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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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프리랜서 김관수  기자] 지금 이 글을 발견한 당신이 눈앞에 허니문을 앞뒀다면, 또는 겨울 웨딩을 꿈꾼다면 부디  탐독하길 바란다. 당신의 ‘임’을 만나 부부로 거듭난 인생 최대의 버킷리스트를 달성한 뒤, 또 다른 버킷리스트를 추가로 이룰 수 있는 여행을 소개한다. 캐나다에서 만난 ‘영혼도둑들’이다.

아이스 피슁
얼음호수의 리얼과 환상

옐로나이프의 하루는 여느 여행지와는 크게 다르다. 오로라 관측을 위한 밤과 새벽이 가장 분주하고, 때문에 늦은 잠을 청하는 아침은 그 어느 곳보다 한가하다. 여행객들이 머무는 대부분의 호텔에서 조식을 제공하지 않을 정도. 옐로나이프의 겨울 낮 시간은 해가 짧아서 자칫하면 해를 온전하게 보지 못하고 하루가 가버릴 수도 있다. 그러니 보다 알찬 여행을 원한다면 한낮의 옐로나이프 여행법 역시 사전에 챙기는 것이 좋다. 약 2시간에 걸쳐 지역 유산 등을 돌아보는 옐로나이프 시내투어, 개썰매 투어, 아이스피싱 등이 가능하다. 전 세계적인 희소성 때문인지 하나하나가 다 흥미로워 보여 참여하고 싶었지만, 스노모빌을 탑승하고 얼음을 깨서 물고기를 잡는 전통 낚시를 체험하는 아이스피싱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한국의 산천어축제를 떠올렸다면, 내려놓자. 그건 환상이다. 옐로나이프의 그레이트 슬레이브 레이크Great Slave Lake에서 체험하는 아이스피싱은 말 그대로 ‘리얼’이다. 스노모빌에 매달린 간이 트레일러 위에서 숱하게 엉덩방아를 찧어가며 오로지 흰 눈밖에 없는 설원을 달려야 하고, 축제 분위기는커녕 연통 위로 회색 연기를 피우는 호수 한가운데에 달랑 놓인 작은 천막 하나만이 호수의 방문객을 맞는다. 그럼에도 그 풍경은 너무나 황홀하다. 겨울왕국을 거닐며 순백의 공기를 온몸으로 음미하는 순간, 오로지 나 혼자만의 겨울왕국에 초대받은 것 같은, 산천어축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SF적 환상이 현실로 놓여 있다. 손으로 직접 만든 것 같은 삽으로 얼음을 부수고 숨어 있던 호수의 차디찬 움직임을 보는 것도 이곳에서는 엄청난 볼거리이다. 그렇다고 끝이 아니다. 그들이 미리 던져 놓은 긴 그물을 따라 주렁주렁 열린 채 눈밭으로 딸려 나오는 튼실한 물고기들은 또 다른 감동의 열매다. 비린내가 날 것을 알면서도 딱딱하게 얼어버린 생선을 손에 들고 저마다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싶어진다. 눈썹마저 하얗게 얼려버린 동장군마저 우리의 풋풋한 감성으로 사르르 녹아내리고 마는 풍경이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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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산맥, 밴프 국립공원
Banff National Park in Rocky Mountains

‘대자연’이라는 단어와 ‘록키산맥’은 늘 함께 붙어 다니는 오래된 커플이 아닌가. 북아메리카 서부의 캐나다와 미국에 걸쳐 펼쳐진 록키산맥은 캐나다에서는 브리티시컬럼비아British Columbia주와 앨버타Alberta주를 관통한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최고의 여행지로서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위치하고 있는 만큼 가야 할 곳도 많지만, 록키와 짝을 이루는 최고의 이름은 역시 밴프 국립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이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캐나다를 넘어 전 세계를 대표하는 명소들을 가득 품고 있어, 캐나다 록키산맥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쉴 새 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계절 내내 단 한 순간도 부족함이 없는 자연을 선사는 이곳의 겨울은 록키가 지닌 순수함이 더욱 사랑스러워지는 계절이다.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 옐로나이프에서 비행기로 약 2시간 30분, 끊임없이 이어지는 설산의 맥을 따라 캘거리 공항에 다다르면 1시간 후, 두 번째 영혼도둑 밴프 국립공원에 들어선다.

 

밴프 타운 Banff Town
트레블리 & 러블리 빌리지

밴프 국립공원 여행의 베이스캠프 밴프 타운에는 일상이 있다. 이국적인 작은 마을은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밤까지 여행자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포근하게 반겨준다. 옐로나이프의 추위와 비교하면 따뜻한 겨울 날씨라고 얘기하게 되지만, 밴프 타운에도 여전히 겨울의 풍경이 완연하다. 타운을 둘러싼 장엄한 산봉우리, 길가에 늘어선 건물 지붕과 앞마당, 어디에서도 하얀 눈을 볼 수 있다. 자동차 도로 역시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자동차가 지나다니며 까맣게 색이 바뀔 법도 한데 이곳의 눈은 여전히 색을 하얗게 유지하며 뽀얀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도로가의 호텔과 상점, 음식점 등은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 타운에 생기를 더한다. 산 아래 마을의 전원 감성과 도시적 모던함이 적절히 어울려 활기찬 ‘겨울 여행자 거리’를 스스로 만들어 놓는다. 스키와 보드를 들고 선 이들, 두둑한 쇼핑백, 손에 든 주전부리, 나도 같이 한 장 찍고 싶어지는 앙증맞은 사람들의 포즈. 이른 아침부터 해가 지는 오후까지 밴프 타운은 그렇게 ‘여행적’이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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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시작되면 타운은 더욱 예뻐진다. 아기자기한 조명빛들이 모여 겨울밤을 살살 녹인다. 요란스럽지 않은 속삭임이 온 마을 안에서 들려오는 것 같다. 길거리에서도 카페에서도 호텔에서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깨 쏟아지는 소리들. 밤새 다시 흰 눈이 내린다. 문을 나서면 또다시 행복한 아침이 만들어져 있다.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 

The Fairmont Banff Springs
호텔계의 ‘SPECIAL ONE’

밴프 타운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산중턱, 밴프 타운을 내려다보고 있는 소위 ‘명당’이라고 부를만한 자리에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가 우뚝 서 있다. 타운을 지키는 이 마을의 왕가가 살고 있는 고성(古城)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게 느껴지는 고풍스러운 호텔. ‘서프라이즈 코너’라고 이름 붙은 뷰포인트를 찾아가면 록키산맥을 배경으로 서 있는 그 위풍당당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호텔계의 귀족’이라는 수식어가 조금도 아깝지 않은 페어몬트 계열의 호텔 중, 우리에게 잘 알려진 호텔이 있다. 바로 드라마 <도깨비>를 통해 캐나다 여행의 새로운 로망이 된 ‘페어몬트 샤또 프롱트낙Fairmont Le Château Frontenac’호텔. 그 모습을 기억한다면 페어몬트의 명성은 이미 확인한 셈이고, 밴프 스프링스의 클래스 역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밴프 타운의 여러 호텔들 역시 부족함이 없지만 밴프 스프링스는 누구나 다 동의할 수 있는 진정한 ‘스페셜 원’으로 남았다. 묵지 않고 둘러보기만 했을 뿐이지만 캐나다를 선택하게 될 허니무너들에게 당당히 그렇게 얘기하고 싶다. 무엇보다 이 호텔은 그 자체로 역사문화유산이다. 이곳 사람들은 그들의 삶에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 역사에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뜨겁게 사랑한다. 1888년 황무지나 다름없던 땅에 캐나다 태평양 철도 회사가 철도를 연결하며 세운 물리적인 역사는 굳이 내세울 것도 없다. 유럽에서 배를 타고 이곳까지 찾아왔던 왕족과 귀족들의 흔적,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마릴린먼로의 이야기 그리고 대리석 계단에 새겨진 2만 년 이상 됐다고 전하는 바닷가 생물의 화석. 호텔에 남겨진 동화 같은 이야기들은 지금도 내부에 마련된 역사관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목재로 지어졌다가 한때 화재로 인해 다시 세워진 지금의 건물이지만, 그마저도 밴프 스프링스의 명예롭던 시간을 완전히 앗아가지는 못했다. 여전히 록키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군림하고 있는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 굳이 객실 컨디션과 부대시설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아도 당신들의 허니문을 하나의 역사로 승화시켜줄 호텔 아닌 호텔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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