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영 ‘창당론’에 불붙여, 손혜원 정봉주 등 참여 

[일요서울 | 강하늘 기자] 4.15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패배 위기감에 몸부림치고 있다. 정치권 밖 돌발 변수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민주당을 뒤흔들고 있고 정치권 안에서는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존재가 민주당을 위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총선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민주당 안에서는 비례정당 창당 불가피론이 분출하고 있다. 위기감에 빠진 민주당이 결국 선거제도 개혁 명분을 훼손하는 비례정당 창당을 선택하게 될 것인지가 총선 최대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윤건영(왼쪽)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친구인 손혜원(오른쪽) 무소속 의원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윤건영(왼쪽)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친구인 손혜원(오른쪽) 무소속 의원 [뉴시스]

- “시간 촉박, 이미 늦었다” 주장도, 비례정당 띄워도 ‘역풍’ 우려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의 강력 저지를 뚫고 소수정당과 공동 전선을 형성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부메랑이 돼 돌아와 민주당을 위협하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기존 1, 2당에게 불리하고 정당 지지도보다 지역 기반이 약한 소수 정당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지역구 의석을 많이 획득하면 정당 득표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갈 수 없거나 확보할 수 있는 의석수가 줄어들게 돼 있다.

통합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응해 비례대표 의석을 최대한 많이 획득하기 위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었다.

민주당은 통합당의 미래한국당 창당에 “꼼수 정치”라고 맹공을 퍼부었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명분을 지키기 위해 미래한국당의 존재만 지켜보다가 결국 원내 1당을 빼앗기게 생겼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미래한국당이 20석 안팎의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통합당 지지자의 88%가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미래한국당을 지지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합당 지지자 대부분이 미래한국당이 통합당의 비례정당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정당 투표 시 민주당과 미래한국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각각 33%, 25%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의병’ ‘민병대’ ‘시민당’ ‘청년민주당’ 의견 분출

이 같은 미래한국당의 위협으로 인한 민주당의 위기감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의 발언을 기점으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윤 전 실장은 지난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미래통합당의) 꼼수는 결국 원칙을 이기지 못한다”면서도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민심 왜곡 우려가 있고, 비상한 상황이 벌어지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 친구인 민주당 출신 손혜원 무소속 의원도 가세해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저 무리들이 비례당을 만들었는데, (우리도) 만들지 않고 그냥 있을 수는 없겠다”고 주장했다. 정봉주 전 의원도 가칭 ‘열린민주당’ 비례정당 창당에 나선다고 밝힌 상황이다. 

윤 전 실장 발언 이후 불이 붙은 비례정당 창당 불가피론은 이제는 ‘의병’, ‘민병대’, ‘시민당’,  ‘청년민주당’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며 구체화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여러 의병이 만드는 것을 내가 말릴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해, 사실상 당 밖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자가 자발적으로 만든 비례정당은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병두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범보수연합에 원내 제1당을 뺏길 수 없다는 민병대들이 비례정당을 만드는 것은 상상할 수 있다”며 “시민들의 자발적 논의를 거쳐 민병대가 조직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손혜원 의원도 “민주 시민을 위한, 시민이 뽑는 비례 정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청년위원회를 개편한 전국청년당을 비례정당 ‘청년민주당’으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장경태 청년위원장은 지난 26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청년 의병이라도 나서야 되지 않느냐는 의견들이 분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청년위원회, 혹은 청년당이 당 외곽으로 나가서 청년당으로 개편되는 것은 논의된 적 없지만, 청년들이 나서서 청년민주당 등을 논의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는 비례정당을 만들 경우 결국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 한 의원 측은 28일 일요서울과 만나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대의명분이 있는데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비례정당을 창당할 수가 없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며 “당 밖 지지 그룹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전략을 쓴다고 해도 보수 진영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상태로 가면 민주당이 지역구에서는 미래통합당보다 더 얻을 수 있지만 비례대표에서 질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그릇을 내려놔야 한다”며 “정의당 등의 의석과 합하면 어느 정도 국회 운영은 되기 때문에 사실상의 연정 체제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래당·녹색당 등 원외정당과 연대 가능성

비례정당을 창당하기에는 이미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주장도 있다. 우선 창당을 하려면 전국 16개 시도 중 5곳 이상의 시도당을 만들어야 하고 시도당마다 각 1000명 이상의 당원도 확보해야 한다. 미래한국당 창당도 절차가 까다로워 50일이 걸렸다. 

우상호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물리적으로 창당이 불가능하다”며 “공천을 하려면 후보 공모,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아무리 짧게 잡더라도 2주가 걸린다. 최소한 지난 21일에는 창당준비위원회 발족 등이 가시화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비례정당 창당을 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에서 민주당에서는 기존 진보 성향 원외 소수정당과의 ‘연대’를 통한 해결책도 거론된다. 민주당의 자체 창당이 아니라 원외 소수정당과 ‘비례 개혁연대’를 형성하는 방안이다. 연대 수준이 아니라 연합정당을 만드는 방안도 거론된다. 

조만간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비례대표용 원외정당을 창당할 계획인 시민단체 주권자전국회의 소속 인사들이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물밑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일부 의원이 청년 중심의 진보 정당인 미래당 일부 인사와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녹색당도 논의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같은 방안은 자체 비례정당 창당으로 선거법 개혁 명분을 훼손하지 않을 수 있고 자체 창당할 경우 밟아야 하는 시도당 설립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선택 가능한 카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비례정당을 어떤 방식을 선택해 만들더라도 민주당 소속 비례대표 후보들 문제를 정리하지 않으면 표가 분산될 수 있다. 통합당의 경우는 미래한국당을 창당하면서 비례대표 후보를 아예 내지 않는다. 

“위성정당,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내지 말아야”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 밖에서 지지그룹이 비례정당을 만들 가능성이 있지만 민주당의 비례정당이 의석을 많이 확보하려면 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한 명도 내지 말아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그럴 수도 없기 때문에 당 밖에서 비례정당을 만들어도 효과는 미래한국당의 반의 반도 안 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 비례정당 창당 불가피론이 분출하자,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 과정에서 연대했던 정의당은 물론이고 통합당까지 비판을 가하고 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민주당이 약속한 것인데 꼼수를 부리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같은 날 대표단-의원단-시도당위원장단 비상 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의 꼼수 비례정당의 창당은 개혁을 뒷받침해 왔던 유권자들을 크게 실망시켜 총선 참패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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