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 적극 추진...첫 美법인 설립 등 해외 시장 공략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생산기지와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2013년부터 2018년 말까지 6년간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설립한 신규법인은 1만9617곳으로 2만 사에 육박한다.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유턴법이 2013년 말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최근 한국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법인을 설립하고 직접투자, M&A 등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과도한 규제와 포화된 국내 시장, 높은 운영비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운영 환경과 달리 저렴한 인건비와 법인세 면제, 각종 인센티브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일요서울은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을 높이며 활약하는 기업들을 살펴봤다. 이번 호는 미국 첫 법인 설립으로 해외 진출 신호탄을 쏜 보령제약에 대해 알아본다.

매출 성장 이끈 ‘카나브패밀리’…성공 발판 삼아 신제품 출시

컨슈머헬스케어사업, 전략적 투자 진행…시장점유율 확대 계획

국내 제약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주변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또한 해외에서는 국내의 부족한 전문 인력을 현지에서 수급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앞서 본지가 소개했던 종근당의 경우 인도네시아에서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할랄 인증을 받기도 했다.

그 외 제약기업인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제넥신 등도 이미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다. SK바이오텍은 현지 공장을 인수해 설비와 인력을 한꺼번에 얻기도 했다. 보령제약의 경우도 해외에서 법인을 세우는 등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령제약의 매출 성장을 이끄는 품목으로 알려진 ‘카나브패밀리’는 지난해 810억 원의 국내처방실적을 기록하며 성공 도약을 알렸다. 보령제약은 지난달 19일 고혈압 신약 카나브(피마사르탄 성분)와 암로디핀, 로수바스타틴 등 3가지 성분을 한 알에 담은 고혈압·이상지질혈증치료제인 ‘듀카로’를 출시했다. 듀카로는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환자를 위해 개발됐다.

듀카로의 상품명은 카나브·암로디핀 복합제인 듀카브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로수바스타틴’을 합친 것으로, 기존 카나브패밀리의 제품명 및 성분명을 활용한 직관적인 명명을 통해 처방의와 환자들이 상품명만으로도 약물에 대한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국내·해외 오가며 적극 협업 

보령제약은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추가 제품에 대해 등록을 진행하고 있으며 멕시코에서는 ‘투베로’가 연내 발매를 앞두고 있다. 또한 글로벌 파트너사인 ‘쥴릭파마사’, ‘스텐달사’ 등과 함께 국내와 해외를 오가는 등 마케팅 미팅을 개최하고 적극적인 협업을 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8월에는 듀카브가 멕시코에서 출시되면서 북아메리카 진출을 본격화했다. 멕시코에서는 2014년 ‘아라코(카나브 현지명)’, 2016년에는 ‘디아라코(카나브 플러스 현지명)’를 발매하기도 했었다. 듀카브의 멕시코 현지명인 ‘아라코듀오’는 ARB(안지오텐신Ⅱ 수용체 차단제) 계열인 피마사르탄(제품명 카나브)과 CCB(칼슘 채널 차단제) 계열인 암로디핀을 결합한 고정용량 복합제다. 아라코듀오는 한국에서 진행됐던 3상 임상시험에서 단일제 대비 약 2.7배의 수축기혈압 강하효과를 보였다. 또한 혈압조절율도 약 50%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안정성 측면에서는 단일제 대비 유사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

컨슈머헬스케어사업에서도 성장기반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신제품을 추가하고 겔포스, 용각산, 5Why 등 중점 브랜드를 리뉴얼 하며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는 등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또한 조직 및 개인의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효율적인 업무프로세스를 개발·적용하고 개인 트레이닝을 강화해 질·양적으로 조직 역량을 높여 간다는 설명이다. 특히 보령제약은 정부 과제 인수, 유망 기업 M&A 등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추진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함으로써 미래성장 동력을 구축한다.

간 독성 부작용 극복 가능한가 

보령제약은 ‘포스트 카나브’로 개발중인 면역·표적항암제인 ‘BR2002(개발명)’를 지난해 8월 미국 FDA로부터 임상 1상 IND 승인을 획득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식약처로부터 임상1상 승인을 획득하기도 했다. 올해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성 림프종’을 적응증으로 하는 임상 1상을 개시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BR2002는 PI3K와 DNA-PK를 동시에 저해하는 이중기전의 혁신 신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BR2002는 간독성 부작용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대를 더욱 높이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보령제약은 혈액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도 실시하고 있다. 향후 적응증을 고형암으로 확대하는 등의 임상시험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보령홀딩스는 보령제약그룹 오너 3세 김정균 대표가 새로 취임 후 첫 행보로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보령홀딩스가 해외에 법인을 설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특히 의약품 최대 시장인 미국을 타깃으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신약을 발굴하고 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지난달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하얀헬스네트웍스’라는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자본금 50만 달러 안팎으로 보령홀딩스가 자본금 전액을 출자해 하얀헬스네트웍스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되면서 완전한 자회사로 편입했다.

특히 보령제약그룹은 총 21개의 계열사 중 3개가 해외법인으로, 보령홍콩과 북경보령의약과기유한공사(중국), 포크로스(싱가포르) 등이 있다. 보령홍콩의 경우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보령홍콩은 북경보령 지분 100%를 보유하면서 완전한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하얀헬스네트웍스가 설립된 샌프란시스코는 미 서부 지역의 ‘바이오·라이프사이언스’ 관련 벤처와 투자의 중심으로 꼽히는 곳이다. 하얀헬스네트웍스는 글로벌 제약사와 투자자, 미국 내 초기 단계 연구개발 벤처기업들과의 소통을 통해 효율적인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핵심 업무로는 유망한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와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적극적으로 미국 현지에서 신약 개발에 나선다.

주목할 점은 하얀헬스네트웍스 설립에 오너 3세 김 대표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보령홀딩스 대표로 취임하면서 “우리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해 지속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기회를 탐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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