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여왕(女王)이 돌아왔다!”

박근혜 옥중서신이 공개되자 정치권이 보인 반응이다. 4.15총선을 불과 40여 일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은 태극기 세력 등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자필 서한을 띄웠다. 요약하면 문재인 정권에 맞서 거대야당과 힘을 합쳐 달라는 주문이다. 또한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자 최대 우군인 대구/경북이 코로나19로 인해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늘어나자 위로의 말도 전했다. 

박 전 대통령 옥중서신의 구체적인 대상은 두 곳이다. 하나는 광화문 광장을 메우고 자신의 탄핵이 잘못됐다고 현 정권을 규탄한 태극기 세력과 정치 인생 내내 ‘묻지마식 지지’를 보낸 대구/경북민들이다.

그런데 두 진영 모두 힘든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태극기 세력을 이끌고 있는 한 축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자유통일당을 만들었고 조원진 의원은 우리공화당으로 분화했다. 최근에 와서야 두 당이 합당해 자유공화당으로 재탄생했다. 여기에 친박계 좌장으로 활동했던 국회 최다선이자 무소속인 서청원 의원(8선)이 상임고문으로 합류해 힘을 보탰다. 

그런데 태극기 세력을 등에 업고 있는 자유공화당은 미래통합당에 통합과 연대를 전제로 통합당의 공천 심사를 중단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사실상 자유공화당은 통합당에게 서청원, 김문수, 조원진 3인에 대한 공천 보장과 공천 지분을 달라는 것으로 물갈이를 하고 있는 통합당 입장에서는 절대 받을 수 없는 카드다. 

설상가상으로 친박계 핵심 역할을 했던 홍문종 의원 역시 친박 신당을 창당했다. 이런 상황 현 정권에 맞선다면 보수정당의 승리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결국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태극기 세력을 이끌고 있는 강경 보수 세력이 제1야당과 함께해야 총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보는 셈이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옥중서신의 핵심은 “박근혜 이름 파는 정치를 하지 마라, 나를 끌어들여 야권 분열을 초래하지 말라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구체적으로 김 전 위원장은 ‘태극기 세력’을 언급하면서 제 1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태극기 세력을 이끌고 있는 인사들이 백의종군하는 자세를 박 전 대통령이 요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의 시선은 대구/경북민들을 향했다. 대구/경북은 코로나19로 인해 지역민심이 흉흉하고 지역 경제도 악화됐다. 정부가 특별관리지역으로 선포해 대처해 나가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잦아들 기미는 없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최대의 우군이자 지지자들이 몰려 있는 대구/경북이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지역이 되면서 지역 민심을 다독일 필요가 있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는 표현을 통해 애통한 마음을 전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은 통합당 입장에서는 천군만마와 같다. 당장 태극기 세력을 이끌고 있는 서청원, 김문수, 조원진 3인은 박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제 1야당과 ‘통합에 적극 임하겠다’  한목소리를 냈다. 박 전 대통령 뜻에 반하면 정치 인생은 끝이다. 

이 과정에서 ‘공천 보장’이나 ‘지분 요구’는 통합의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홍문종 의원도 마찬가지다. 사분오열된 보수진영이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하면서 다시한번 ‘선거의 여왕 귀환’을 알린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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