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으로 읽는 세계사] 저자 미야자키 마사카츠 / 역자 박현아 / 출판사 현대지성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나 물건에 세상을 바꾼 이야기들이 내재되어 있다면 일상을 채운 당연한 물건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하게 된다.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잔 속의 커피가 실은 800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현장을 담고 있고, 그 커피 속에 무심히 넣은 설탕 한 숟푼에는 자본주의의 경제의 흐름을 주도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도 흥미진진하게 변하지 않을 수 없다. 

작은 일상 속에서 발견한 역사 이야기를 다룬 책 ‘물건으로 읽는 세계사’는 저자 미야자키 마사카츠가 세계사에서 포착한 물건들의 파란만장한 연대기를 독자에게 들려준다.

저자는 바다, 공간, 경제라는 테마 속에 존재해 온 일상의 물건들에 주목했고 그 속에서도 핵이 되는 존재를 찾았다. 핵을 중심으로 새롭게 생겨난 현상을 자세히 살피고 그 현상에 존재한 무리들이 조합되어 복잡한 사회구조를 이룬 결과에 집중했다. 우리가 쓰는 물건과의 관계를 풀어내고 각각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구조적인 맥락을 적나라하게 짚어준다.

책에서는 고대부터 21세까지 문명이 시작된 큰 강 유역과 유목민의 대초원, 대항해 시대의 대양, 산업혁명의 도시, 네트워크로 이어진 전 세계 등 세계사의 무대가 된 다섯 장소를 피헤쳤다. 그 장소에서 역사의 전환점이 된 37가지의 파란만장한 운명을 들여다보고 현 시대를 지탱하는 사회적인 인프라를 해석했다.

특히 저자가 물건에도 운명의 순간이 있다고 말하면서 예로 짚어준 부분들이 인상 깊다.

오늘날 흔한 복장인 바지는 오랑캐의 옷이라 천대받던 시대가 있었고, 이탈리아의 국민 음식인 토마토는 정력의 상징이어서 영국에서는 토마토를 금지했다고 한다. 오늘날 길거리에 넘치는 카페는 영국에서는 불온한 사상의 장으로 여겨져 출입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책은 5000년의 역사가 우리의 일상에 젖어들기까지 지나쳤던 장면을 포착하고 미처 몰랐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을 읽고 나면 일상에 굴러다니는 동전이나 자동차, 냉장고, 커피 등을 새로운 눈으로 지그시 바라보게 된다.

저자는 5000년 세계사를 이해하는 가장 친밀한 방법을 소개하면서 더 가깝고 알기 쉬운 일상의 역사를 만나는 순간을 제공했다. 저자는 “역사가 재미있다는 사람과 생각만 해도 지루하다는 사람, 무엇이 다를까? 역사를 이야기로 생각하느냐, 공부로 생각하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물건으로 읽는 세계사’는 오직 세계사를 ‘더 가까이, 더 알기 쉽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 책에도 물론 역사의 무대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중요한 연도도 빼놓지 않고 넣었다. 하지만 그 이름과 업적을 줄줄 나열하지는 않는다. 또한 연호 등도 꼭 필요할 때만 표기했다. 대신 책에 등장하는 물건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떤 물건이었고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 같은 이야기들을 자세히 풀어내려 노력했다. 요점정리처럼 사실들만 마구 나열하기보다 하나의 큰 이야기를 엮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저자는 1942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교육대학(현 쓰쿠바대학) 사학과를 졸업했다. 도립미타고등학교, 쿠단고등학교, 쓰쿠바대학부속고등학교 세계사 교사, 홋카이도교육대학 교육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NHK에서 10년 넘게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계사 강의를 전담했으며,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역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베스트셀러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RHK)를 비롯해 ‘처음부터 다시 읽는 친절한 세계사’(제3의공간), ‘공간의 세계사’(다산초당), ‘흐름이 보이는 세계사 경제 공부’(어크로스) 등이 있다.

이 책과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세계지도상식보감’, ‘세계사를 바군 13가지 식물’,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신소재’, ‘인삼의 세계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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