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경제 잡겠다더니 ‘항공사 퍼주기’?...“눈먼 세금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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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코로나19 사태로 경제침체 우려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항공업계를 위한 별도 기관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부는 항공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항공진흥공사(가칭)’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국민들의 혈세를 동원해 항공업계를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항공사들의 경우 사기업으로 운영되는 만큼 특정 업계에 대한 예산 투입은 과도한 특혜라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일요서울에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공사 설립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항공업계, 3분기 연속 영업이익 적자 기록...올해 영업환경도 부정적
공사 설립 계획 미지수...지난달 27일부터 긴급 항공상황반 운영 대응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국내 경제 침체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방역의 중요성을 발표하면서도 무엇보다 경제 활력을 되살릴 것을 강조했다. 자동차 업계의 공장 가동 중단을 비롯해 국내 산업 전반에 경제 위기의 그늘이 드리워진 모양새다.

항공업계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외로 향하는 항공편이 다수 취소됐고, 다른 국가들의 ‘한국인 입국 금지조치’가 시행되면서 항공사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관련 이스라엘 등 19개국은 한국 발(發) 입국자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했고, 대만 등 13개국은 입국절차 강화 등 입국제한조치를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달 27일 기준 미국과 호주 등 14개국은 여행경보를 상향했고, 일본은 14일내 대구·청도 방문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올해 항공업계 영업환경이 부정적으로 알려진 가운데, 항공업계는 지난해 일본 수출제재를 비롯해 보잉 737결함 등으로 3분기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제재 이후 LCC사들은 중국․동남아 운항에 주력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여객은 감소했고, 연쇄적인 항공기 운항중단 우려도 정점에 달했다. 

항공사 지원, 팔 걷은 정부
“투입대비 효과 낮다” 비판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각종 이슈로 몸살을 앓는 항공사들에 대한 경쟁력 제고 지원 방안에 나섰다. 국토부, 금융위, 기재부 등은 최근 항공업계에 대해 긴급 금융지원을 하고, 각종 사용료 납부 유예 등 항공사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긴급 피해 지원(항공사 운영자금 긴급융자, 운수권‧슬롯 회수유예, 사용료‧과징금 납부유예, 공항사용료‧수수료 감면) ▲대체노선 및 신규시장 확보 지원(운수권 배분 및 노선 다변화, 해외항공시장 개척지원, 적극행정) ▲항공수요 회복 및 안정적인 경영지원(수요회복 착륙료 감면, 인천공항 슬롯 확대, 항공기 리스보증금 지원,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 방침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초점은 ‘항공진흥공사’의 설립‧운영에 맞춰졌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10일 국내 10개 항공사 CEO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해운업 금융지원을 위해 세워진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같은 방식의 항공업계 금융지원을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부분이 알려지면서다. 일각에서는 김 장관의 발언이 곧 한국항공진흥공사(가칭)의 신설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대기업에서 평균보다 높은 급여를 받는 이들이 ‘소고기 먹다 돼지고기 먹게 되는 참사’가 발생할까봐 혈세를 투입해 나라에서 신경써 주는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B씨는 “굳이 항공사에 대한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면 기존 설립된 해양진흥공사의 지원범위를 항공업까지 확대시키는 방안도 고민해 볼 수 있지 않느냐”며 “별도의 공기업을 설립하는 것은 비용대비 효과가 매우 낮아 관련 내용을 재검토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공무원들의 자리보전과 조직 확대를 의도한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눈먼 세금들’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구체적 방안은 ‘아직’
“TF가동...선제적 대응”


이 같은 반응에 국토부 측은 진흥공사 설립 계획은 진행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항공업계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타 분야의 선례를 참고한 것으로, 김 장관은 지원 기관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토부 항공산업과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중순께 협력방안을 발표했지만, 명확히 ‘공사’가 설립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어떻게 하면 항공금융을 돕고 발전해 나갈지 고민하고 검토하는 단계일 뿐, 설립해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한국해양진흥공사에 항공업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해양진흥공사는 해운과 조선 분야의 지원을 담당하는 곳인 만큼, 항공분야까지 확대할 수 있을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며 “국내 항공 시장의 규모가 커진 만큼 항공금융 분야 지원 방안에 대해 검토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생각한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달 27일부터 긴급 항공상황반(정책반, 국제반, 운항반, 보안반, 공항반)을 구성해 운영에 나서고 있다. 김이탁 국토부 항공정책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기존의 중국·일본 등 중화권 위주에서 최근 미주·중동·유럽까지 항공여객이 감소하는 추세”라며 “긴급 항공상황반 운영을 통해 국제적 동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국민의 불편 및 항공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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