치기는커녕 남 탓을 하고 있다. 답답하다”고 전했다.

비례대표 의원이 아닌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하는 김 전 부장검사에게 지역구 출마 이유를 물었다. 그는 “이번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강제 사보임을 두 번씩이나 했고 여당은 ‘4+1’이라는 정체모를 행위를, 국회의장은 병원에서 재가를 하는 등 온갖 꼼수가 난무했다”며 “어차피 국회의원에 도전한다면 국민들에게 떳떳하게 심판받고 선택받아 진실성을 검증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 전 부장검사는 “지금의 대북 관계는 불안하고, 경제는 서민과 중산층이 모두 무너진 데다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정부가 부당 권력을 행사하면서 법치주의가 퇴색했다”며 “분명히 경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반드시 총선에서 결판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반대하다 법무연수원 교수로 강제 발령받은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달 14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의도는 입이 아니라 행동으로 표출된다”라며 “권세에는 삐딱했지만 약한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혼과 정성을 바쳤다.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서 싸워 국민의 훈장을 받은 이때, 자부심을 품고 떠날 수 있게 해 감사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송파갑 선거는 ‘친문 인사’와 ‘개혁 보수’의 승부가 될 공산이 커졌다. 김 전 부장검사의 “의도는 입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온다”는 말처럼,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이 어떻게 ‘결단’할지 두고 볼 일이다.
 

선거 도장. [뉴시스]
선거 도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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