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뭉쳐라” 일성에 태극기 세력·친박 진영, 통합당과 ‘단일대오’ 형성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이 지난 4일 공개됐다. 박 전 대통령의 이름으로 전해진 서신에는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그의 자필 글씨가 또렷하게 쓰여 있다. 이로써 그간 사분오열하던 보수 세력이 이번 4.15 총선에서 살아 있는 권력을 무너뜨리게 될 것인지 알아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낭독 기자회견을 끝내고 취재진들에게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2020.03.04.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낭독 기자회견을 끝내고 취재진들에게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2020.03.04. [뉴시스]

 

-“비록 탄핵과 구속으로 저의 정치 여정은 멈추었지만…”
-“거대 야당,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


3월10일은 지난 2017년 헌법재판소가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대해 탄핵 인용을 결정한 지 만 3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보수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탄핵 소추를 둘러싸고 분당 사태를 맞이하며 비박-친박 간 갈등이 폭발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보수 진영의 분열은 날로 거듭하면서 대여 투쟁 노선 분파, 인물난에 허덕이며 단일대오 전선을 형성하지 못했다. 제아무리 시민사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해 비판하더라도 이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고, 그 결과 ‘보수정당’이 아닌 ‘보신(保身)정당’으로 전락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017년 5월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임기 반환점에 도달할 때까지 보수 진영을 향해 자칭 ‘적폐 청산’ 작업을 추진해 왔다. 정치·안보·경제·사법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철저하게 ‘변혁’을 위한 기반 조성 작업에 착수, 강행해 왔다. 심지어 지난 2018년 지방선거까지 압승하면서 그야말로 보수는 ‘지리멸렬’한 상태를 면치 못했다.

이번 4.15 총선까지 불과 4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근 3년간의 변화를 근거로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공산이 클 것이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그간 지지부진하던 보수 야권 통합 논의에 물꼬를 트고 지난달 17일 미래통합당이 출범했다. ‘중도·보수 통합’이라는 기반에서 ‘총선·대선 승리’라는 과정을 거쳐 ‘정권 탈환’이라는 목표 아래 출범한 미래통합당은 이미 ▲새 집 짓기 ▲개혁보수 ▲탄핵의 강 넘기라는 핵심 과제 가운데 ‘새 집’을 짓고 공천을 통해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탄핵’이다. 그러던 중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이 그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지난 4일 오후 공개됐다. 과연 그가 공개한 서신이 ‘단일대오’를 넘어 승리를 위한 ‘극약’이 될까.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朴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하나가 돼 달라”

앞서 언급된 박 전 대통령의 서신에 등장한 “기존의 거대 야당”은 현재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미래통합당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7일 출범한 미래통합당은 이미 비박과 친박 세력이 손잡고 벽을 허물어 새 집을 지었다. 이어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해 오는 4.15 총선을 위한 공천 심사에 돌입해 ‘인사 혁신’을 단행하는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의 서신에는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서로 분열하지 말고”, “국민 앞에서 하나 된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즉, 그동안 사분오열해 왔던 보수 진영이 단일대오를 형성해 주길 바란다는 의미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특히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이라는 점을 내세워 지난 3년 동안 광화문 광장에서 투쟁해 온 재야세력 또한 “하나 된 모습”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곧 지난 19대 대선을 전후로 등장했던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과 그 세력을 뜻하는 것으로,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힘을 보탤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옥중 서신을 통해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 있고 국민들의 삶이 고통 받고 있는 현실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하였지만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 들였습니다”라고 전했다. 즉, 그는 미래통합당의 ‘중도·보수 통합’을 인정한다고 밝힌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또한 서신을 통해 “서로 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라고 전했다. 그가 언급한 “서로 간 차이”, “메우기 힘든 간극”은 뒤로 하고 이제는 “하나로 힘을 합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제아무리 비박과 친박 간 논쟁이 격화된다 하더라도, 이미 박 전 대통령은 미래통합당의 ‘새로운 집’을 받아들였다고 본 것이다.

즉, 더 이상의 소모전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이다. 바로 총선까지 불과 40여 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40년 전 “전방, 이상 없나요”…탄핵, 넘어 달라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옥중 서신을 통해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있고 국민들의 삶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나라 장래가 염려되어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국민들의 한숨과 눈물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를 겨냥해 “무능하고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 국면을 “전례 없는 위기”라고 보고 그 원인이 ‘문재인 정부’라고 정면 비판한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탄핵을 넘어 설 것’을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옥중 서신을 통해 “지난 2006년 테러를 당한 이후 저의 삶은 덤으로 사는 것이고 그 삶은 이 나라에 바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탄핵과 구속으로 저의 정치 여정은 멈추었지만…”이라며 처음으로 자신의 ‘탄핵’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과 우방과의 관계 악화는 나라의 미래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기에 구치소에 있으면서도 걱정이 많았습니다”라고 전했다. 즉, 이는 ‘자신은 탄핵으로 파면당했지만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이 영애였던 지난 1979년 10월27일 새벽, 그는 ‘10·26 대통령 암살 사건’ 직후 설명을 들으며 “전방에는 이상 없나요”라고 질문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곧 ‘비록 탄핵당했지만, 하나 된 모습을 보여달라’는 호소와도 일맥상통한다. 결국 그동안 보수 야당이 넘지 못하고 적전 분열의 단초가 돼 왔던 ‘탄핵론’을 넘어서 달라는 뜻이다.

앞서 지난 5일 자유공화당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연대, 연합, 통합 등 어떤 형태의 논의도 수락할 준비가 돼 있다”며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물꼬만 트지 말고 행동을 보여 달라. 연락을 기다리겠다”고 촉구했다. 다만, 김문수 공동대표는 기자들에게 “미래통합당이 공천 작업을 중단하길 바란다.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하나가 되라는 게 핵심인데 통합당이 혼자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면서 ‘공천 지분에 연연하고 있다’는 형국이다. 반면 황 대표는 “총선을 40여 일 앞두고 전해진 천금과 같은 말씀”이라며 “오직 통합만이 승리로 가는 길이다. 미처 이루지 못한 통합 과제를 끝까지 챙겨 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첫 번째 옥중 서신으로 보수 야권은 그간의 분열을 멈추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모양새가 됐다. 과연 보수 진영이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 된 모습으로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워 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호소에 따라 단일대오를 완성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권 규탄 10.3 국민 총궐기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가 참가자로 가득차 있다. 2019.10.03. (사진=미래통합당 제공) [뉴시스]
'문재인 정권 규탄 10.3 국민 총궐기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가 참가자로 가득차 있다. 2019.10.03. (사진=미래통합당 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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