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성장·사랑·소외 3색 이야기 완성


세계적인 영화제를 통해 실력 있는 영화인이 배출된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가 주목한 신인 감독이 있다. 세계적인 메이저 영화사인 미국의 워너브라더스가 제작지원한 단편영화‘팀워크’를 연출한 홍서연 감독이다.

이 영화는 열여덟 살의 주인공이 임종 직전의 할머니와 극적인 화해를 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팀워크’는 아직 일반에 공개된 적 없지만 섬세한 심리묘사를 추구하는 홍 감독의 스타일을 아는 이들은 그의 영화에 거는 기대가 크다.

170센티미터(㎝)에 가까운 장신에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홍 감독에 대한 인상은 감독보다 차라리 배우에 가깝다. 하지만 그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은 누구도 막지 못할 것 같다.

홍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석사과정을 거쳐 미국 뉴욕대학교(NYU)에서 다시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그리고 지난 5월 본격적인 영화 활동을 위해 영구 귀국했다.

팀 버튼, 쿠엔틴 타란티노, 코엔브라더스를 좋아한다는 홍 감독은 “사실 나 같은 풋내기 감독이 언론과 인터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면서도 “앞으로 한국과 미국의 영화산업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슬쩍 내비쳤다.

홍 감독의 이력을 보면 왜 영화제가 그를 주목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중앙대 석사과정 시절 ‘예술의 치료학적 요인’에 대한 석사 논문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인간의 관점과 심리 변화에 따르는 영상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 홍 감독의 설명이다.

홍 감독은 한국 촬영인 협회와 사이코 드라마협회의 멤버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첫 번째 단편 영화 ‘진짜 쓰레기’를 제작했다. 이 영화로 대한민국 영상대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뒤 본격적인 영화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홍 감독은 “미국에서의 생활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5년간의 유학 생활 중 정말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미국은 나에게 꿈을 갖게 해 준 나라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성장, 사랑, 소외 이 세 가지 이야기를 완성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홍 감독은 최근 홍시필름이라는 영화제작사를 설립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나 같은 사람이 영화사를 설립했다고 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 꿈을 향해 간다는 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영화를 통해 어떤 이들의 인생을 담아내는데 있어 ‘홍서연이 담아낸 이야기는 뭔가 다르다’는 말을 듣고 싶다. 홍서연의 시각으로 홍서연을 통해 만들어진 영화, 또 그것이 나만의 세계가 아닌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의 거대 영화사인 워너브라더스사도 홍 감독의 실력을 인정했다. 홍 감독은 재학시절 학교에서 주최하는 스크립트 리딩 페스티벌에서 입상, 워너사로부터 영화제작 지원금을 상금으로 받기도 했다. ‘팀워크’는 이 지원금으로 제작된 영화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의 기대주 홍서연 감독의 또 다른 작품에 세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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