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의 한 건물 지하식당가. 점심시간이면 주변 직장인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맛집으로 소문난 한식집의 이름은 ‘엄마네 손맛’. 그런데 복도를 사이에 두고 같은 이름의 식당이 나란히 영업을 하고 있다. 순간 같은 식당이 장사가 잘돼 확장했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둘은 엄연한 다른 집이다. 문앞에 적어 놓은 주인장의 메모도 두 식당이 ‘전혀 다른 집’임을 강조하고 있다.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전혀 다른 집. 두 식당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직접 보지 않아도 치열하게 그려진다. 엄연한 사실은 둘 중 한집만이 맛집으로 소문나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것. 덕분에 줄을 기다리기 힘든 사람들이나 같은 식당으로 착각한 사람들이 건너편으로 발길을 돌려 ‘같은 이름 다른 집’도 재미가 쏠쏠하다. 한 지붕 두 가족의 공생 아닌 공생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자못 궁금하다.

[글/사진=정대웅 기자] photo@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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