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메신저’…지미 카터, 전 인류 ‘평화’를 위해 일하다

지난 8월 25일 북한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평양 만수당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카터 전 미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30)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다. (위)지난해 중동 분쟁과 관련해 레바논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베이루트 북부 지역에 마련된 투표소를 떠나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레바논 총선 국제참관단을 이끌고 입국했다.

지미카터 前 미국 대통령이 지구의 평화와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평화메신저로 활약,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8월 26일 전세계 언론들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소식을 전했다. 94년 방북 이후 16년 만이다. 6자회담 결렬 이후 남과 북의 문이 굳게 닫힌 가운데 한반도 운명의 열쇠가 또 한 번 그에게 맡겨졌다. 카터 전 대통령의 전격 북한 방문이 결정되면서 남북의 눈이 모두 그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미·북 및 남북관계에 해빙기가 찾아올지” 세계가 그의 방북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이 방문이 천안함 사건 이후 민감하게 치닫는 북한과의 외교 문제에 영향을 미칠까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오바마 미 행정부는 카터 방북이 미국인 아이잘로 곰즈의 석방을 위한 ‘인도주의적 차원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바마 정부는 이와 같은 소식을 대한민국 정부에도 전하며 “다른 의도로 확대하지 말라”고 선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 정부의 이런 단속(?)에도 불구하고 지미 카터의 방북에 거는 사람들의 기대 수치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터 前 대통령은 지난해 방북했던 빌 클린턴 前 대통령과는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카터 前 대통령은 94년 6월 1차 방문 당시 두 차례 김일성 주석을 만나 한반도 문제를 논의한 뒤 북핵 문제를 일시 봉합했던 ‘제네바 합의’의 단초를 이끌어 낸 화려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기대했던 결과를 얻어내진 못했지만 이는 외교 전문가들로부터 ‘남북정상 회담 개최를 이끌어 낸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음과 동시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었다.


‘세계 평화’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지미 카터. 미국 39대 대통령이자 2002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그는 어떤 사람일까.

노벨위원회는 지미 카터 前 미국 대통령(78)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이례적으로 “카터 전 대통령은 무력 사용의 위협이 대두되는 요즘 ‘분쟁은 최대한 국제법에 기반을 둔 중재와 국제공조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원칙을 지켰다”고 대외적으로 평가했다. 그의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은 2002년 ‘보복주의’를 원칙으로 강행적 외교 정책을 폈던 부시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현재 미국에서는 그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린다.

미국 매파에서는 카터를 무능한 인간이라고 싫어하고 비둘기파에서는 평화의 대통령이라고 좋아하는 것. 평가가 어찌됐건 카터 前 대통령이 퇴임 후 ‘세계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는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조약을 이끌어냈고, 레이건 대통령 취임 직후 이란 인질들을 무사히 구출해 냈으며,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에 대해 모스코바 올림픽에 불참하는 결정으로 인기는 없지만 도덕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후 국제간 이해증진을 위해 카터 센터를 세워 분쟁해결을 위한 ‘대화’를 강행하기도 했다.

지금은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열중하고 있다. 또한 지난 3월 고려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연설문에서도 북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했었다. 그는 “6자회담도 좋지만 북한이 원하는 것은 주변국이 아닌 미국과의 대화”라며 “북한은 모든 문제에 대해 원하는 만큼, 제한없이 직접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징벌조차가 정권보다는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며 제재 회의론을 밝혔다.


‘개인적인 방문’보다 ‘남북 갈등’ 해결사?

남북관계에 대한 높은 관심도와 그의 화려한 이력 때문일까. 미 행정부의 조심스러운 접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번 평양 방문은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우리 정부도 내심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지난달 납북된 대승호 송환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듯하다. 더불어 ‘천안함 사태로 인해 냉각기에 접어든 북과의 관계가 조금이나마 풀리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국정의 인권운동가 아이잘론 말리 곰즈가 북한에 6개월 넘게 억류된 가운데, 국제적 논란거리로 부각되면서 그는 전격적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올해 86세인 그는 오바마 정부의 방북 요청에 선뜻 “OK!”를 외쳤다고 알려졌다. 또 독자적인 채널을 통해 방북 의사를 평양에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미 당국은 곰즈의 신병 처리를 위해 당국자간 실무자급에서 접촉해 왔으나 북한의 미온적인 태도에 부딪혀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도 당국자간 협의를 넘어 정부를 대표하는 특사급 인사의 방북을 추진한 것. 이에 사태를 파악한 카터 전 대통령 측도 방북에 강한 의욕을 보이면서 전격적으로 방북이 성립됐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이번 그의 방문은 곰즈 구출(?)에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그가 개인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게 됐지만 오랜 기간 동안 경색 일변도를 보여온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특히 남북이 군사적 위협까지 벌이며 냉각된 상태에서 지난달 동해에서 납북된 대승호 송환 문제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와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문에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다급한 입장은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로 유엔의 대북 제재가 실효를 거두면서 당장에 급한 쪽은 북한이라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욱 일부 대북 관련 소식통들도 유엔 제재 후 북한의 경제난이 악화됐다고 전하는만큼 북한으로서도 미국과의 대화 물꼬를 어떻게든 열어야 할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 북한은 곰즈의 ‘건강 악화설’을 흘리면서 ‘인질 외교’를 펴고 있는 것과도 연결된다. 때문에 미국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 제의를 하자 북한도 못이기는 척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미국 커런트 TV기자 2명이 평양에 억류됐을 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한 것을 상기시키며 ‘고위급 인사’가 방북해주길 바라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한다.

이로써 이유와 배경을 떠나 한동안 국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곰즈의 억류 문제는 해소될 전망이다.


클린턴보다는 지미 카터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활약이 기대되는 가운데 눈길을 끄는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바로 클린턴 전 대통령과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대북 방문의 공통점과 차이점이다.

먼저 공통점을 보자면 두 전 대통령은 미 행정부 관료의 동행없이 자신의 측근들과 함께 전세기를 통해 평양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급유 등을 위해 일본의 미군기지를 활용하며, 평양에서 1박 후 미국으로 귀환했다. 그리고 둘 모두 북한이 미국 시민을 억류했을 때 ‘구원자’로 나섰다는 것이 공통된다. 하지만 둘의 무게감은 엄연히 다르다.

이는 사태의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이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의 부피와 무게가 다르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속단은 이르지만,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한반도 문제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클린턴 전 미 대통령 방북 때보다 현재의 사태 심각성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카터 전 대통령의 어깨에 무거운 짐이 얹혀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한 국내 유력 일간지는 오는 11월 G20 정상회의 성공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정부 일각의 기류를 전하며 “카터 전 대통령이 남북한 막후 협상의 통로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고 관측했다. 더불어 그의 이번 방북이 당초 미 정부와 카터 재단이 밝힌 ‘개인적 인도적 차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은 북핵 6자 회담 의장인 중국의 우다웨이 한반도 사무 특별 대표의 방북, 방한과 맞물리면서 천안함 폭침 이후 출구 전략을 고민 중인 한·미 양국에 미묘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현재 우세하다.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미 기자]withs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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