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핵심 지지층 ‘호남·광주’…여야 ‘충돌’ 예고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1980년대 대학가는 이른바 ‘86 운동권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변혁이론’이 휩쓸던 당시에는 한국 자본주의·민주주의 등에 대한 여러 이론과 정파들이 난립한 결과 크게 2가지 노선이 정립됐다. 바로 민족해방(Nation Liberation·NL)과 민중민주주의(People Democracy·PD) 계열 세력이다. 비록 이들은 당시 지식인들을 현혹했으나, 지난 1987년 개헌 이후 점차 그 색을 잃어갔다. 하지만 NL과 PD가 새롭게 부활해 정치투쟁의 일선에 다시금 등장했고, 이번 21대 광주광역시 서구갑 국회의원 선거에서 맞붙게 됐다.
 

짙은 안개가 11월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감싸고 있다. [뉴시스]
짙은 안개가 11월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감싸고 있다. [뉴시스]

 

-송갑석 “문재인 정부 성공 동력 확보” vs 주동식 “호남·광주 고립화, 이제 그만해야”

NL과 PD는 지난 1980년 당시 한국의 자본관계를 기반으로 ‘시민·민족·민중’ 가운데 무엇이 주체가 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촉발되면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지난 1980년 광주를 기점으로 ‘민족·민중’ 중심으로 이론이 정립되며 변혁의 주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도 점화됐다. 바로 ‘민족’과 ‘민중’을 놓고 격렬한 사상투쟁이 전개된 것이다.

이로써 민족 중심의 ‘민족 해방(NL)’ 계열과 ‘민중’ 중심의 ‘민중 해방(PD)’ 계열이 등장했다. 이에 재야 운동권은 NL과 PD가 정파 대립을 하면서 점차 세를 형성했다. NL은 점차 ‘반미자주화·반파쇼민주화·조국통일’ 등 이른바 ‘자주·민주·통일’을 앞세워 ‘자주·민주·통일그룹’(이하 자민통) 조직으로 변모해 갔다. 반면 ‘민중’을 앞세운 PD 계열은 ‘생산성·계급’을 운동의 핵심으로 봤다. 바로 이 점이 NL과 PD의 노선 분기점이다. 

그런데 지난 1980년 광주를 기점으로 운동권 세력은 급격히 분화했다고 알려져 있다. 서구갑의 경우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송기석 당시 국민의당 의원이 당선된 이래로 의원직을 상실하며 송갑석(54)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됐다. 송갑석 의원은 과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 의장을 지낸 바 있는 인물이다.

당시 전대협은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공안수사에 덜미를 잡혔는데,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안기부 수사기록’ 등에 따르면 전대협이 자민통의 지하조직 등에 의해 조종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송갑석 의원은 지난 1월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올 한해도 광주다운 광주를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출마 선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핵심은 광주인데…송갑석 ‘광주형 일자리’, ‘6·25 개정안’

현재 광주광역시 서구갑 국회의원으로 있는 송 의원은 지난 2018년 8월12일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 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의 핵심은 ‘납북’ 표현을 삭제하고 ‘전시 실종’으로 바꾸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은 ‘6·25전쟁 전시피해 진상 규명 및 전시실종 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당시 송 의원은 “‘납북자’의 표현을 ‘전시실종자’로 변경해 법률상의 용어로 인한 남북관계에서의 충돌을 완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6·25전쟁 납북 피해 가족’들은 “북한이 저지른 전쟁 범죄를 은폐하려는 것이냐”며 격렬하게 반발했고, 관련 법안은 결국 철회됐다.

앞서 송 의원은 지난해 12월15일 광주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출판기념회 ‘광주, 양림을 걷다’를 열었다. 그는 이날 기념회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자 3.1 운동 100주년인 올해 3.1 운동의 불길이 처음 시작된 양림동에서 시민들과 함께 나누게 돼 뜻 깊다”며 “광주 골목마다 3.1 운동을 근간으로 하는 정신이 밝게 빛날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불과 약 한 달 전인 11월27일, 송 의원이 대표 발의한 ‘광주형 일자리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고, 올해 1월9일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됐다. 이에 광주 지역 일자리에 대한 정부 지원을 위해 각종 기관 및 단체와 기업 등에 대해 정부가 출자하거나 출연할 수 있게 됐다.
 

주동식 미래통합당 예비 후보. [주동식 제공]
주동식 미래통합당 예비 후보. [주동식 제공]

 

주동식 “文에 의한 광주 고립 심화…이제 끊어내야”

한편 송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가 있었으니, 바로 PD 운동을 했던 주동식(63)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광주 서구갑에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그 역시 광주 출신으로, 과거 PD 운동을 했던 인물이다. 주 대표는 지난 4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고립돼 왔던 호남, 그리고 고향인 광주를 지키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혔다.

그는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동신고등학교를 졸업한 토박이다. 한때 PD 계열에서 운동을 해오다 IT 관련 매체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을 맡은 주대환 전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과 함께 ‘제3의길’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어 ‘지역평등시민연대’를 창립해 ‘자유민주주의’와 ‘호남과 광주의 길’을 연구해 왔다.

이날 주 대표는 그동안 광주는 건국 이후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속돼 왔던 지역 갈등의 정점에 도달한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지역갈등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금기시돼 있다 보니 누구나 쉽게 담론에 접근하거나 공론화 할 수 없어 갈등의 골이 계속 깊어지는 악순환에 빠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광주와 호남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 문재인 정부와의 결착 고리를 끊어내야만 향후 정권 교체 시 호남에 대한 반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대표는 대표적으로 지난해 정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조국(曺國) 일가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호남의 경우 그렇지 않았다”며 “오히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을 보면 타 지역이 호남과 광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차 악화되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언젠가 잘못된 부분에 대해 평가 받고 정권이 교체된다.

그런데 그 때까지 계속 문재인 정부를 홀로 지지하게 될 경우, 정권이 바뀌었을 때 그 책임은 호남과 광주가 모두 뒤집어쓸 수도 있는 구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즉, 문재인 정권에 대한 가치 평가 과정에서 광주가 궤를 같이 할 공산이 있다는 뜻이다.

주 대표는 “아무리 작은 목소리라도, 어렵더라도 그 동안 호남이 고립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던 제 발언과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 이번 총선에 출마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현재 광주 서구갑의 송 의원을 겨냥해 “북한이 일으킨 6·25 전쟁으로 강제 납북된 사람들을 실종자로 바꿔 부르겠다고 하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일이냐”며 “송 의원은 이미 NL 계열의 자주·민주·통일 관련 인사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숨겨 왔다 하더라도 NL 계열 인사들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북한의 김일성, ‘수령론’이라고 하는 사이비 교조주의로 뭉친 ‘북한의 김씨 왕조’ 아니겠느냐”며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는 “‘정치적 대표성’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반 시민들이 직접 정치권 내에서 의원이 돼 활동할 수 있지 않고 지역구 의원을 선택할 권리가 주어진다”며 “바로 그 대표가 되는 의원을 선택할 권리에 따라 우리 지역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게 된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타 지역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아무리 우리가 아니라고 외친다 한들, 그 모습은 우리가 우리를 대표한 의원을 누구로 선택 했느냐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는 반드시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래통합당의 호남지역 예비 후보로는 주 대표를 비롯해 거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출마 희망 후보가 적은 상황이다. 팔 걷고 나선 주 대표가 과연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선거 도장. [뉴시스]
선거 도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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