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불낸 서울 시장은 프랑스 같으면 총살감”

허경영 민주공화당 총재가 지난 4일 본지와의 인터뷰 중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맹철영 기자] photo@dailypot.co.kr

허경영 민주공화당 총재가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콜미(call me)’에 이어 이번엔 ‘롸잇나우(right now)’라는 신곡을 들고 나왔다.

허 총재는 지난 17대 대선에 출마해 황당한 공약을 제시하고 자신을 지능지수(IQ) 430에 공중부양 능력을 지녔다고 소개해 화제가 됐던 인물.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결혼,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취임 만찬 초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밀보좌관 역임설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형이 확정돼 여주교도소에서 1년 6개월 동안 복역해 왔다. 출소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던 허 총재는 이번 기회에 정치와 연예를 아우르는 ‘폴리테이너’로서 거듭나겠다고 한다. 허 총재에 대해 대중들은 물론, 언론에서조차 반응은 엇갈린다. “사실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허슬러의 창업자 래리 플린트의 경우처럼 모든 사람이 거짓말이라고 아는 것을 말하는 것은 하나의 풍자이며 패러디다”, “거짓말인지 알고도 속아 넘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일요서울]은 허 총재를 직접 만나 그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하나 따져 물어봤다.

허경영 총재의 기이한 행동은 한국 정치사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대중들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대선에 두 번(15, 17대) 씩이나 나온 ‘대권주자’가 가수로 데뷔하더니 보는 사람을 당황케 하는 ‘무중력 춤’을 선보이는가 하면, “박근혜 전 대표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등의 발언을 서슴없이 내 뱉는다. 공약도 파격적이었다. 허 총재는 대통령이 된다면 결혼하는 사람에게 1억 원 무상지원, 60대 이상 노인에게 매달 70만 원 지급, 수능폐지, 모든 국민에게 생일날 금일봉 10만 원과 함께 대통령이 직접 쓴 생일카드를 배달하겠다고 한다. 지금도 1초에 한 번씩 전화통화가 걸려오고 하루에 1만 통씩 팬들에게 전화가 온다는 것이 허 총재의 주장이다. 공약까지는 차치하더라도 1초에 한 번, 하루 1만 통 전화통화를 한다는 것은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유치원생도 아는 사실이다. 그가 이런 뻔한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수도 소통을 하기 때문에 정치하는 것”

지난 1월 4일 오후 1시40분께 서울 중구 순화동 ‘본좌 엔터테인먼트’ 사무실로 허 총재가 [일요서울]과 인터뷰를 위해 숨을 헐떡거리며 들어왔다. 1월 1일 생일을 맞아 홍대 V홀에서 생일파티 겸 신곡 발표 쇼케이스를 해서 목이 말이 아니라고 했다. 기자가 ‘이제 정치는 그만두고 연예인 되기로 했냐’고 묻자 허 총재는(눈을 부릅뜨더니) “지금 정치인들은 소통이 단절돼 있다”면서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연예파트로 전환했다. 국회에서만 정치하는 것이 아니라 가수나 영화배우도 소통을 하기 때문에 정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정치인들은 21세기 정치를 하지 않아 도태될 것”이라면서 “결국 대한민국에서 자라는 젊은 세대들은 허경영만이 진정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한 자신감도 넘쳐 보였다. 10대를 포함해 대략 2000만 명이 자신의 잠재적인 지지자라고 주장했다. “집에서 애들이 하도 허경영을 불러 대니까 40~50대도 허경영을 불러댄다. 등산을 가다 사람들이 나만 보면 ‘당신이 우리의 희망’이라면서 웃는다.”

허 총재는 지난해 12월 발표된 신곡 ‘롸잇나우’에 대해서는 “남북이 정치적으로 화합을 하자는 의미에서 만들었다”며 “롸잇나우 춤도 전쟁을 예방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허경영을 풀어놓으면 젊은 표 다 나한테 온다”

전쟁 이야기가 나오자 허 총재는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요지는 이렇다.

“북한이 못 살기 때문에 연평도 포격에 대한 감정적 군사훈련은 자제하고 외교력으로 해결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헤비급인 남한이 라이트급인 북한과 동격일 수 없기 때문에 잘사는 남한이 못사는 북한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가 전쟁하면 잘 사는 나라를 욕 한다”면서 “전쟁나면 미국의 엔터프라이즈호 하나 오면 전쟁 끝나는데 우리 60만 대군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다. 이런 전력을 가지고 북한한테 무력시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슬쩍 대선으로 화제를 돌렸다. 일부 인터넷 매체에서 허 총재의 최근 명함을 근거로 차기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냈지만, 허 총재는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어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없다. 차기 대선 출마 자격도 자연히 상실된 상태. 그러나 허 총재는 자신이 사면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특정 정치세력이 가만 놔 둘리가 없다는 것.

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여러 정치세력(한나라당을 지칭)들은 나를 그냥 묶어 두기보다는 대선에 내세움으로써 (진보세력인)민주당의 표를 깨지게 만들 것이다. 보수와 진보가 싸울 때 허경영이 나타나 버리면 진보는 그냥 망하는 것이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보지 않았나. 젊은이들은 한나라당으로 안 간다. 허경영을 풀어놓으면 젊은 표가 나한테 온다는 것이다.”

10대들이 성장해 투표권을 가지게 되면 막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자신이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가 된다는 논리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어차피 민주당으로 갈 젊은 표를 당선 가능성이 낮은 허 총재 쪽으로 표를 분산시키려 한다는 것.

허 총재는 자신의 팬클럽 ‘붉은 천사’를 1960년대 말 중국 ‘문화대혁명’을 주도한 모택동의 홍위병으로 비유했다.


“콜미, 롸잇나우 빌보드 1위 올리겠다”

그는 “일단 콜미나 롸잇나우를 미국 빌보드차트 1위에 올려놓는 것이 내 1차 목표”라면서 “지금 중국과 일본 대학생들에게서 허경영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모택동이 젊은 홍위병으로 장개석을 물리쳤던 것처럼 내가 붉은 깃발만 들었다고 치면 붉은 천사 팬클럽 회원들이 나를 대통령으로 못 만들 것도 없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 유력 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 물어봤다. 허 총재는 ‘박 전 대표와 친분은 있는 사이냐’고 기자가 묻자 경계하는 듯 한 표정을 보이며 “박 전 대표와 옛날부터 찍은 사진이 몇 백 장 있다”면서 “박 전 대표와 찍은 사진들은 이번에 출간되는 ‘동방의 등불’에 나갈 것이다. 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기 때문에 그 딸도 좋게 보는 것인데, 더 이상 이런 이야기 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박 전 대표에 대한 것은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사실관계가 다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와의 결혼설에 대해 묻자 그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복역했던 지난 경험을 의식하는 듯 긴장하는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그는 “박 전 대표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말은 내가 이제 안하지만 사실 기자들 때문에 내가 걸려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기자가 ‘하지도 않은 말을 기자들이 각색해서 썼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그는 “그게 아니라 기자들이 상상을 한 것”이라는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지금 대권후보들 전부 아이큐 100단위”

이번엔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GS그룹과 삼성그룹과의 친인척설로 화제를 돌려봤다. 허 총재는 그동안 자신이 GS그룹의 일가라고 주장해 왔으나 GS그룹 측은 이를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면서 일축한 바 있다. 허 총재는 이에 대해 “지금은 내가 정치인이니까 GS에서 함부로 말 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보좌관에게 GS그룹 성묘사진을 들고 오라고 요구 하더니 “허창수(GS그룹 회장) 아버지가 나랑 같이 성묘하는 사진이 있다”고 강조하며 사진을 직접 꺼내들고 자신이 GS그룹 일가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금도 GS에서 도움 받고 있냐’고 묻자 그는 “그건 기자들 앞에서 이야기 할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기 자금 출처 이야기 하던가. 할 수가 없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다시 대선으로 화제가 돌아왔다. 허 총재는 자신이 만약 사면이 된다면 공약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선 공약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숭례문 화재 사건에 대한 말이 나오자(돌연 얼굴색이 불어지더니)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 독설을 퍼부었다. 허 총재는 “남대문 화재가 났을 때 오세훈 시장은 국보 1호에 경비 한명 안 세운 인물”이라면서 “문화재를 중요시 하는 프랑스 같으면 총살이다. 총살 시켜야 할 사람이 시장으로 앉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총재는 마지막으로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평가를 묻는 물음에는 “지금의 대권 후보들 가운데 지난 역대 대통령보다 나을 수 없다는 것이 내 결론”이라면서 “왜냐하면 그들은 전부 아이큐 100단위니까. 허경영이 나오기 전 까지는 논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인터뷰 속 말/말/말…

- 친한 연예인들은 없나.
▲ 별로 없고 보기는 많이 봤다. 그 사람들이 오히려 나한테 싸인 받고 사진 찍으려고 줄을 선다. 사진을 많이 찍어서 일일이 누구인지는 생각이 안 난다.

- 군대는 다녀왔나.
▲ 보안학교 100기 출신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대 가라고 하더니 보안대로 넣어주더라. 그때는 부자 집 자식 아니면 보안대에 못 들어갔다.

- 군 생활은 어땠나.
▲ 1971년에 입대해 2년 뒤인 1973년에 박 전 대통령 심부름으로 월남전에도 참전했는데 죽을 뻔했다. 베트남 나트랑 지역에 있는 9사단이 철수하기 시작할 때인데 그 때 적군의 마지막 공세가 심했다. 그래서 철수하려고 나트랑 공항에서 보잉 747기가 뜨려고 하는데 챙겨온 짐이 너무 무거워서 못 뜨더라. 적군이 막 쳐들어오는 상황이라 비행기도 못 타보고 죽는가 싶었다. 두 시간 동안 비행기 연료를 다 빼버리니까 그 때서야 비행기가 이륙에 성공해 안 죽고 살아 돌아왔다.

-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만찬 사진이 합성이란 결론이 났는데 보여준 사진들(박근혜 전 대표, GS그룹 일가 성묘 사진)은 어떻게 믿나.
▲ 그건 좀 문제가 있다. 내가 조지부시랑 찍은 사진이 한 100장 정도 되는데 한 장만 합성판정이 난 것이다. 그런데 그 사진은 미국 방송국에서 메인 사진으로 나온 사진이었다. 검찰서 그것만 가지고 따지더라. (자료를 가져온 보좌관에게 ‘이런 건 포괄적으로 내놔야지’라면서 다그치더니 GS그룹 일가 성묘사진과 박 전 대표와 찍은 사진을 손으로 일일이 가리키며) 내가 워낙 쎈 사람들 옆에 있다 보니가 오해를 받는 것이다. 내가 나중에 성공하면 다 실제가 되는데 내가 이래 있으니까...

- 대선 때 제시한 공약 추진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은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었나.
▲ 예산은 남아돌아간다. 수도 이전하는데 40조 원 들어가고 4대강 하는데 20조 원 들어간다. 내가 대통령 되면 330조 원 우리나라 예산이 절반 정도 절약이 된다. 남는 예산을 국민들에게 돌려준다는 것이다. 그래도 1년에 60조 원 정도 남는다. 지금 현재도 매년 60조 원 부족해서 추경예산 올리지 않으면 국가가 운영이 안 된다. 그게 왜 그러는지 아냐. (1초 뒤)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100단위의 지능이야. 몇십 단계에 걸쳐 복합적으로 예산이 낭비되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각 부처 예산을 통합관리 시스템으로 집행하고 운영하면 된다.

- 비자금 만들기도 쉬워지지 않겠나.
▲ 부정을 저지를 수가 없다. 통합관리 시스템 관리하는 자들은 철저한 애들로 세울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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