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부활 신호탄 되나

지난 2007년 박삼구 명예회장이 강서구 아시아나 본사에서 열린 '불우이웃돕기 벚꽃바자회'에서 기증된 물품을 살펴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명예회장이 15개월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한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달 29일 “다음달 1일부로 박삼구 명예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의 복귀는 작년 7월 28일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갈등으로 그룹 회장에서 스스로 물러난 이후 15개월 만이다.

그룹은 “박 회장의 경영복귀는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해 줄 강력한 리더십과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 등 산적한 현안을 앞두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안팎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의 복귀로 그룹은 한층 활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전부터 그의 복귀를 두고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박 회장은 앞으로 사장단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대내외적인 활동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앞장서게 된다.

박찬법 전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난 이후 그룹은 사장단 중심으로 운영돼 왔지만, 회장은 그동안 매일 출근하며 그룹 현안을 챙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에는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새로운 모습으로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앞장서 뛸 것”이라며 “여러분과 함께 기필코 다시 일어서겠다”고 복귀를 암시하기도 했다.

박 회장과 함께 물러났던 박찬구 회장은 앞서 지난 3월 15일 경영에 복귀해 석유화학 부문의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 회장의 복귀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진행 중인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경영정상화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박 회장 조직개편 본격화

박 회장은 복귀 전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당장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기존의 익숙한 지식과 경험만을 활용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다 먼 미래를 바라보고 조직의 DNA중 그룹의 미래전략과 관계없는 부분은 과감히 정리하고 수정해 나가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또 서신에서 그는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채권단과 맺은 경영정상화 계획을 성실히 실행해 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을 조기에 정상화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도 밝혔다.

이어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실현해 나가고, 창립 이래로 내려온 ‘집념과 도전정신’을 계승해 금호아시아나의 기업문화를 새롭게 재정비하고 강화할 것”이라고 박 회장은 덧붙였다.

박 회장이 서신을 보낼 당시만 해도 금호아시아나는 측은 “지난 7월 31일 물러난 박 전 회장과 임직원들의 지난 1년간 노력에 감사를 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법 회장 사퇴는 수순?

박 전 회장은 취임 1년 만에 회장직을 사임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박찬법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해 7월 31일부로 그룹회장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은 작년 7월 31일 금호가 형제 갈등 이후 박삼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제5대 회장으로 취임해 1년 동안 그룹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 왔다. 박 전 회장은 수개월 전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해 왔으나, 그룹 현안 등과 맞물리면서 미뤄져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그룹 계열사는 당분간 각각의 경영진과 채권단 간 협의를 거쳐 자구노력을 하게 된다.

박 전 회장은 1969년 (주)금호로 입사한 뒤 아시아나항공 상무이사와 전무이사를 거쳐 금호아시아나그룹 항공부문 부회장을 역임하고, 작년 7월 회장이 됐다.

박 전 회장이 사임을 표하자 재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복귀를 위해 정해진 수순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금호아시아나측은 이에 대해 “올해 66세의 박 전 회장은 실제 건강이 좋지 않아 전부터 사임 의사를 표명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1969년 (주)금호로 입사한 뒤 아시아나항공 상무이사와 전무이사를 거쳐 그룹 항공부문 부회장을 역임한 ‘금호맨’이다. 그는 1년 동안 그룹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회장직을 맡으면서 주력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 신청 등을 통해 무난히 그룹의 정상화를 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룹이 제 모습을 찾아가기까지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주요 계열사들이 정상화를 위한 길을 가고 있고, 아시아나항공 등은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만큼 이번 사임은 스스로 ‘과도기 회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박 회장이 준비한 카드는?

복귀한 박 회장은 작년 7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었지만,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룹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구심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여전히 오너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박 회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은 없다는 평가다.

그동안 그룹 내부에서도 전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함께 그룹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강력한 리더십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박 회장의 복귀를 기대해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박 회장은 그룹 주력 계열사의 워크아웃 신청과 모친상을 당하면서 건강이 크게 악화됐으나 최근에는 예전의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과 함께 퇴진했던 박찬구 회장이 지난 3월부터 본격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점도 박 회장의 복귀를 재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1년도 채 안된 상황에서 박 회장의 복귀는 그룹을 위기에 빠뜨린 책임을 묵인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노조에서는 “박 회장은 그룹 오너로서 방만 경영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인물”이라면 “박 회장의 복귀를 인정하는 것은 책임을 지지 않는 안일한 처사”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노조 측은 “그룹을 워크아웃으로 몰아간 장본인이 현장 직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정상화해놓고 이제와 복귀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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