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근로계약 갱신에 대해 정당한 기대권 인정"
아나운서 9명, 2018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 '승소'

문화방송이 낸 소송에서 부당해고가 맞다는 판결을 받은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선고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화방송이 낸 소송에서 부당해고가 맞다는 판결을 받은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선고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문화방송(MBC)이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계약 갱신 기대권을 인정하고 구제한 판단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결 직후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와 기쁘지만, 회사가 이 결과에 승복할지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MBC 측은 "판결을 존중하고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한 원상회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5일 MBC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MBC는 파업 중이던 2016년과 2017년 총 11명을 계약직 아나운서로 뽑았다. 2017년 12월 최승호 사장이 취임하며 경영진이 교체됐고, 특별채용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에 대해 계약 만료를 이유로 2018년 계약 해지 통보를 했다.
 
2016·2017사번 아나운서 9명은 2018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모두 승소했다. 그러자 MBC 경영진은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소송 쟁점은 1년 전문계약직으로 입사한 2016·2017사번 아나운서들에게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권' 또는 '계약 갱신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보조참가인으로 나온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대리인은 "참가인들은 MBC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기간제법에 따라 2년 초과 즉시 자동으로 정규직 전환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MBC 측 대리인은 "근로계약서,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등 어디에도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계약 갱신을 해준다는 요건이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계약 갱신 기대권이 있었다고 판단해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참가인들에게 정규직 전환에 대해 또는 근로계약 갱신에 대해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참가인들에 대한 특별채용 절차는 MBC가 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여 전환 거절이나 갱신 거절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원고 청구를 기각한다"고 하자 방청하러 온 MBC 계약직 아나운서 8명은 울음을 터뜨렸다. 이들은 총 9명이소송에 참가했지만, 이 중 1명은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정규직 전환 기대를 갖고 있는 계약직 아나운서는 8명이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판결 직후 취재진과 만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와 굉장히 기뻐하고 있다"며 "다만 회사가 이 결과에 승복할지, 항소할지, 저희가 아나운서직에 복직할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맡은 업무에 대해 "지금 맡은 업무가 없고, 9층 아나운서국이 아닌 12층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늘 선고 결과를 통해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판결에 따르겠다는 최 사장 약속에 따라 아나운서 복직이 순리에 맞다고 생각한다"며 "신임 사장도 이전 경영진과 같이 수용하겠다 해 항소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렇게 믿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갱신 기대권 근거가 당시 아나운서국장의 발언만 있는 것처럼 기사화됐는데, 그건 수많은 근거 중 하나일 뿐"이라며 "속기록, 경영평가 보고서 등 수천장 서류를 보고 오늘 판결에서 갱신 기대권이 인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MBC 측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행정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문화방송은 이미 밝힌 바와 같이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해 원상회복 조치를 취할 것이다. 항소 제기 여부는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신중히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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