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장교(ROTC) 임관식 모습. [뉴시스]
학군장교(ROTC) 임관식 모습. [뉴시스]

[일요서울] 전국 117개 대학 학생군사교육단(학군단)에서 육·해·공군·해병대 학군장교(ROTC, 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 학생군사교육단) 4000여명이 2일 소위로 임관한다. 국방차관과 육군·공군참모차장이 이날 대표 학군단에서 열리는 임관식을 주관해 신임 장교들을 축하한다.

학군장교들은 전국 117개 대학에 설치된 학군단에서 1·2학년 때 학군장교후보생으로 선발됐다. 이들은 3·4학년 동안 전공 학위교육과 군사학·군사훈련, 임관종합평가 등을 통해 장교 임관 자격을 부여받았다. 신임장교들은 각 군 병과별 보수교육 과정을 거쳐 일선 부대로 배치된다.

임관식에서는 이수지(22·성신여대) 육군 소위, 하종수(22·한국해양대) 해군 소위, 권우진(22·교통대) 공군 소위가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유도원(22·경남과기대), 안지용(22·건국대) 육군 소위는 6·25 참전유공자이신 조부의 뒤를 이어 장교의 길을 걷는다.

유도원 소위의 조부(유용인)는 6·25전쟁 중 양구·백암산 전투에 참가해 적 10여 명을 사살한 전공으로 화랑무공훈장을 2회 받았다. 유 소위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할아버지의 정신을 이어받아 자랑스러운 육군 장교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지용 육군 소위의 조부(89·안해훈)는 6·25전쟁 당시 노무부대에서 군수품 운반의 임무를 수행했으며 그 노고를 인정받아 2013년 호국영웅기장증을 받았다. 안 소위는 "할아버지를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며 "할아버지께서 지켜낸 대한민국을 이제는 손자인 제가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장교가 되는 독립유공자 후손도 있다. 신세현(22·동명대) 육군 소위는 독립운동가 신송식·오희영의 손녀다.

조부인 신송식 선생은 1941년 임시정부의 지령으로 중국 충칭에서 한국광복군 시안전방사령부 참령참모에 임명돼 일본군점령지구에 대한 초모활동·선전공작·정보수집·유격전 등을 맡았다. 신 선생은 1945년 6월 임시정부 주석 비서로 활동하던 중 광복을 맞아 교포의 귀국을 돕는 활동을 했다. 정부는 1963년 그의 독립운동 공훈을 기려 건국훈장 독립장을 수여했다. 신 소위는 "할아버지의 애국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의 안보에 튼튼한 버팀목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대를 이어 장교의 길에 도전한 인물들이 눈에 띈다. 고건욱(22·원광대) 육군 소위는 같은 학군단 출신인 아버지(55·고석윤)와 육군 하사로 전역한 어머니, 학군 54기로 임관한 형(28·고요한)의 영향을 받아 장교의 길을 선택했다. 이규호(21·원광대) 육군 소위의 조부(77·이지두)는 합참차장까지 역임했으며 아버지(49·이무용)도 소령으로 예편한 장교 가족이다.

안진휘(21·조선대) 육군 소위는 조부(76·안용복), 외조부(72·김명중), 아버지(49·안승빈), 어머니(46·김지혜)까지 군 출신인 그야말로 군인 집안이다. 안 소위는 "조부, 외조부, 부모님께서는 가족이자 군 선배"라며 "가족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자랑스러운 육군 장교가 되겠다"고 말했다.
 
군번을 3개나 갖게 된 장교도 있다.

강동현(27·전주대) 육군 소위는 2011년 5사단 수색대대에서 유탄수와 K-3기관총 사수 등으로 복무하다 전문하사에 지원해 5사단 본부근무대 경비부소대장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전역 후 2016년 전주대에 입학해 학군사관후보생에 지원해 올해 임관하게 되면서 3개의 군번을 갖게 됐다. 강 소위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동경해 왔다"며 "2번의 병·부사관 경험을 바탕으로 소대원들과 부사관들의 가교가 돼 부대의 전투력 향상에 기여하는 장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3형제가 모두 학군장교인 인물도 있다. 양장석(22·군산대) 육군 소위는 큰 형(27·양선봉), 작은 형(25·양지운)과 함께 장교가 됐다. 곽희수(22·상지대) 소위 역시 큰 형(35·곽희민), 작은 형(32·곽희원)과 함께 학군장교로 임관했으며 3형제 모두 상지대 학군단 출신이다. 해군 학군장교로 임관하는 최수한(22·한국해양대) 해군 소위 역시 큰 형(30·최광한), 작은 형(28·최성환)과 함께 3형제가 모두 해군 학군장교 출신으로 군인의 길을 걷게 됐다.

정안우(22·한성대)·광민(22·한국외대) 육군 소위와 김동균(22·대전대)·승균(22·동양대) 육군 소위는 쌍둥이 임관자다. 정광민 소위는 "대학은 다르지만 입영훈련 때는 형과 같은 대대가 되기도 해 힘든 훈련을 할 때마다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됐는데 임관한 후에도 병과 보수교육을 함께 받게 됐다"며 "군 생활간에도 서로에게 지원군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동균 소위는 "쌍둥이 동생과 함께 임관하는 것 자체가 매우 뜻깊다"며 "앞으로 자랑스러운 육군 장교로서 생활하며 서로의 버팀목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강민혁(22·중앙대) 육군 소위는 후배들에 대한 애정과 성원의 의미로 해외여행을 위해 모아둔 아르바이트비 111만원을 중앙대 학군단 후배들을 위해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서영관(22·대진대) 육군 소위는 2018년 미국 영주권을 취득하고 가족 모두 이민 예정이었지만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자 학군장교에 지원해 이번 임관자 명단에 올랐다.

육군은 "이번 임관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부인 초청 없이 학군단 자체 행사로 진행한다"며 "임관식 행사 참석자는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제 사용, 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감염 예방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가운데 행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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